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님의 묵상

다시 짓는 마음의 성전

MonteLuca12 2019. 11. 10. 11:57

푸르디푸른 하늘에 새털구름 두 조각이 걸려있다. 점점 가늘어지며 길게 드리운 꼬리를 여러 갈래로 풀고 하늘의 바다를 헤엄쳐 간다. 잠시 멈춰서 올려다보던 머리가 현기증을 느낀다. 지구가 도는 것인지, 하늘의 물이 흐르는지, 날갯짓하는 ‘구름새’가 날아가고 있는지 분간하지 못한다. 하느님이 지으신 것이, 어쩌면 내가 보고 있는 모습과 다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친다.

 

복음의 해석에는 다들 전문가다. 선과 악의 판단에는 아량이 넓고, 규율과 교의를 이해함에 자유가 넘친다. 내 기준에 따라 사랑이 되고, 내 평가에 의해 선행이 된다. 세례 때 받은 인호는 낡은 호적에 면서기가 적은 펜글씨처럼 그 의미가 묻혀있다. 견진 받은 위세를 완장처럼 차고 다니면서, 고해는 식탁 위에 놓인 조화 보듯 건성으로 지나친다.

 

라테라노 대성당 마당을 지나, 왼쪽 끝자락에 붙은 짧은 횡단보도를 건너, 성 계단 성당에 들어선다. 약간은 체면유지를 위해, 나머지는 바라는 것을 얻어낼 목적으로, 머리악을 쓰고 계단을 오른다. 무릎의 통증이 극에 달해 잠시 반칙을 하면서, 예수님의 자비가 덮어주시기를 덧붙여 구한다. 가까스로 마지막 계단에 닿은 기분이 맨 처음 대청봉에 올랐을 때와 비슷하다. 잠시 스쳐가는 야릇한 성취감은 기도 중이라는 엄숙함에 아지랑이처럼 흩어진다. 계단 뒤편 작은 조배실의 감실 앞에서 짧은 성체조배를 했다. 이로써 ‘고행 투자’를 마무리하며 대가로 받을 보상을 셈한다.

 

라테라노 성당 앞에 세워져 있는 프란치스코 성인과 동료들의 청동상 쪽으로 나오는 길에서, 애긍을 청하는 거지를 만났다. 성 계단 성당에 들어가기 조금 전의 일이다. 그의 손길을 피해 넘어와 무릎으로 바친 나의 기도에는 적지 않은 바람이 담겨 있었다. 그 기도는 어디까지 닿았을까? 미리 마신 김칫국 같은 '셈질'이 겸연쩍고 부끄럽다. 쫓겨나는 환전상과, 희생제물 장사치들의 무리에 섞인 나의 모습을 본다.

 

 

라테라노 대성전 봉헌 축일 미사를 집전하는 교황

하느님께서는 반드시 우리를 다시 일으키십니다

 

교황은 ‘라테라노 대성전 봉헌 축일’ 미사를 집전했다. 교황의 강론은 이날 복음 중에서 세개의 구절을 인용하여 교구 공동체, 교구 사제, 교구업무 종사자에 관해 이야기했다.

 

성 요한 라테라노 대성전의 전면벽에는 라틴어로 "로마와 세상 모든 성당의 어머니요 으뜸"이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교황이 로마 교구의 주교이기 때문에 이 대성당은 ‘교황 좌 성당’이며 서구에서 가장 오래된 바실리카 양식의 대성당이다. AD 324년 11월 9일, 실베스테르 1세 교황이 봉헌식을 거행한 날을 기념하는 축일에, 교황은 언제나 이 대성전을 방문한다.

 

교황은 이날 미사에서 봉독된 복음 중에서 세개의 구절을 인용하여 교구 공동체, 교구 사제, 교구 직원들에 관해 강론하면서 이들을 위해 기도하자고 당부했다.

