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성첨례(諸聖瞻禮)라는 용어가 정겹다. ‘모든 성인 대축일’의 옛말이다. 위령성월을 열면서 이틀 연속 우리는 천상교회와 지상교회의 통공을 묵상한다. 바티칸 내사원장 추기경님은 그 원천이 삼위일체 신비라고 가르치시면서, 내일과 모레 축일을 지내는 동안 이 신비가 현실화된다고 말씀하신다.
내가 초등학교를 마치고 출가할 때까지, 주일미사를 빼놓고 본당의 미사는 모두 새벽에만 있었다. 위령의 날 봉헌되는 세 대의 미사 복사를 하고, 학교까지 뛰어가야 했다. 새벽같이 메고 간 책가방은 제의실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각을 염려해 서둘러 가방을 메어 주시던 신부님의 커다란 손길이 따뜻한 기운으로 머리를 감싼다.
마우로 피아첸차 추기경님의 글을 오래 전에 읽은 적이 있다. 다시 보는 이 어른의 말씀이 꽤 심하게 마음을 잡아당긴다. 밤이 지나 대축일이 오기 전에 이 기사를 올리겠다는 욕심에 하루가 바빴다. 오늘따라 이것저것 방해가 심하기도 했지만, 옮기기에 까다로운 부분이 많았다.
우리는 매 미사 중에 삼위일체의 신비, 천상과 지상교회의 통공에 참여한다. 내일과 모레 특별한 '축일지내기'에 고해성사를 권하는 추기경님의 말씀이 새롭다. 단어 뜻을 찾기에 고생했던 대사(indulgence)의 깊은 의미도 찬찬히 다시 공부할 작정이다. 작은 욕심이, 함께해 주시는 분들에게 축일의 의미를 눈곱만큼 전하는 공로가 되기를 소망한다.
“이 축일에 고해성사를 봅시다!”
내사원장은 모든 신자들에게 이번 주말 연이어 맞는 ‘모든 성인 대축일’과 ‘죽은 모든 이를 기억하는 위령의 날’에 고해성사 볼 것을 권고했다. 우리 자신을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자기 스스로 성사를 볼 수 없는 이들을 위하여 애덕을 베푸는 공로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화요일, 교황청 내사원장 마우로 피아첸차 추기경은 두 축일을 앞두고 모든 신자들에게 보내는 서한을 발표했다.
내사원은 교황청의 법원 중 하나로, 파문을 풀어주고, 성사장애를 관면하고, 대사(大赦)를 부여하고 관리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이렇게 죄의 용서를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내사원을 ‘자비의 법원’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모든 성인, 모든 영혼
“다가오는 금요일과 토요일 모든 성인과 모든 영혼의 축일을 지내게 됩니다. 금요일, ‘모든 성인 대축일’은 지상에 있는 교회가 하느님이 계시는 곳, 천상교회의 모든 성인들을 기억하는 날입니다. 승리의 교회인 천상교회의 성인들께 우리를 위해 전구해 주시기를 청하시기 바랍니다.”
“토요일은, 지상교회가 돌아가신 모든 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축일입니다. 그리스도를 믿다가 세상을 떠난 그분들은, 하늘의 천사들과 성인들을 모시고 찬양 노래를 부르며 깨끗하게 되신 분들입니다. 우리의 기도와 공로를 통해 연옥영혼들이 하루빨리 성인의 반열에 들 수 있도록 기도하시기 바랍니다.”.
삼위일체의 교회
내사원장 마우로 피아첸차 추기경은 삼위일체 신비를 더 잘 이해하도록 하기 위하여 이런 질문으로 서한을 시작한다. “교회란 무엇입니까? 아니면 누가 교회입니까?” 교회는 언제든 ‘삼위일체의 교회’라는 점을 추기경은 상기시킨다. “이것이 우리가 천상교회를 기억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우리는 이 세상을 떠나 구원된 형제자매들과, 그리스도 안에서 일치를 이루는 것입니다.”
추기경은 당신이 바라는 것을 이렇게 전한다. “다가오는 두 축일의 전례는 이 신비를 현실화시켜 줍니다. 먼저 세상을 떠난 사랑하는 이들을 추모하는 우리의 애틋한 마음이, 마르지 않는 교회의 보물을 이끌어내게 될 것입니다. 아울러 우리의 개인적인 기도와 참회 그리고 자선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교회의 보물인 자비
“「가톨릭교회 교리서」는 대사(大赦)가, 이미 그 죄과에 대해서는 용서받았지만, 그 죄 때문에 받아야 할 잠시적인 벌(暫罰)을 하느님 앞에서 면제받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잠벌’은 죄의 결과로 발생하는 벌로서 영벌(永罰)과는 다르지만 하늘나라에 들어가기 전에 반드시 사함을 받아야 합니다.”
피아첸차 추기경은, 종교개혁 이후 개신교의 악평에도 불구하고 각종 대사는 “교회의 자비를 나타내는 보물 그림”이라고 표현하면서, 산 이와 죽은 이 모두를 포함하는 전 신자들에게 적용 가능한 것임을 강조한다.
추기경은 간절히 호소한다. “고해성사에도 같은 자비의 보물이 담겨있습니다. 우리 모두 갑시다. 빠짐없이 가서 이 의미있는 축일에 고해성사를 봅시다.” 그리고 추기경은 고해를 주는 사제들에게 당부한다. “하느님께서는 자비를 간청하는 이들을 관대하게 받아 주신다는 것을 보여주십시오. 그러면 그들의 신앙이 더욱 굳어질 것입니다.”
영적 쇄신
“위안과 격려와 눈물이 마르기 전에 맞이하는 날들 속에는, 수많은 좋은 것이 담겨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참여하고 있는 매일의 순례 여정이 가지는 의미를 이해하게 하고, 영적쇄신을 경험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믿습니다.”
“친애하는 형제자매들이여, 성령의 은사에 마음을 활짝 여십시오. 복되신 동정 마리아, 자비의 어머니, 모든 성인의 모후, 하늘의 문이신 성모님께 교회를 의탁합니다. 또한 우리 모든 형제자매들이 천국에 들어갈 수 있도록 어머니께서 하느님의 자비를 전구해 주시기를 청합니다.”
출처: Vatican News, 30 October 2019, 16:11, 번역 장주영
https://www.vaticannews.va/en/church/news/2019-10/apostolic-penitentiary-all-saints-and-soul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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