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주간 동안 아마존 시노드에서 논의된 의제 중에서 종신부제의 사제서품에 대한 내용이 전 세계를 잠시 달구었다. 시노드가 한참 진행되고 있을 때에, 이 의제는 지엽적인 것일 뿐이라는 취지의 교황님의 말씀이 있었다. 원래 핵심은 제쳐두고 말초적인 관심사에 집중하는 것이 세속적 습성이지만, 인간의 촉은 언제나 그런 것만 따라 다닌다. 교황청의 신설 부서인 「평신도가정생명부」의 첫 공식 회의에서 이 사안에 관해 교황님께서 하신 말씀이 실렸다. 이것이 결정의 방향인지 분명하지 않고 더더욱 공식입장은 틀림없이 아니지만, 그대로 정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기사를 골랐다.
평신도와 여성의 위상과 역할에 관한 말씀이 부쩍 눈에 띈다. 이미 50년도 더 전인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평신도의 사명은 새롭게 정립된 바 있다. 그리고 1988년에 반포된 사도적 권고 「평신도 그리스도인」은 오늘날의 교회 상황에서 평신도가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들을 집중적으로 다루었다. 성품에 올려지는 이들과 그 제도의 변화에 관심을 가지기보다, 하느님께서 평신도에게 주신 사도직의 사명을 확실히 깨닫고 있는지 성찰하는 노력이 우선되어야 할 과제인 것 같다.
유럽과 남미, 아프리카까지, 목자가 부족한 사목환경이 우리에게는 완전히 남의 이야기처럼 들린다. 모자라서 힘든 것과 많아서 어려운 것이 결국 불평등의 문제가 아닌가 싶다. 오늘 교황님은 “자모이신 성교회”의 품안에서 모두가 하나인 보편적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가톨릭의 방식으로 풀어가라고 가르치신다. 그 안에서 해답이 찾아지기를 기대한다.
교회의 마음은 내 마음
교황은 토요일에 「평신도와 가정과 생명에 관한 교황청 부서」(「평신도가정생명부」)의 첫 번째 총회의 참석자들에게 연설하면서, 두 가지의 기본적 자세를 가질 것을 촉구했다. 하나는 자모이신 성교회의 마음을 나누어 가지고 다른 하나는 형제적인 눈길로 바라보자는 것이다.
교황청의 개혁을 위하여 2016년에 새로운 교황청 부서가 창설되었다. 이 부서 창설 후 처음 열리는 세계총회가 “전 세계 평신도들의 신원과 사명”이라는 주제로 11월 13일부터 16일까지 개최되었다.
교황은 총회에 참석한 약 85명의 회원 및 자문위원들에게 이야기하면서, 앞으로 몇 년 동안 그들의 사업에 영감을 줄 몇 가지 기본적인 자세를 알려주었다.
어머니이신 성교회
교황이 참가자들에게 가장 먼저 주문한 것은 교회의 마음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라는 촉구였다. ‘어머니이신 성교회’라는 말이 뜻하는 대로, 가톨릭적인 느낌과 보편적인 방식으로 교회와 세상 전체를 바라 볼 것을 주문한다. 지역적인 편협한 시각이 아니라 보편적 관점으로 시각의 폭을 넓히라는 말이다.
진정한 어머니인 교회는, 마음에 드는 특정 자식을 편애하지 않고 당신의 자녀 모두를 품에 안는다고 교황은 설명했다. “교회는 언제나 다양한 부문들 간에 긍정적인 협력 모델을 제안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무의미한 대조와 적대감을 피하고 교회 안의 한 가족으로서 공동선을 향하여 형제애를 담아 협력해야 합니다.”
“또한 교회는 자기 자녀들이 어른이 될 때까지 성숙하도록 도와주고, 현대세계에서 마주쳐야 하는 도전 속에서 사회, 문화 및 정치 분야에서 확실하게 재능을 발휘하면서, 새로운 사명을 완수하도록 이끌어 주어야 합니다.”
형제적인 눈길
교황이 「평신도가정생명부」에 제안한 또 다른 자세는 서로 형제적인 눈길을 나누자는 것이다. “이런 자세는 하느님과의 개인적인 만남으로 태어나고 성사에 의해 자라나는 ‘믿음의 형제’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입니다.”
교황은 평신도가 ‘믿음의 형제’로 형성되는 것은 전적으로 일을 통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평신도들에게도 기도 생활이 필요합니다. 매일 하느님 가까이에서 친숙한 대화를 나누어야 합니다.”
“신자들끼리 형제라는 느낌을 갖게 하기 위해, 「평신도가정생명부」는 이들이 개인적 생활과 사회 속에서 그리스도의 증인이 될 것을 깨닫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어떤 환경에서든 그리스도의 현존을 드러내는 ‘눈에 보이는 표식"의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합니다.”
교황은 총회 참가자들에게 가족, 직장 및 이웃 속에서 그리스도인으로서 생활할 때 마주치는 여러 가지 어려움에 대해서도 깊게 성찰할 것을 당부한다. 가난, 지리적 거리, 사회적 불안정, 종교 박해 및 반기독교 허위선전과 같은 어려운 상황에 처한 전 세계 평신도들의 어려운 상황을 더 잘 이해하라고 주문했다.
“이것은 신자들이 창의적이고 현실적인 방법으로 생각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는 신자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그리스도께 속한 사람이라는 기쁨과 확신과 신심을 가지고 살아가면서, 선교하는 제자가 되고 삶을 증진시켜나가도록 이끌어 줄 것입니다. 또한 사람과 문화의 건전한 공존을 발전시켜가면서 공정, 정의, 평화와 자유를 지키는 사람들로 거듭나게 할 것입니다.
평신도의 사제 서품
교황은 준비된 원고를 제쳐두고 말하면서, 평신도를 성품에 올리는 것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한다. “간혹 교구업무에 봉사하는 관리자로 임명되는 종신부제들이 사제로 서품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 같습니다. 그들이 평신도들과 함께 일하는 것에 변함이 없고, 성품에 올려지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종신부제들은 제단에서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관리인들입니다. 제단에서 봉사하는 소년 복사단 보다 상위에 있거나, 사제들 아래에 위치한 직급이 아닙니다.”
교회에서 여성의 역할
교황은 「평신도가정생명부」가 매우 어렵게 두 명의 여성 차관을 임명한 것에 대해 말한다.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교황청의 평의회와 행정부에서 일할 여성이 더 필요합니다. 그들의 직책은 단순히 기능적인 것에 지나지 않을 것이란 점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교황은 교황청 재무원장 최종 후보자 명단에 있는 두 명이 여성이라고 밝혔다. 기능적인 문제이지만 여성의 조언이 중요합니다. 아직 임명 절차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여성은 자모이신 성교회의 표상입니다. 교회는 여성이고 어머니입니다.”
출처: Vatican News, 16 November 2019, 16:24, 번역 장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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