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님은 10월 25일, 주일 삼종기도를 바친 이후 열세명의 신임 추기경 명단을 발표했다. 깜짝 발표된 임명자 중에는 80세를 넘긴 고령의 후보자 4명이 포함되어 있다. 이분들에게는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Conclave) 투표권이 없다.
새로 추기경이 되실 분들을 출신 대륙별로 보면 아시아 2명, 아프리카 1명, 라틴아메리카 2명, 북아메리카 1명, 유럽 7명이다.
아시아 대륙에서는 필리핀과 브루나이, 두 나라에서 새로운 추기경이 임명되었다. 아직까지 정식으로 교구가 설정되지 않은 브루나이에 새로운 추기경이 탄생하는 것이 눈길을 끈다. 이 나라 출신 첫 주교인 브루나이 대목㈜ 코르넬리우스 심(Cornelius Sim) 주교는 역시 브루나이의 첫 추기경이 되는 것이다.
[역자 주] 대목(The Apostolic Vicar): 대목구(代牧區, 정식 명칭은 敎皇代理監牧區)를 관할하는 교구장. 정식 명칭은 교황대리 감목구장이지만 일반적으로 대목, 또는 대목구장이라 부르며, 대목구는 교계제도가 설정되지 않은 지역을 교황청에서 직접 관할하는 교구를 말한다. 대목은 교황청으로부터 임명되고 교황을 대리하여 정식 교구의 주교와 같은 권한을 대목구에서 행사하는데, 대개는 명의주교(名義主敎)로 성성(成聖)되기 때문에 이 경우 대목구는 명의교구를 겸하게 된다. (출처: 가톨릭사전)
지난 밤 늦게 Vatican News 인터넷 판에 실린 필리핀의 신임 추기경과의 인터뷰기사가 퍽 소탈한 느낌을 준다. 세상이 온통 바이러스의 질곡에 매여 있는 상황에서, 팍팍한 매일의 삶을 이어가는 이들에게 들려주는 위로의 말씀이다. 눈곱을 떼어내자마자 부지런히 옮겨 가느다란 희망의 빛이 지나갈 구멍을 뚫는다.
소외된 이들을 위한 교회
추기경 지명자 아드빈쿨라 (Jose Fuerte Advincula) 대주교는 바티칸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교황이 자신을 추기경으로 임명한 이유가 무엇인지 설명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주일, 전 세계에 걸쳐 13명의 새로운 추기경 명단을 공개하면서 모두를 놀라게 했다. 이 추기경 후보자들은 11월 28일 교황청에서 열릴 추기경회의에서 서임될 예정이다.
새로운 추기경 중에는 필리핀 중앙 비사야스 지방에 있는 카피스(Capiz) 대교구장 호세 아드빈쿨라 대주교가 있다. 68세인 그는 2011년 카피스 대교구장이 되기 전까지 10년 동안 산카를로 교구의 주교로 사목했다.
자신이 새로 임명된 13명의 신임 추기경 중 하나라는 소식을 전해 듣고 아드빈쿨라 대주교는, 그것이 "호세"라는 이름을 가진 다른 사람이거나 기자들이 피임명자의 성을 잘못 썼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나중에서야 그것이 사실임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는 교황의 깜짝 발표 이틀 후인 어제(화요일), 바티칸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다. “사직하는 느낌이 듭니다. 영광스러운 부르심이기에 행복한 것도 사실이지만 책임감으로 인해 두려움이 앞섭니다.”
교회는 소외된 이들을 돌봐야
아드빈쿨라 대주교는 크고 유명한 교구에 비해 덜 알려진 교구 카피스에 추기경을 임명한 것에 대한 교황의 생각을 해석하려고 노력한다. 68세에 추기경으로 임명된 그는 세 개의 시골 교구에서 사제와 주교로 일했다. 함께 일한 동료 주교와 사제들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그는 이런 결론을 내린다. “아마도 교황님은 소외된 사람들에게 교회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리고 싶은 마음이었을 것입니다. 그들도 역시 교회의 가족임을 확인시켜주라는 뜻이 담겨있을 것입니다.”
그는 친구 신부가 한 말을 전한다. “후미진 외딴 곳에 선교기지와 교회가 운영하는 학교를 세운 열정이 그에게 더 큰 소임을 맡기는 이유가 되었을 겁니다.” 2001년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주교서품을 받은 대주교는 카를로스 교구에서 주교로 사목하다가 2011년 카피스 대교구장에 임명되었다.
[역자 주] 호세 아드빈쿨라 추기경 임명자는 현재 교황청 인류복음화성 장관인 타글레(Luis Antonio Tagle) 추기경과 함께 콘클라베 투표권을 가진 두 번째 필리핀 출신 추기경이 된다. (출처: Vaticnan News)
“저는 항상 교회가 사람들과 가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소외된 이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교황께서 저를 추기경에 임명하시는 것은, 가난하고 힘들게 살아가는 보잘것없는 사람들에게 교회의 존재를 알리는 방법을 택하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인간의 존엄성과 권리
카프스 대교구장은 강조한다. “필리핀 시골에 선교기지와 학교를 설립하는 것 말고도, 이 나라의 교회가 국민들의 인간 존엄성과 권리를 수호하는데 앞장서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가난이 우리가 안고 있는 수많은 사회문제의 원인 중 하나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이런 약속은 빈곤을 줄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교육은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돈을 벌 수 있도록 계발하는 방편이 될 수 있습니다.” 아드빈쿨라 대주교는 이것이 프란치스코 교황이 자신을 추기경으로 선택한 하나의 이유라고 믿고 있었다.
출처: Vatican News, 27 October 2020, 14:43, 번역 장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