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님의 묵상

초대받은 잔치

MonteLuca12 2019. 11. 6. 12:13

잘난 체하는 모습이 눈꼴시다. 자랑인지 허풍인지 뻔한 소리를 쉴 새없이 내뱉고, 인심인지 생색인지 모두가 아는 짓을 거리낌없이 해댄다. 소설 같은 영웅담을 늘어 놓는 얼굴이 참으로 뻔뻔하다. 지가 살아온 과거를 속속들이 알고, 무슨 짓을 하고 사는지 훤히 알고 있는데 심장이 두껍기도 하다. 눈도 깜짝하지 않고 해대는 거짓말이 역겨워 속이 뒤집어진다. 점잖게 뒤로 물러서 있는 잘난 사람은 빈 깡통이 질러 대는 소리에 귀를 막는다.

 

의전용 차량이 주차장 자리를 축내며 서있고, 진품을 뺨치는 명품 핸드백의 짝퉁이 거리를 활보한다. 방학을 앞둔 중학생들의 예약러시가 강남 어느 지역의 성형외과를 달군다. 쌍꺼풀은 기본이고 웬만한 연예인 못지않은 견적을 요청한다. 공항에 겹겹이 쌓인 여행용 가방이 깊은 산의 단풍처럼 형형색색이다. 비싼 가방은 주인의 애틋한 사랑을 받아 예쁜 옷까지 입고 있다. 그 안에 담긴 짐은 얼마나 비싼 것들일까? 명품과 가짜 더미에 깔려, 진실하고 아름다운 세상의 숨통은 막혀 버린다.

 

먹고 살기 힘들다는 아우성이 온 나라를 덮어도 가진 자들은 표정관리를 고심한다. 비판과 질책이 난무하는 지면의 행간을 의도적으로 드나드는 자들이 있다. 망각효과에 기대어 노리는 것을 숨겨 놓았다. 공명정대와 청렴결백의 수면 밑에 불의와 부패의 강이 여전히 흐르고 있다. 힘없고 순진한 이들은 세상을 헤집는 두툼하고 시커먼 손에 눌려, 낮고 추운 곳으로 자꾸만 밀려난다.

 

다름아닌 ‘가림’이고 ‘치장’이다. 못나고 부족하고 신통치 않은 자들일수록 이런 짓에 능통하다. 수많은 이들이 공평하지 못한 세상을 슬퍼한다. 억울하고 분통이 터진다. 믿을 놈 없는 것 같은 세상을 개탄하고, 하느님이 무심하신 것 같아 허망해 한다. 기도를 접어버리고 신앙도 내팽개치고 싶다. 성당에서 듣고 나온 말씀이 무의미하고, 허무하게 느껴진다. 믿음, 희망, 사랑…

 

떳떳하고 당당하게 갈 수 있는 초대장이 도착했다. 소중히 받아 들고, 초대하신 분이 베푸시는 잔치에 갈 준비를 한다.

 

「산타 마르타의 집」 미사

주님은 선인과 악인 모두를 기다리신다

교황은 「산타 마르타의 집」에서 봉헌된 미사에서 이 날의 복음을 주제로 강론했다. 주님의 잔치에 초대받은 우리가 초대를 받아들일 것인지를 묻는다.

“오늘 미사에서 봉독된 루카복음에서, 예수께님서는 큰 잔치를 베풀려고 하는 사람의 비유를 말씀하십니다. 그가 초대한 손님들은 다양한 핑계로 양해를 구하면서 초대를 거절합니다. 그는 자기 종을 시켜 거절한 사람들 대신 가난한 이들과 장애인들을 불러와, 자기 집을 채우고 잔치를 즐기도록 하였습니다.”

교황은 이 복음의 이야기가 구원의 역사를 요약하고 많은 그리스도인들의 행동을 묘사한다고 말했다.


