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님의 묵상

디지털 세상

MonteLuca12 2019. 11. 15. 20:31

컴퓨터가 개인용으로 분화되던 초창기부터 나는 그것을 사용해 왔다. 그러니 그것이 인류의 손에 친숙한, 일반적 문명의 利器가 된 역사는 그리 길지 않은 것이다. 초고속으로 진화해온 개인용 컴퓨터는 상당기간 홀로 업무를 처리하며 외로운 환경에 있었다. 거기에 수만개의 날개가 달린 것은, 통신과 맞물리면서부터다. 입력-연산-기억-검색-출력에 머물던 기본기능에, 정보와 데이터를 주고받는 소통기능이 추가되면서 그야말로 천지개벽 수준의 변화를 몰고 왔다. ‘인터넷’이 오늘을 사는 인간 삶을 떠받치는 가장 보편적 공공기반시설(infrastructure)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누리망’이라는 멋진 우리말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이유는, 전 세계를 아우르는 통신망이 가진 초국가적 의미 때문일 것이다.

 

“고리타분 아날로그, 참신한 디지털”이라는 개념이 한동안 세태를 풍자했다. 따지고 보면 2진수, 0과 1의 조합을 가지고 정보를 기록하고 처리하는 컴퓨터의 기본 원리를 일컫는 말이 디지털이니, 아날로그 세대도 그리 슬퍼할 일은 아니다. 사랑과 미움, 기쁨과 슬픔, 희생과 봉사, 모두가 촉촉한 감성의 산물이다. 내가 사랑하는 이를 위해, 내가 알지 못하는 그 누구를 위해, 원수 같이 미운 놈을 위해서도 기도하는 마음을 2진수는 풀어내지 못한다. 웃음과 눈물도, 경색된 가슴의 통증과, 최고조의 기관차 엔진처럼 빨라진 심장의 박동도 디지털의 참신함과 거리가 멀다. 저것은 차고 이쪽은 따뜻하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내리신 사명은 불변이지만 ‘사명이행’의 대상은 세상이 정한다. 복음이 필요한 곳은 ‘지금, 여기에’ 사는 인간의 삶 속이다. “肉化를 거부한 천사”, 엊그제 읽은 교황님의 말씀을 되새긴다.

 

'디지털 세상의 아동존엄성 증진' 회의 참석자들을 만난 교황

디지털 세상에서 미성년자 학대 방지를 위한 구체적이고 긴급한 조치

교황은 목요일, “디지털 세상의 아동 존엄성 증진 - 개념에서 행동으로, 2017년부터 2019년까지”라는 주제로 바티칸에서 열린 국제회의에서 연설했다.

 

교황은 과학기술 전문가, 언론인, 기업가, 국회의원, 부모, 종교 지도자 등의 관계자들에게 디지털 세상의 범죄와 피해로부터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시급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청했다.

 

교황은 80명의 회의 참가자들에게 “지구상에서 폭력과 아동학대는 근절되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교황청 과학원과 아동 존엄성 동맹 및 아랍에미리트 정부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이 회의는, 11월 14일부터 15일까지, 이틀간 열리고 있다.

 

“우리 모두 어린이들의 눈을 봅시다. 그들은 바로 여러분의 아들과 딸입니다. 우리는 그들을 하느님의 작품이며 자녀로 사랑해야 합니다. 그들은 행복한 삶을 누릴 권리가 있습니다. 우리는 그 권리를 지켜주기 위해 가능한 모든 것을 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틀간의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 중에는 각기 다른 공동체에서 온 고위 종교지도자, 전문가, 학자, 정책 입안자 및 기술과 산업계의 지도자들이 있었다.

 

정보 기술의 축복과 골칫거리

 

교황은 정보통신 매체의 놀라운 기술발달이 어린이들, 특히 가난하고 도시 중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아이들에게 큰 기회를 제공한 것에 대해 감사를 표했다.

