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왕내조’, 나는 아직도 이 표현이 더 익숙하다. “타르시스와 섬나라 임금들이 예물을 가져오고, 세바와 스바의 임금들이 조공을 바치게 하소서. 모든 임금들이 그에게 경배하고, 모든 민족들이 그를 섬기게 하소서.” (시편72, 10~11) 「주님 공현 대축일」의 화답송을 들을 때마다 생목처럼 올라오는 기억이 있다. 나는 1974년 새해를 서석이라는 오지에서 맞았다. 적어도 그때는 ‘극오지’라 표현해도 조금도 지나치지 않는 소읍이었다. 머리맡에 떠놓았던 물이 사발과 완전히 한덩어리가 될 만큼 추웠고 석유를 때는 등잔이 어둠을 밝히는 도구의 전부였다.
삼왕내조축일 미사 후에 황급히 점심식사를 하고 나가신 신부님은 오후 내내 돌아오시지 않았다. 한 마디 말씀도 없는 신부님과 같이 하던 그날의 저녁식사는 한없이 길었다. 등잔마저 얼마나 어두웠던지 아기 예수님 계신 곳으로 세 왕을 인도하던 별들마저 잠들었었나 보다.
이튿날 성당을 찾아온 젊은 아낙은 갓난 아기를 업고 울먹이고 있었다. 화전민 움막까지 먼 길을 찾아 신부님이 처음 오신 것은 6개월 전이고 그로부터 1달여 후에 송아지 한 마리를 보내주셨다고 말문을 연다. 잘 키워서 농사 짓고 살라고… 얼마나 어려웠으면 그랬을까? 그 이후 한번도 안 오시던 신부님께서 갑자기 오신 것이 송아지를 팔아버린 바로 다음 날이었단다. 그날 밤을 지나 나머지 방학기간을 살아야 하는 공소로 파견명령을 받고 나는 더 깊은 산골로 떠났다. 그래서 그 다음 이야기는 모른다.
교황님은 인신매매 피해자들의 고통에 이어 오늘은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이들’에 대한 말씀을 하신다. 35년 전 '프란치스코' 신부님도 같은 생각을 했었나 보다. 신부님은 평생을 가장 후미진 곳, 가장 어려운 사람들이 사는 곳에서 살고자 하셨다. 그분의 부친은 호주의 부유한 농장주이다.
교황님의 연설 속에는 이 헌신적인 자선 단체가 겪고 있는 고충이 서려있습니다. 남의 이야기가 아닌 것 같습니다. 교황님의 「프란치스코 선교센터」 창립 50주년 축하연설을 싣습니다.
교황은 오늘 바티칸에서, 독일에 본부를 둔 「프란치스코 선교센터」의 회원들과 만남을 가졌다. 교황은 그들에게,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이 보다 나은 미래의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약속을 앞으로도 계속 지켜 달라고 당부했다.
「프란치스코 선교센터」는 1969 년 독일 본의 고데스베르그 (Bonn-Bad Godesberg)에서 본당 활동을 통해 생겨난 자선단체로 인도주의적 개발, 사회사업, 사목, 교육, 정보, 인권 등과 관련된 사업을 아프리카, 아시아, 오세아니아, 중남미 및 동유럽에서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 이 자선 단체는 사이클론 「이다이」 로 피해를 입은 모잠비크에 긴급원조를 제공한 바 있다.
창립 50주년을 맞아 프란치스코회 재단의 회원들에게 교황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수도자와 헌신적인 신자들의 공동체인 여러분들이 선의를 가진 모든 이들의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보기 좋은 모습입니다. 그것은 전세계의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이 보다 나은 미래의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는 일에 그들이 동참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성인의 모범
교황은 이들이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의 모범을 잘 따르고 있다면서, 프란치스코 성인은 가난한 이들과 함께 살기를 원했고 빈곤의 참 의미를 찾으려 애쓰셨다고 말했다.
"성인은 이 방법을 통해 그리스도의 평화를 발견했고, 당신 자신이 이런 섭리의 선물에 의해 사는 사람이 되셨습니다. 이와 같은 성인의 정신에 따라 창립된 여러분들의 「선교 센터」는 평범하게 시작했지만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가진 자선기구로 성장했고 세계적인 연대와 형제애를 자랑하는 단체가 되었습니다.”
이어서 교황은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이 예수님의 요청을 받들어서 실천하신 역사적 사실에 대해 이야기한다. "프란치스코, 가서 폐허가 된 내 집을 보고 고쳐주십시오!" 당시 교회는 여러가지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었고 성인은 그 상황을 체험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프란치스코 성인은 복음의 정신에 따라 살겠다는 결심으로 일을 시작한다.
교황은 오늘날에도 사람들이 교회의 한계상황에 부딪혀 고통을 겪는 일이 종종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현재 직면하고 있는 도전에도 불구하고 모든 이들의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우리의 사업에 전념하자는 다짐을 우리 스스로 원한다고 교황은 말한다. “그래서 결국 여러분의 「선교 센터」는 이 소중한 헌신을 계속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교황은 그들이 모든 사람들의 유익과 모든 피조물의 보호를 위하여 자신들의 약속을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바란다며 자신의 연설을 마무리했다.
출처: Vatican News, 06 April 2019, 12:26, By Lydia O'Kane / 번역 장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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