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딱지를 떼자마자 떠난 고향집에 학부를 마치고 돌아왔다. 눈이 녹으면 입영열차를 탈 것이라 믿었건만 처절한 외로움 속에 4월을 맞고 있었다. 소년기를 갓 접어들었을 때까지, 아늑한 보금자리였던 '우리 집'은 오래전 출가한 나를 쉽게 받아주지 못했다. 어제 산책 길에 그때를 추억하게 하는 바람을 만났다. 유난히 봄 바람이 심한 동쪽 끝 내 고향엔 행복한 기억 말고도 남아있는 것이 있다.
4월의 첫 아침, 바람은 잦아들었지만 제법 많이 흩뿌려진 꽃잎이 아직 떠나지 않은 겨울의 마지막 자락을 보게한다. 유치한 습작 시에 제목으로 붙인 적 있는 '꽃샘'이란 말이 어려서는 참 예쁘다고 생각했다. 봄의 설레임을 싣고오는 진달래, 개나리를 지워버리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지만, 그때 이후로 이맘때가 되면 더 생각나는 것은 배꽃이다. 어렸을 적 '우리집' 뜰에 담뿍 담겨있던 따뜻한 사랑이 너무도 그리웠다. 온화한 위로와 위안을 애타게 찾아 헤매고 있었다. 꽃말을 알기 전에 품게된 가슴앓이다.
그때를 회상하며 언젠가 적어둔 글이 하나 있다.
"비탈진 밭에 수줍게 고개숙인 하얀 꽃, 혼자 있기 외로워서 일까, 새색씨 처럼 수줍어서 일까?
옆옆이 기대어 바람결에 고운 머리결 날리며 짓궂은 '샘쟁이 바람'에 사랑이 듬뿍 담긴 눈을 흘기는 소녀들의 군락이 어제 본 것 처럼 생생하다."
부활의 달이 찾아왔다. 그 많은 찌꺼기들이 바람에 다 실려 갔으면 좋겠다. 새로운 마음으로 '은총'을 만날 거란 설레임이 있다. 은근히 '꽃샘 바람'을 기다리는 배꽃처럼...
교황님은 어제 모로코에 가셨습니다. 며칠전부터 Vatican News는 관련기사를 보도하면서 이슬람 국가인 모로코로서는 교황님 방문이 획기적인 일이라고 특징짓고, 이번 방문이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의 이슬람사원 총격사건에 대한 위로의 의미도 담고 있다고 논평했습니다. 아래 기사는 도착 후 이주자들과의 만남에서 하신 교황님의 말씀입니다.
교황은 토요일 라바트교구의 「카리타스 센터」에서 이주자들과 만나는 동안 계속되는 ‘집단이주’ 현상에 대해 말했다.
"하늘을 향해 울부짖는 상처"
교황은 "이 만남은 당신들과 항상 가까이 있는 저의 마음을 여러분에게 한번 더 보여 드릴 수 있는 기회입니다. 그리고 21세기를 시작하면서 계속해서 세계를 괴롭히는 크고 깊은 상처에 대해 토론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습니다”라는 말로 연설을 시작하며 그 상처는 하늘을 향한 울부짖음이라고 했다.
교황은 2018 년 12 월 마라케슈(역자주: 모로코 서부의 도시)에서 개최된 ‘정부간회담’에서 채택된 세계협약에 관해 언급하면서 그 문서의 중요성은 이주의 문제를 국제사회의 관심사로 이끌어 내는데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협약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은 이주민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보여주고 싶은 민낯에 관한 것이며 인간 삶의 가치에 관한 것입니다."
"교회의 중심 한가운데"
교황은 참석한 이민자들에게 "당신들은 소외된 사람들이 아닙니다. 당신은 교회의 중심 한가운데 있습니다. "라고 말했다. 교황은 ‘받아들이고’, ‘보호하고’, ‘지위를 인정해주고’, ‘사회구성원으로 통합시키는’ 네 가지 단어에 함축된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이런 노력을 통해 우리가 인간의 존엄을 보장하는 공간을 창조하기 위한 공동의 전략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방안은 우리가 참조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해 줄 것이며 그런 방식으로 모두가 함께 노력한다면 좀더 품위 있고 안전하며 서로 도우며 사는 삶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든 사람에게는 미래를 꿈꿀 권리가 있습니다"
"이주민 형제자매들이여, 교회는 당신들의 여행에 수반되는 고난을 알고 있으며, 당신들과 그 고통을 나누고 있습니다. 모든 인간은 살아갈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꿈을 꿀 수 있는 권리가 있으며, 우리의 ‘공동의 집’(역자 주: 교황회칙 「찬미받으소서」에 나오는 용어로 인간이 사는 터, 즉 지구를 말함)에서 살 곳을 찾을 당당한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은 미래를 꿈꿀 권리가 있습니다."
출처: Vatican News, 30 March 2019, 19:48, Christopher Wells / 번역 장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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