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어려서부터 계절과 마음을 가름하는 날로 각인되어있다. 어른들 말씀 속에는 몽소승천(蒙召昇天)이 지나야 여름이 간다는 축적된 경험이 배어 있었다. 그들은 이날을 기온이 떨어지고 습도가 줄어드는 갈림목이라 믿었다. 바닷물이 차지면 근해를 찾아오는 어족이 늘어 어부들의 삶이 나아지리라는 삶의 희망도 듬뿍 섞여있었다.
나의 부모님과 몇 안 되는 성당가족의 어른들 모두, 일제강점기의 수난과 전쟁의 아픔을 겪은 분들이었다. 시련과 역경이 당신들 인생을 과점하는 불행한 시대를 사셨다. 하느님께 대한 믿음은 현실에서 탈출하고 싶은 애달픈 구원의 갈구였다. 성모님의 따뜻한 자애는 일상에 달고 사는 위안이었고, 뼈에 사무치는 설움을 씻어줄 희망의 샘이었다. 그들의 신앙은 단순하고 투박했지만 순수하고 간절했다.
교황님은 사목방문을 위해 로마를 떠나실 때마다 ‘로마백성의 구원이신 성모님’ 성화 앞에서 기도하신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종식을 기원하기 위하여 베드로대성전에 마련된 자리에도 이 성모님의 성화를 모셔왔다.
예수님의 십자가 상 고통을 가장 생생하게 전해 받으신 분은 성모님이시다. 성모성심은 예수님과 하나 되어 칼에 찔리셨고, 십자가에 못 박히셨고, 무덤에 묻히셨다. 통고의 성모님은 자민(慈愍)과 불쌍히 여김의 곳집이며, 당신의 성심 안에 사랑의 바다를 품고 계신다.
생소한 ‘검은 성모님‘의 이야기를 듣는다. 어머니의 사랑이 역사를 타고 흘러내린다. 성모님의 자애가 온 세상을 덮는다. 이래저래 성모승천축일은 예사롭게 넘기기 어렵다.
코로나 극복을 위해 성모님의 전구를 청한 교황
교황은 성모승천대축일을 맞이하면서 인류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극복할 수 있도록 복되신 동정 성모님의 전구를 구했다.
교황은 8월 15일 지내게 될 성모 승천 대축일을 앞두고 지난 수요일, 일반알현에 참석한 폴란드 신자들을 만나셨다. 이 자리에서 교황은 100 년 전에 일어났던 ‘비스툴라의 기적’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 기적을 주관하신 복되신 동정 성모님에 관한 내용이다.
보이지 않는 적을 이기기 위하여
1920년 8월 15일, 폴란드 군은 바르샤바 전투에서 소련군에 대한 결정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이 승리는 성모님의 전구 덕분에 거둔 것이었다. 이런 사건으로 인해 8월 15일은 ‘폴란드 국군의 날’로 기념되고 있다.
교황은 이렇게 기도한다. “오늘은 인류가 코로나바이러스를 물리칠 수 있도록 하느님의 어머니께서 도와주시기를 청합니다. 여러분들과 여러분의 가족, 그리고 모든 폴란드 국민을 위하여 자비의 축복을 빌어주시리라 믿습니다.”
교황은 또한 쳉스토호바(Częstochowa)의 ‘검은 성모님’의 성화가 모셔진 성지를 순례하는 수많은 신자들에게 대하여 영성적 지지를 표명하며 축원을 보냈다. “코로나바이러스의 팬데믹으로 인해 조심스럽게 진행되는 순례가 신앙과 사랑에 대해 성찰하고 기도하는 기회가 되고, 형제애를 나누는 시간이 되기를 빕니다.”
순례의 길 안내
교황은 알현에 참가한 영어권 신자들에게 한 인사에서 성모승천대축일을 뜻 깊게 지내라고 당부하며 이렇게 기도한다. “성모님께서 우리 순례여정을 그리스도께서 약속하신 영원한 생명의 축복으로 인도해 주시기를 빕니다.”
독일어권의 참가자들에게는, 성모승천대축일이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부여하신 숭고한 존엄성을 드러낸다고 말한다. “종의 신분을 취하신 주님께 겸손의 은사를 청합시다. 주님께서 우리를 통하여 위대한 일을 하실 수 있도록 우리의 겸손을 봉헌합시다.”
연대의 본보기
프랑스인들에게 성모승천은 국가의 주보성인이기 때문에 특별한 축일이다.
교황은 성모님께서 프랑스 국민들의 믿음과 희망을 굳게 해주시기를 축원했다. “프랑스 국민들이 이기심과 무관심, 개인주의를 이겨내고 연대하여 우애 넘치는 사회를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성모님의 도움을 청합니다.”
출처: Vatican News, 12 August 2020, 10:14, 번역 장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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