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릿고개 곳간 비듯 새벽미사 참례하는 숫자가 슬금슬금 줄더니 급기야 어제 아침에 작지 않은 변화가 생겼다. 성당 뒤 켠 반쪽의 전등이 꺼진 것이다. 하필 성삼일을 하루 앞둔 날 이런 일이 생겼다. 성당이 그렇게 큰 것도 아닌데 내가 봐도 너무 휑하다. 게다가 복사하는 아이 둘과 전례봉사자를 빼고 나면 내가 제일 영계다. 앞으로 10년 뒤엔 앞쪽 전등이라 해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런저런 쓰잘데없는 걱정에 분심투성이의 엉터리 미사를 했다.
오늘 ‘성목요일’은 사제들의 축일이다. 성체성사와 함께 신품성사를 세우신 날이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모든 신부님들께 축하인사를 해야 할 텐데 오늘은 별로 내키지 않는다. ‘사제들의 인사적체’라는 엉뚱한 이야기가 있다. ‘부주임 사제’의 범위를 넓힌 것은 이런 맥락과 닿아있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진짜 그런 이유 때문이었을까? 이게 시쳇말처럼 ‘실화’라면 전세계 어느 곳에서도 그 유래를 찾을 수 없는 우리만의 행복한 비명이라고 해야 하나? 목자가 없어 고해성사조차 보지 못하는 그 많은 나라의 신자들이 들으면 마냥 부러워하기만 할까? 아니길 바란다. 교회와는 절대로 어울릴 수 없는 단어다.
교황님은 ‘일용할 양식’, ‘용서와 사랑’에 이어 ‘예수님의 기도’에 관한 가르침을 주신다. 기도할 때 구하라고 하신 세가지 중에 하나를 골랐다. 오늘은 “시련을 당할 때 하느님 아버지께 의탁할 줄 아는” 은총이다. 또 하나 할 일이 남았다. 십년을 넘게 맡아 둔 ‘지정석’을 잃었으니 부활 지나면 새벽미사에 가서 앉을 새 자리를 골라야 한다.
교황님의 교리교육 - 오늘 ‘일반알현’에서
수요일 바티칸의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일반알현’에서 교황은 지난 주에 이어 「주님의 기도」에 대한 교리교육(catechesis)을 계속했다.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을 앞둔 성주간을 지내며 하느님께 하신 세 번의 기도에 초점을 맞추었다. 다음은 교황의 교리교육에 대한 공식 영어요약이다.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이 주간에 우리는 「주님의 기도」에 대해 생각하고 있습니다. 성삼일이 시작되기 전날 저녁에, 예수님께서 당신의 죽음과 부활을 앞두고 하느님 아버지께 하신 세가지 기도를 생각해 봅시다. 최후의 만찬이 끝난 다음 바치신 것이 첫 번째 기도입니다. “아버지, 때가 왔습니다. 아들이 아버지를 영광스럽게 하도록 아버지의 아들을 영광스럽게 해 주십시오."(요한 17, 1) 두번째 기도는 겟세마네 동산에서 하신 것으로 고뇌에 가득 찬 예수님은 “아빠! 아버지!"(마르14,36)라는 부드러운 말로 하느님께 당신을 맡깁니다. 세번째는 십자가 위에서 극심한 고통 중에 우리를 위해 바치신 기도입니다. “아버지, 저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들은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릅니다.”(루카23,34). 앞으로 우리가 「주님의 기도」를 할 때, 여러분들은 각자 다음 세 가지 은총 중에서 하나를 구하십시오.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사는 것, 즉 사랑의 삶을 사는 것 ▷시련을 당할 때 하느님 아버지께 의탁할 줄 아는 것 ▷자기 자신을 용서하고 다른 사람들을 용서할 용기를 얻는 것이 그것입니다.”
교황은 알현자들이 성주간 동안 성령의 은사를 통해 정화되고 새롭게 된 마음으로 주 예수님의 부활을 축하할 수 있도록 인도되기를 축원했다. “하느님께의 축복이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빕니다!”
출처: Vatican News, 17 April 2019, 09:45, 번역 장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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