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조르노 파파

담쌓는 사람

MonteLuca12 2019. 4. 2. 06:37

낭만의 둘레길로 단장된 낙산의 성벽을 가본 것은 불과 몇 년 전이다. 나는 어려서 낙산 기슭에서 살았다. 그곳은 내 인생 제2막의 무대였다. 눈만 뜨면 보고 살던 그 성벽이 그렇게 크고 긴 줄 몰랐다. 옛날엔 그저 우리가 사는 공간과 그 옆에 딱지조개처럼 붙어있던 집들을 가르는 담장일 뿐이었다. 그 담이 나를 바깥 세상과 떼어놓고 있다는 생각은 아예 해본 적도 없고, 그토록 엄한 규칙생활도 저 너머 동네에 대한 동경의 싹조차 내 마음 안에 틔우지 못했다.

 

비무장 지대를 가르는 우리의 철책선이 통일의 심볼로 승화된 베를린 장벽처럼 터지는 날을 살 수 있을까? 아메리카 대륙 허리에는 어쩌자고 그렇게나 큰 담이 새로 올라가고 있는가? 교황님의 마음 속엔 예루살렘의 분쟁과 함께 그런 것들이 걱정으로 쌓여있는 것 같다.

 

마음에 쌓는 담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교황님은 모로코 사목방문을 마치고 돌아가는 기내에서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이슬람교와의 대화, 신앙과 양심의 자유, 프랑스 리용대교구 바르바랭 추기경의 재판, 이주민 문제 등에 관한 회견이 진행되었습니다. 그 중에서 어제 올린 기사 “예루살렘”에 연관된 것으로 추정되는 교황님의 말씀을 골랐습니다.

[필자 주] Philippe Barbarin 추기경: 소속교구 사제들이 저지른 성폭행을 은폐한 혐의로 징역 6개월의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고 교황께 사표를 제출했다. (Vatican News 3월 7일자)

 

우리 시간으로 지난밤 교황청홍보처는 교황권고 "Christus vivit” (26일 게시글 참조)이 로마시간 4월 2일 공포될 것이라고 보도했다는 소식도 전합니다.

담을 쌓는 사람은, 그로 인해 갈라진 사람들에 의해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될 것이다.”

담을 쌓을 것인가? 다리를 놓을 것인가?

다리를 놓는 것보다 담쌓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자기가 쌓은 담장으로 인해 감옥에 갈 것이고 다리를 놓은 사람들은 먼 길을 끝까지 갈 수 있을 것이다. 교황은 다리를 놓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보 안드리치(Ivo Andrich)의 소설 "드리나강의 다리"에 나오는 이야기에서 늘 감동을 받는다고 했다. 사람들이 소통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하느님께서 천사들의 날개를 가지고 다리를 놓으셨다는 내용이다.

대신 담장은 의사 소통을 가로막고 고립을 조장하며
, 결국 그것을 쌓은 사람을 감옥에 가게 만들 것이라고 교황은 말했다.

출처: Vatican News, 31 March 2019, 22:42, By Linda Bordoni / 번역 장주영

드리나강의 다리 (The Bridge on the Drina)

1945년에 발표된 장편 역사소설이다. 《보스니아 이야기(트라브니크 연대기)(1945)·《사라예보의 여자》로 이루어진 3부작 역사소설의 첫 작품이다. 이 작품은 작가이자 외교관이며 역사학자였던 이보 안드리치(Ivo Andrić)가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일 때 나치가 점령한 베오그라드의 자택에 은거하며 집필한 소설이다. 유고슬라비아의 수난의 역사를 통해 인간의 운명과 인생의 주제를 뛰어난 언어 묘사로 추적한 작가적 역량이 높이 평가되어 1961년 노벨문학상이 수여되었다.

 

[Tip] 우리나라에서는 4종의 번역서가 출판되었습니다. 인쇄본 4종 중 3종이 품절 또는 절판되었습니다. 저는 어제 저녁 ebook 고작 2,880원에 샀습니다. 그런데, 뷰어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오래된 인쇄본을 스캔한 것입니다. 읽기에 많이 불편하지만 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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