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조르노 파파

소극적 자선활동?

MonteLuca12 2019. 4. 9. 08:19

춘천교구의 초대 교구장 구주교님은 은퇴하신 후 우리 본당에 와 계셨다. 주교님은 매일 아침 정례미사가 끝난 후에 별도로 혼자 미사를 드리셨다. 등교시간에 쫓기는 위험을 감수하고 나는 주교님 미사복사해 드리는 일을 즐겨했다. 주교님께서 매번 50환씩 용돈을 주셨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는 그 돈은 까먹는데 쓰지 못했다. 엄밀히 말해 어머니께 뺏기고 말았는데 천주님께서 주신 돈은 다른 곳에 쓰면 안 된다는 것이 이유였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애긍으로 하느님께 되돌아 갔을 것이라 믿는다.

 

어려서 성당 마당은 나의 놀이터였다. 집과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을 빼고 하루를 채우는 자리는 거의 성당이었다. 호랑이처럼 엄하셨지만 사제관 옆에서 재잘거리는 아이들의 소음이 시끄럽다고 야단치시는 신부님을 뵌 기억이 없다. 그 마당에서 늘 우리를 지켜보시는 분은 하얀 석고상 속의 성모님이었다.

 

우리 성당은 재개발로 올라간 아파트 숲에 갇혀버렸다. 마당 한 켠에 모셔진 성모님의 자리는 꽤 아늑했다. 어스레한 새벽에 먼발치에서 목례만 하고 성당 안으로 들어가는 습관 탓에 못 느끼고 있었다. 불과 얼마전 아내가 깨우쳐줘서 그제야 성모님의 집터가 변해 있는 걸 알았다. 성모님 바로 뒤에서 장막이 되어 모시고 있던 나무들은 다 베어지고 코 앞처럼 가까이 아파트가 서있다. 조심해야겠다. 자칫 베란다에 나와 서있는 저 집 부인에게 성모님께 하는 아침인사를 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멀리서 목만 까딱이지 말고 가까이 다가가 성모송이라도 한번 바치면 되지 않겠나? 

 

지난 주일에 있은 교황님의 본당 사목방문이 매우 친근하게 느껴진다. 어린이들이 교황님께 애긍해 보신 적 있는지 여쭙는다. 구주교님 생각이 난다. 나도 그분께 확인해 보고 싶은 것이 있다. 우리 엄마 생각이 맞는지?

 


교황은 로마의 한 본당을 사목 방문하여 노동자, 봉사자, 신혼 부부, 청년과 노인을 만났다 이번이 열아홉번째 본당방문이다몬테 베르데 근처의성 율리오 교황 성당’에 대한 이번 교황 방문은 다양한 교구민들과의 만남이라는 면에서 특별한 주목을 받는다. 

성당 개축공사
이 본당이 사목방문지로 선택된 것은 붕괴된 성당 지붕의 복원공사를 3년 전에 시작하여 진행해 왔기 때문이었다. 교황은 성당 개축을 하고 있는 신자들에게 공사를 진행하면서 선행과 전례행사, 성스러움을 잃지 않기 위하여 세심하게 배려해 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공사를 맡은 건설회사에게도 감사를 표명했다. 또한 교회가 거룩함을 유지할 수 있도록 애쓰는 본당신부의 사목적 노고를 치하했다.

어린이들과 젊은이들은 교황에게 개인적으로 애긍을 해 본적이 있는지 물었다. 교황은물론입니다. 많이 했지요. 가난한 이들에게 애긍하는 것은 우리 신앙인들이 반드시 해야 하는 일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의심은 삶의 일부
또 다른 청년은 이런 질문을 했다. “어떻게 의심없이 하느님을 믿을 수 있지요? 그리고 교황님도 의심해본 적이 있나요?” 교황은 모든 사람이 살아가면서 어떤 때에는 의심을 품게 된다면서 "사람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의심이 들때에는 한가지에 집중해야 할 것을 강조하면서예수님께 대한 확고한 믿음, 그분은 믿을 수 있는 분이라는 생각에 전념하십시오. 예수님은 완전하게 믿을 수 있는 유일한 분입니다.”라고 말했다. 교황은 또한 우리가 의심하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되고 하느님 앞에서 솔직해야 하며 우리가 느끼는 바를 하느님께 정확하게 말씀드려야 한다고 일러준다. 그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토론하고, 그들의 도움을 얻어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교황은 본당의 노인들과 만나서는 그들이 경험한 고통에 관해 이야기했다. 교황은나이와 질병의 문제만이 아니라많은 문제’를 안고 계신 것을 압니다. 예수님께서는 항상 여러분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 계십니다. 예수님은 절대로 여러분에 대해 실망하지 않으십니다. 예수님은 고통의 의미를 알고 계십니다. 우리가 예수님께 하게 되는 모든 불만을 그분은 기도로 바꾸어 하느님께 드리십니다. 그분은 우리 보다 앞서 그 모든 고통을 겪으셨기 때문입니다."

훌륭한 본당의 모습
신혼부부들과 결혼을 준비하는 젊은이들과의 만남에서 교황은 결혼생활에 필수적인 세 개의 키워드를 제시했다. "’내가 해줄까?’, ‘고마워’, ‘미안해이 세마디를 여러분은 이미 알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말을 마음 깊이 새겨야 합니다.” 교황은 또한 젊은 부부들에게 싸우는 것을 두려워하지는 말되 하루 하루를 평화롭게 끝내는 것을 잊지말라고 권고했다. 
마지막으로 본당의 카리타스 지원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봉사자에게 본당이 잘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세가지 징표에 대해 이야하며, 기도하는 모습, 여러분들이 보여주고 있는 것과 같은실질적 자선 활동’, 그리고 ‘소극적 자선활동’을 들었다. “‘소극적 자선활동이란 여러분들이 서로 비난하지 않고 서로 사랑하는 것입니다.”

교황은 본당신자들에게 고해성사를 주고 주일미사를 봉헌했다. 미사 중에  교황이 주례한 새 제대의 축복예식을 통해 본당의 오랜 기간에 걸친 재건축이 마무리되었다.

출처: Vatican News, 08 April 2019, 11:21By Christopher Wells / 번역 장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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