 

“그러나 문제는 미성년자들이 이러한 기술에 안전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미성년자들이 건강하고 차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켜주고, 용납할 수없는 범죄폭력이 그들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아주고, 그들의 신체적 정신적 순수성에 심각한 위해가 가해지지 않도록 보호해야 합니다.”

 

“불행하게도 미성년자들을 디지털 세상의 위험으로 내모는 사람들은, 디지털 기술을 사용하여 원격으로 아동학대 조직을 만들어 그 일을 시키고 있습니다. 그들의 기술과 조직이 아동학대에 대항하기 위한 노력과 자원을 능가하는 상황이 대단히 비극적입니다.”

 

“아동에 대한 학대와 착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그 형태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고 난폭해지고 있으며, 대상 연령도 점차 낮아지는 추세입니다. 인간존엄성이 완전히 무시된 상태에서 외설물이 넘쳐나고, 그 증가세가 가히 폭발적인 디지털 세계의 현상이 참으로 개탄스럽습니다. 이 상황은 쉽게 인신매매로 연결됩니다.”

 

“더 혼란스러운 것은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미성년자들이 광범위하게 외설물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로 인해, 미성년자들이 심각한 중독에 빠지고 폭력적인 행동과 정서적이고 성적인 관계에 있어 곤경에 빠지게 됩니다.”

 

구체적이고 시급한 조치

 

교황은 ‘개념에서 행동으로’라는 이 회의의 주제를 상기시킨다. "미성년자에게 초래된 피해에 가해지는 도덕적 비난은 즉각 구체적인 대안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우리가 시간을 끌면 끌수록 이 죄악은 단단히 자리를 잡아 이겨낼 수 없게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표현의 자유와 공익의 균형

 

“표현의 자유를 합법적으로 행사하는 것과 사회적 공익 사이에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미성년자들이 범죄행위에 빠져들지 않고 디지털 미디어를 문명의 이기로 이용하게 될 것입니다.”

 

“디지털 사업을 운영하는 회사들은 그동안 이 분야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기반의 기업으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그들이 인터넷 개발을 이끌어 왔고 우리에게 많은 편익을 제공해 왔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회사들이, 자기들이 사용하는 사업방식에 대해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책임을 지지 않는 점은 비판받아 마땅한 일입니다.”

 

교황은 디지털 기술의 엄청난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인신매매분야, 테러활동 계획, 혐오주의와 극단주의 확산, 정보조작 및 아동학대 분야에서의 부정적인 영향이 큰 문제를 일으킨다고 말한다.

 

교황은 미성년자의 삶과 존엄성을 해치는 범죄활동에 대응하기 위한 적절한 입법 및 실행 조치를 촉구했다.

 

기업의 책임

 

교황은 아울러, 대형 디지털 기술회사들을 향해서 미성년자의 순수성과 그들의 미래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사업운영을 하라고 호소한다.

 

“이를 보장하는 한 가지 방법은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가 미성년자의 연령을 확인하여 포르노 사이트에 접속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음란물을 처음 접하는 평균연령이 11세이며, 계속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시기 바랍니다.”

 

교황은 이렇게 제안한다. “기업들은 미성년자의 부모와 공동으로 교육적 책임을 이행하시기를 당부합니다. 아울러 컴퓨터 엔지니어들이 인공지능기술을 이용하여 온라인 유통에서 불법적이고 유해한 이미지를 식별하여 걸러내고, 우리 시대에 맞는 새로운 기업윤리를 설정하고 발전시켜나가시기 바랍니다.”

출처: Vatican News, 14 November 2019, 14:47, 번역 장주영

https://www.vaticannews.va/en/pope/news/2019-11/pope-francis-digital-child-abuse-congress-vatican.html

'교황님의 묵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머니이신 성교회  (0) 2019.11.17
최고의 궁전  (0) 2019.11.16
Domus Ecclesiae  (0) 2019.11.14
마귀의 질투  (0) 2019.11.13
포용적 자본주의  (0) 2019.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