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님의 묵상

Domus Ecclesiae

MonteLuca12 2019. 11. 14. 20:04

참으로 야속하다. 아무리 애를 써도 떠오르지 않는 기억이 그렇고, 버리려 노력해도 머리를 떠나지 않는 그리움도 똑같다. 애달프고 아쉬운 마음에 들러붙어 있는 지게미를 털어낼 재간이 없다. 사랑과 미움이 상반되는 것 같지 않고, 선과 악이 깨끗하게 분리된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경계가 희미하고 구분이 모호하다. 뒤엉켜 살아온 연륜에 끼어 있는 때가 그저 두루뭉술하게 뭉쳐 있는 혹은 아니다. 진리를 깨우친 슬기는 아니더라도 어깨너머로 훔친 인생의 이치를 어설프게 터득한 것이라 믿고 싶다.

 

그 삶을 한없이 동경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선택한 길이 순탄치 않았음을 한탄하지도 않는다. 특이하게 시작된 인생여정은 줄곧 그 표식을 달고 있었다. 그것이 우리 사이에 실재하는 벽을 허물어 주었고, 죽을 때까지 그 가운데 선이 그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참으로 오랜 세월 행복하게 살았다. 엄연히 존재하는 '다름'을 잘 지켜내야 하는 무거운 짐을, 내가 지고 있다는 것을 안다. 끝까지 그 책임을 잊지 않을 것이다.

 

“평신도는 그들 나름대로 사제요, 예언자요, 왕이신 그리스도의 삼중사명에 참여한다.”(평신도 그리스도인 15항) “평신도의 모든 일, 기도, 사도적 활동, 부부생활, 가정생활, 일상노동, 신심의 휴식은 성령 안에서 그 모든 일을 하고 더욱이 삶의 괴로움을 꿋꿋이 견뎌낸다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느님께서 기쁘게 받으실 영적 예물이 되고(베드2, 5 참조) 성찬례 거행 때 주님의 몸과 함께 정성되이 하느님 아버지께 봉헌된다. 또한 이와 같이 평신도들은 어디서나 거룩하게 살아가는 경배자로서 바로 이 세상을 하느님께 봉헌한다.”(교회헌장 34항) 또한 “평신도는 신앙을 복음으로 받아들이고 말과 행동으로 선포하며 용기 있게 죄악의 정체를 밝히고 고발하는 역량과 책임을 부여받았다.”(교회헌장 35항)

 

'일반알현'에서 교리교육 중인 교황

신앙인의 모델인 평신도 부부

교황은 사도행전에 관한 교리교육에서 평신도에 관해 이야기했다. 사도 바오로는 코린토 선교여행에서 독실한 부부인 아퀼라와 프리스킬라를 만나게 되는데, 이 부부는 찾아오는 이들을 환대하는 모범적 그리스도교인이라고 교황은 말한다.

 

수요일 일반알현에서 교황은, 바오로 사도가 코린토로 여행하면서 이 부부의 집에 머물게 된 사연을 소개한다. 천막을 만드는 직업을 가진 아퀼라와 프리스킬라 부부는 사도들이 했던 것처럼 바오로 사도에게 거처를 제공하고 극진히 대접했다.

 

박해와 환대

 

교황은 사도행전에 관한 교리교육을 계속하면서, 독실한 기혼부부가 보여준 환대의 의미에 초점을 맞추었다.

 

교황은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신자들에게 원고 없이 즉흥적으로 설명한다. “황제 클라우디우스가 유다인들에 대하여 내린 추방령으로 인해, 이 부부는 로마에서 코린토로 이주하게 됩니다. 이 사실에 비추어보면 유다인들이 역사를 통해 겪은 고통이 얼마나 큰 것이었는지 상상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추방당하고 박해를 받고 많은 잔혹행위를 겪었습니다.”

 

“유다인을 박해하던 악습이 여기저기서 다시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유다인들은 우리의 형제들이고 그들은 박해를 받아서는 안 됩니다.”

 

교황은 원래의 주제인 ‘환대’로 돌아와서 코린토에 있는 아퀼라와 프리스킬라 부부의 집이 사도들뿐 아니라 그리스도 안에서 형제자매가 된 이들에게 개방된 것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이어간다.

 

Domus ecclesiae (교회의 집)

 

아퀼라와 프리스킬라 부부의 집은 복음을 듣고 성찬전례를 거행하는 장소가 되었다. 그 집은 ‘Domus ecclesiae' 즉, ’교회의 집'이 된 것이다. 교황은 바오로 사도가 이집에 모인 공동체에 대해 한 말을 전해준다.

 

오늘날에도 종교의 자유가 없고 그리스도교 신앙의 자유가 없는 일부 국가들에서는, 신자들이 기도하고 미사를 봉헌하기 위한 모임을 숨어서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교황은 상기시킨다.

 

평신도의 역할

 

“아퀼라와 프리스킬라 부부는 바오로 사도의 수많은 협력자들을 대표하는 평신도의 모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들 부부는, 그리스도인 공동체를 위하여 책임감을 가지고 헌신하는 모든 결혼생활자들의 모범이 되었습니다. 아울러 이 부부처럼 굳은 믿음을 가지고 복음화에 헌신하는 분들 덕분에, 우리 교회가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전임 베네딕토 16세 명예교황의 말씀을 인용하면서 교황은 교리교육을 마무리한다. “우리 교회는 처음부터 평신도들에 의해 전파되었습니다. 평신도 여러분도 세례성사를 통해 받은 신앙수호의 책임을 충실히 수행하셔야 합니다.”

출처: Vatican News, 13 November 2019, 12:48, 번역 장주영

https://www.vaticannews.va/en/pope/news/2019-11/pope-at-angelus-married-couples-laity-models-for-the-faith.html

 

'교황님의 묵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최고의 궁전  (0) 2019.11.16
디지털 세상  (0) 2019.11.15
마귀의 질투  (0) 2019.11.13
포용적 자본주의  (0) 2019.11.12
다시 짓는 마음의 성전  (0) 2019.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