그나마 억지로 외운 것이라야 머릿속에 남는다. 교가도 그렇고, 무슨 헌장도 그렇다. 뭐니 뭐니 해도 주모경만큼 일찌감치 외워 그렇게 오래도록 외우는 글은 없다.
외우려 노력했다기 보다는 매일 외워 자연스럽게 외워진 기도문이 있다. 이 기도를 외워본 지가 꽤 오래 된 것 같다. 모처럼 한 줄씩 뜻을 음미하며 그 기도문 외워본다.
'평화의 기도'
주님, 저를 당신의 도구로 써 주소서,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다툼이 있는 곳에 용서를,
분열이 있는 곳에 일치를,
의혹이 있는 곳에 신앙을,
그릇됨이 있는 곳에 진리를,
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을,
어두움에 빛을,
슬픔이 있는 곳에 기쁨을
가져오는 자 되게 하소서.
위로받기보다는 위로하고,
이해받기보다는 이해하며,
사랑받기보다는 사랑하게 하여주소서.
우리는 줌으로써 받고,
용서함으로써 용서받으며,
자기를 버리고 죽음으로써
영생을 얻기 때문입니다.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로마 평화 선언
교황은 ‘평화를 위한 국제기도 모임’에 참석한 세게 종교지도자들과 함께 「로마평화선언」에 서명했다. 이번 기도모임의 주제는 "아무도 홀로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 평화는 형제애로부터“이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세계 주요 종교의 지도자들은 화요일 성 에디지오 공동체가 주최하는 종교간 국제 평화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로마에 모였다.
로마의 캄피돌리오 광장에서 열린 이날 회의에는 정치지도자들도 참석해서 상징적으로 2020년 평화선언문을 받았다.
2020년 평화선언문
우리는 ‘아시시 정신’'㈜으로 로마에 모여, 전 세계의 신자들은 물론 같은 뜻을 가진 모든 사람들과 영적으로 일치하여 기도했습니다. 이 세상에 평화의 선물을 내려주시기를 하느님께 간절히 빌었습니다. 우리가 인류의 상처를 못 본 체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고통 받는 수많은 형제자매들의 소리 없는 기도를 모아 함께 하느님께 바쳤습니다. 그들의 중에는 알지 못하고 이름도 들어보지도 못한 이들이 허다합니다. 지금 우리는, 우리가 스스로 해야 할 것을 정하고 실천하겠노라 엄숙히 다짐합니다. 국가지도자들과 세계시민들도 이 평화선언에 관심 가져주시기를 부탁합니다.”
[역자 주] 아시시에서 시작된 기도의 날 행사는 보통 3일의 일정으로 참석자들의 자유토론, 토의, 만남의 시간을 가져왔다. 제34차인 올해는 단 하루, 그것도 오후 반나절만 산타 마리아 인 아라첼리 성당에서 짧은 만남의 순간을 가지고, 이후 캄피돌리오 광장에서 마침 예식을 진행하였다. (이재협 신부 역, 바티칸 뉴스 한글판 참조)
역사상 가장 심한 분쟁의 장소로 끝내는 전쟁터가 되었던 이 캄피돌리오 언덕에서 전쟁을 일으켰던 나라들이 결국 연합의 꿈을 바탕으로 협정을 맺었습니다. 이른바 유럽통합의 꿈을 이룬 곳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스스로 느끼고 있는 대로 대단히 불확실한 시기를 살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불평등과 두려움을 키우면서 평화가 위협받는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도 홀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천명하고자 합니다.
전쟁과 평화, 전염병의 대유행과 건강관리, 굶주림과 식량을 얻을 수 있는 기회, 지구 온난화와 지속 가능한 개발, 인구의 이동, 핵위협 제거, 불평등 감소, 이런 문제들은 개별 국가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닙니다. 오늘날 우리는 다양한 연대 속에서 살고 있다고 느끼지만 실질적인 형제애가 부족한 세상에서 이런 사실을 더 잘 이해하게 됩니다. 우리 모두는 형제자매입니다. 이 시련의 시기가 지나가고 나면 더 이상 ‘다른 사람’이란 개념은 사라지고 다양한 모습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 ‘우리’가 되도록 지존하신 하느님께 열심히 기도합시다. 단지 평화가 가능하고 또 평화가 필요한 세상, 그저 전쟁이 없는 세상이 이상향이 아니란 것을 깨닫고 더 과감한 꿈을 꾸어야 할 때가 왔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다시 한 번 “전쟁은 이제 그만”이라고 말하고 싶은 이유입니다.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들은 전쟁이 다시 한 번 국제 분쟁을 해결하는 하나의 가능한 수단으로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너무 늦기 전에 우리는 전쟁이 예외 없이 세상을 예전보다 더 나쁘게 만든다는 사실을 모든 사람에게 상기시킬 것입니다. 전쟁은 정치와 인류의 실패작입니다.
우리는 자주 정부 지도자들에게 두려움과 불신을 바탕으로 한 분열의 언어를 거부하고 돌아올 수없는 길에 들어서지 말 것을 호소합니다. 우리 모두 함께 그 희생자들의 입장을 생각해 봅시다. 우리에게는 수많은 갈등이 상존하고 있습니다.
국가 지도자들에게 촉구합니다. 새로운 평화체계를 구축하기 위하여 다함께 노력합시다. 생명과 건강, 교육과 평화를 증진하기 위해 힘을 모읍시다. 보다 더 파괴적이고 치명적인 무기를 생산하는 데 사용되는 자원을, 생명을 구하고 인류와 공동의 집을 돌보는 일에 돌려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시간을 낭비하지 마십시오. 달성 가능한 목표부터 먼저 시작합시다. 모든 사람에게 적합하고 이용 가능한 백신이 나올 때까지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하여 즉각적으로 힘을 모아 주시기 바랍니다. 코로나-19의 대유행은 우리가 피를 나눈 형제자매임을 상기시켜 줍니다.
모든 신자들과 선의를 가지고 동참하려는 모든 사람들에게 호소합니다. 평화를 이루는데 창의성을 발휘하는 장인이 되어주십시오. 사회적 우정을 쌓고, 우리들만의 대화문화를 만들어 나갑시다. 정직하고 끊임 없이 이어지고 용감한 대화는 불신과 분열, 폭력에 대한 해결책입니다. 대화는 그 시작부터 전쟁을 일으키는 논쟁을 무력화시킵니다. 전쟁은 우리 인간가족이 만들어내는 형제애의 파괴행위입니다.
그 누구도 이에 관한 의무에서 면제되어 있다고 느껴서는 안 됩니다. 우리 모두는 책임을 나누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서로 용서하고 용서받아야 합니다. 세계와 역사에 대한 부정은 증오와 복수로 치유되는 것이 아니라 대화와 용서로 치유되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이러한 이상과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고 있는 여정에 대한 헌신을 우리 안에 불어넣어주시기 바랍니다. 하느님께서 모든 이들의 마음을 움직이시어 우리가 평화의 전령사가 되도록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로마, 캄피돌리오 언덕에서, 2020년 10월 20일
출처: Vatican News, 20 October 2020, 20:44, 번역 장주영
www.vaticannews.va/en/pope/news/2020-10/pope-appeal-for-peace-2020-rome.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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