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님의 묵상

포용적 자본주의

MonteLuca12 2019. 11. 12. 10:51

 

그것이 무엇이든 오래전에 지나온 이들에겐 관심이 적어지기 마련이다. 은경축이 그렇다. 그러나 금경축은 누구에게나 괄목할 일이다. 환갑잔치처럼 은혼식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진 것 같은데, 금혼에 이른 노부부의 이야기에는 대부분 놀랍다는 댓글을 단다. 25년과 50년이 가지는 의미에 현격한 차이가 있다.

 

‘50년’의 가치는 단지 장구한 세월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것은 '해방의 해'인 ‘聖年’의 깊은 뜻에 연결된다. 성년의 뿌리는 구약시대의 희년(禧年)이다 “너희는 이 오십 년째 해를 거룩한 해로 선언하고, 너희 땅에 사는 모든 주민에게 해방을 선포하여라. 이 해는 너희의 희년이다. 너희는 저마다 제 소유지를 되찾고, 저마다 자기 씨족에게 돌아가야 한다.”(레위 25, 10) 세상 재물은 모든 사람이 공평하게 나누어 가져야 한다는 정신이 깃들어 있다.

 

경제는 우리에게 전문적이고 학문적인 개념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백만장자부터 가장 가난한 이들에 이르기까지 모든 인간은, 매순간 마시는 공기처럼 경제의 환경 속에서 살아간다. 긴 역사를 거치면서 수많은 이론과 학설이 생겨났다 사라졌고, 엄청나게 많은 경제모델이 설정되었다 없어졌다. 인류의 삶을 극단적으로 갈라버렸던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도 결국 경제가 만들어낸 사회체제의 갈래가 아닌가?

 

교회는 경제와 무관하지 않고 거기서 등을 돌릴 수 없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재화는 모든 인간에게 베푸신 사랑의 선물이라는 진리를 수호하고, 공동선을 위해 사용되도록 관리할 책임을 지고 있다. 공정배분과 효율적 증식이라는 다소 상충되는 가치선택의 혼란이 늘 따라다닌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회칙 「찬미받으소서」 제93항의 말씀을 되새긴다.

“사실 교회는 사유재산의 합법적 권리를 옹호합니다. 그러나 또한 분명히 모든 사유 재산에 대한 사회적 부채가 있다는 사실도 언제나 가르칩니다. 재화는 하느님께서 정하신 보편적 목적에 이바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선물을 소수를 위하여 사용한다면 하느님의 계획에 맞갖지 않는 것입니다.”

(필자 주: 회칙에 인용된 요한바오로 2세의 연설과 강론 말씀)

 

‘포용적 자본주의’ 실천운동 회원들을 만난 교황

윤리 없는 경제는 ‘버리는 문화’의 원천

교황은 ‘포용적 자본주의’ 실천운동 회원들을 만나 세계 차원의 빈곤퇴치에 기여하는, 더욱 공정하고 인도적인 경제부흥을 촉구했다.

 

교황은 사람과 국가의 조화로운 통합이 이루어지지 않고, 불평등의 확산이 입증되는 가운데 빈곤의 정도가 높아지는 것이 세계적인 상황이라고 말한다. 인류와 지구가 헤쳐 나가야 할 가장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어, 이 문제를 다룰 수 있는 공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효과적 시스템이 시급히 요구된다는 것이다.

 

교황은 월요일, ‘포용 자본주의’ 운동을 촉진하는데 진력하는 비영리단체인 ‘포용 자본주의’ 실천운동 회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여러분의 단체가 공고한 결속을 꾸준히 유지하면서, 경제와 금융이 인간에게 유익한 윤리적 방식으로 접근하게 변화되도록 노력해 주십시오.”

 

교황은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언급하면서, 사업은 고귀한 소명이며 富를 생산하고 세상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사업경영은 관련된 분야에 풍성한 결실을 가져다 주고, 특히 일자리 창출이라는 공동선의 필수적인 부분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한다.

 

모든 인간의 완전한 발전

 

교황은, 진정한 발전이란 경제성장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며 각 개인과 모든 사람의 경제적 성장을 촉진해야 한다는 성 바오로6세 교황의 말씀을 상기시켰다. “그것은 단순히 예산의 균형을 맞추거나 사회기반시설을 개선하거나 다양한 소비재를 제공하는 것이 아닙니다. 의식개혁이 필요한 일이며, 부족한 이들을 향한 관대한 마음을 바탕으로, 견고한 경제 모델을 새롭게 수립하여 때묻지 않게 하고 꾸준히 강화해 나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경제의 윤리와 도덕

 

“윤리적 관심과 동떨어진 경제체제는 단순히 사회질서를 지키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와 폐기물로 채워진 ‘버리는 문화’를 초래합니다. 우리가 경제활동의 도덕적 기준을 인식할 때, 타인의 유익과 그들의 완전한 발전을 원하고 보호하고 싶어 하는, 형제애가 담긴 자선적 행동을 할 수 있게 됩니다.”

 

교황은 사업과 경제활동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이 세상의 재화를 늘리고 모든 사람들이 더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함으로써, 공동선을 위하여 일하는 고귀한 소명을 가지고 있음을 상기시켰다.

 

“그것은 결국, ‘더 많은 것을 갖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것을 하는 것’의 문제입니다. 마음과 생각을 새롭게 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간이란 언제나 사회와 문화, 경제적인 삶의 중심에 있어야 하는 존재입니다.

 

정의와 인간 경제

 

교황은 전 인류를 염두에 두고, 사회교리의 핵심적 원칙을 따라, 보다 공정하고 인도적인 경제를 부흥하는데 애쓰는 이 단체의 헌신에 감사를 표했다.

 

“우리의 형제자매 중 어느 누구도 빼놓거나 뒤로 돌려놓지 않는 ‘포용적 자본주의’는 우리의 고귀한 염원이며 여러분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할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출처: Vatican News, 11 November 2019, 14:32, 번역 장주영

https://www.vaticannews.va/en/pope/news/2019-11/pope-francis-economy-inclusive-capitalism.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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