잔치는 무료입니다


“'저녁식사'나 '잔치' 같은 단어는 영원히 주님과 함께하는 천국을 비유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저녁식사 자리에서 누구를 만날지 결코 알 수 없습니다. 처음 보는 사람들을 만날 것이고, 보고 싶지 않은 사람들도 거기에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잔치의 분위기는 기쁨과 풍요로움으로 가득할 것입니다. 진정한 잔치는 무료로 베푸는 것이기 때문에, 하느님은 항상 우리를 이런 식으로 초대하시면서 입장료를 받지 않으십니다. 실제로 우리는 그 잔치에 무료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우리를 초대하신 바로 그분께서 모든 대금을 다 지불하셨습니다. 그런데 이 무료 잔치에 초대받기 전에 자신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잔치의 일반적인 모습인 호화로움에 부담을 느껴 마음을 돌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나는 가지 않겠습니다. 그냥 나와 친한 사람들끼리 만나는 모임에 가는 것이 더 낫겠습니다.’ 이런 마음은 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의 죄이며, 우리 모두의 죄인 것입니다. 외톨이가 되는 것이 당신에게 더 중요합니까? 자신 안에 갇혀 사는 당신의 모습을 생각해 보십시오. 언제나 그렇게 살고 있지 않습니까?”


개인적인 관심사보다 주님을 선택


“이런 거절은 우리를 초대하는 분에 대한 무시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그것은 주님께 이렇게 말씀드리는 것과 같습니다. ‘잔치를 열어 나를 방해하지 마십시오.’ 그것은 바로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것, 즉 주님을 만나는 기쁨으로부터 우리 자신을 닫아버리는 것입니다.”


“우리는 인생의 여정을 따라가면서 이런 선택의 상황을 여러 번 만나게 될 것입니다. 주님의 풍요로운 은총을 받을 것인가, 주님을 뵈러 찾아갈 것인가, 주님을 만날 것인가, 내 자신의 일에만 관심을 가지고 마음을 닫을 것인가 등등 다양합니다. 주님께서는 마음을 닫는 한 가지 사례를 들면서 부자가 천국에 들어가기가 매우 어렵다고 말씀하셨던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한편, 재산과 관련 없는 선한 부자와 성인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재산에 집착하고 마음을 닫아버립니다. 그래서 그들은 주님이 베푸시는 잔치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단지, 그들은 자기 손안에 가지고 있는 것들을 지키려고 노력할 뿐입니다.”


주님은 모든 이들을 기다립니다


우리의 거절에 대한 주님의 반응은 단호합니다. 주님은 계층을 불문하고 모든 이들을 잔치에 초대하기를 원하셨고 그 자리에 데려왔습니다. 심지어 선한 이들과 함께 악한 사람들도 데려오게 하셨습니다. 모든 사람이 예외없이 초대된 것입니다. 아무도 '저는 악인이라서 못 가겠습니다’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주님은 당신이 악인이기 때문에 특별한 방법으로 당신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되찾은 아들의 비유에 나타나는 아버지의 반응을 생각해 봅시다. 아버지는 간청하는 아들의 말을 막고 끌어안아줍니다. 이것이 주님의 방식입니다. 그분의 자비는 넘쳐흐릅니다.


교황은 사도 바오로가 거짓 사랑에 대하여 경고하는 제1독서로 돌아가서, 자신을 정당하다고 주장하면서 예수님을 배척하는 유다인들에 대한 예수님의 대답을 인용했다. "세리와 창녀들이 너희보다 먼저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간다”라는 말씀이다. “주님께서는 가장 홀대 받는 이들을 사랑하시면서도 주님은 우리를 불러 주셨습니다.”


교황은 이렇게 강론을 마무리한다.

“주님께서 오늘 말씀하신 이 비유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우리 삶은 어떻습니까? 나는 무엇을 선호합니까? 나는 언제나 주님의 초대를 받아들입니까? 아니면 내 관심사나 소소한 일상사에 갇혀 삽니까? 주님께서 베푸시는 잔치에 참여하도록 항상 은총을 간구하십시오. 그것은 무료입니다.”

출처: Vatican News, 05 November 2019, 12:34, 번역 장주영

https://www.vaticannews.va/en/pope-francis/mass-casa-santa-marta/2019-11/pope-mass-santa-marta-lord-waits-for-everyone.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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