 

교구 공동체를 위하여

 

교황은 먼저 로마 교구 공동체에 관한 구절을 이야기한다. 그것은 이날 말씀전례의 화답송이다. “강물이 줄기줄기 하느님의 도성을, 지극히 높으신 분의 거룩한 거처를 즐겁게 하네." 교황은 이렇게 말한다. “이 도시에 사는 그리스도인들은 성전에서 흘러나오는 강물과 같습니다. 그들은 우리 마음의 사막을 비옥하게 바꿀 수 있는 생명의 말씀과 희망을 가져다줍니다.”

 

교황은 라테라노 성 요한 대성전이 “로마의 어머니 성당”이라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기도한다. 새로운 복음화의 시기를 인식하고 열정으로 가득 찬 당신 자녀들의 순종과 용기를 한번 더 보시고 위로 받으시기를 어머니께 청하는 기도였다. 복음화란 겸손하고 친절한 자세로, 그리고 마음을 비워 이웃들을 만나고, 그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라고 교황은 말한다.

 

사제들을 위하여

 

교황이 인용한 두번째 구절은, 이날의 독서인 사도 바오로의 코린토 1서의 말씀이었다. “아무도 이미 놓인 기초 외에 다른 기초를 놓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 기초는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이것이 바로 사제직의 핵심이라고 교황은 말한다. “여러분이 받은 사제직은 여러분이 속한 공동체의 구성원 모두가 언제나 그리스도의 말씀을 들으며 주님의 품을 떠나지 않도록 지켜주는 것입니다. 모든 세속성과 악의적인 타협으로부터 지켜주고, 그들의 영성적인 기반과 축복의 원천을 보호해 주어야 합니다. 탐욕스러운 늑대들과, 복음의 길에서 벗어나도록 유혹하는 자들의 공격으로부터 그들을 막아주어야 합니다.”

 

교황은 로마 교구의 사제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면서, 주님께 대한 신앙심과 사랑, 신자들에 대한 애정과 가난한 사람들을 돌보는 따뜻한 마음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여러분은 로마가, 그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특별한 곳임을 알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얼굴, 그들의 미소와 눈물을 마음 속 깊이 간직하시기 바랍니다."

 

교구 직원들을 위하여

 

교황은 마지막으로 교구업무 종사자들을 위한 구절을 인용한다. 예수께서 상인들과 환전꾼들을 성전에서 쫓아내는 것에 대한 복음의 내용을 설명한다. 하느님은 가끔 사람들의 고집을 꺾고 확실하게 변화시키기 위해 강력한 행동을 선택한다면서, 이 복음 구절에 담긴 중요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상인들은 이교도들의 안뜰에 있었다는 것이다. 그곳은 비 유다인들이 들어갈 수 있는 구역이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성전이 모든 사람들을 위한 기도의 집이 되기를 원하십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환전상의 탁자를 엎어 버리고 동물들을 쫓아 내기로 결정하신 것입니다. 예수님은 이런 도발적 태도가 비싼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유다인들이 예수님께, ‘당신이 이런 일을 해도 된다는 무슨 표징을 보여줄 수 있소?’하고 물었을 때 주님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셨습니다. ‘이 성전을 허물어라. 그러면 내가 사흘 안에 다시 세우겠다.’”

 

성전 재건

 

“죄인인 우리는 살아가면서, 종종 주님으로부터 멀어집니다. 우리 각자가 하느님의 성전을 파괴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주님께서 우리 안에 당신의 성전을 사흘만에 다시 지으십니다.”

 

교황은 사목자들에게 신앙과 교회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을 만나는 새로운 방법을 찾으라고 당부한다. 아무리 죄로 인해 상처를 입더라도, 이 세상에서 영원히 하느님으로부터 떨어져 나가도록 단죄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우리는 때때로 불신과 적대감에 빠져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사흘만에 당신의 아들을 우리의 마음 속에 일으켜 세우신다는 믿음을 여러분은 절대로 버리지 말아야 합니다.”

출처: Vatican News, 09 November 2019, 19:22, 번역 장주영

https://www.vaticannews.va/en/pope/news/2019-11/pope-feast-dedication-basilica-saint-john-lateran.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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