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님의 묵상

교회는 '동네병원'

MonteLuca12 2019. 8. 30. 10:36

미어터지는 병원에서 예약시간이란 것이 별 의미를 갖지 못한다. 견디기 어려울 정도만큼 기다린 끝에 주치의를 만나고 나오면서, 별 이상이 없는 덕에 진료가 짧아진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며 길었던 불편을 깨끗하게 잊는다. 수납과 처방전 발급은 잘 세팅된 스마트기기 덕분에 쉽게 처리됐지만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승강기 앞에서 멈췄던 땀이 다시 맺힌다.

 

30년이나 이어온 병원의 정기진료를 빼고는 부부간에 친하게 지내는 전문의를 찾아 건강을 맡긴 것이 제법 됐다. 단지 아픈 것을 치료 받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게 터놓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것이 진정한 치유라는 진실을 깨달았을 뿐 아니라, 이런 의사와 환자의 관계가 편해서 좋고 즐겁기까지 하다. 환자들의 혜택을 넓히기 위한다며 바뀌는 의료제도가 소규모 의원의 운영을 어렵게 만든다는 넉두리가 퍽 슬프게 들린다.

 

경영학에는 판매자 시장’(seller's market)이란 용어가 있다. 수요-공급의 원칙에 따라 힘의 추가 공급자 쪽으로 기운 시장상황을 말한다. 시쳇말 에는 거래관계 속에 형성된 지위에 따라 불공정의 요소가 존재한다는 부정적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병들고 아픈 사람이 절대 이고 약자인 사회구조가 히포크라테스와 나이팅게일 정신을 되살려낼 여유를 없애버린 것은 아닐까? ‘公益은 결국 운영을 위한 필요조건을 넘어, 사치와 치부의 영역에서 약자들의 존엄을 밟고 화려한 모습을 뽐내고 있다.

 

교황님이 쓰신 단어로 인해 적지 않은 즐거움을 얻는다. 얼마전 올린 아마존 유역의 병원선기사에 “field hospital”이란 단어가 있었다. 그날은 현실 속의 병원이라 옮겼다. 오늘 기사에 다시 사용된 이 단어를 동네병원이라고 해석했다. 고민하다 버린 현장병원은 혹시 다음에 기회가 오면 쓰고 싶다.

 

교황님께서는 자주 병원과 같은 교회의 역할에 대해 말씀하신다. 당신의 상처를 고스란히 지니신 채 늘 우리의 삶 안에 계시는그리스도는 그 병원을 어떻게 보실까?

 

교회는 병든 사람들을 돌보는 '동네병원'

교황은 이번주 일반알현에서 우리의 행동이 다른 이들의 부러움을 사거나 증오를 불러일으킬지라도 아픈 이들을 돌봐야 하는 ‘동네병원’과 같은 것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계속되고 있는 사도행전에 관한 교리교육에서, 초기 교회공동체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봉사하도록 힘을 실어 주시는 예수님에 관해 이야기하며, 이런 모습이 특별히 성 베드로의 사도직 활동에서 잘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예수님께서는 사도들이 많은 ‘표징과 이적’을 행하도록 아낌없이 지원하셨습니다. (사도 5, 12,15~16) 초대교회는 가장 약한 이들, 늙고 병든 이들을 데려다가 돌보아 주는 ‘동네병원’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병자는 교회 안에서, 또한 모든 신자들의 ‘사제직 사명’에 비추어 특별한 대우를 받아야 할 분들입니다. 그들이 버려져서는 안됩니다. 돌보고 보살펴야 할 이들이며, 교회 공동체의 모든 이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대상입니다.”

예수님의 실존을 보여주는 베드로 사도

베드로 사도는 성령께서 강림하신 후 설교를 통해 삼천명을 개종시키고 치유의 기적을 행함으로써 사도들의 수장이 해야 할 임무를 수행했다고 교황은 말한다.

“베드로 사도가 아픔과 질병으로 인해 고통받는 이들 앞에서 행한 치유의 기적은, 그분을 통해 그리스도께서 하신 것입니다. 즉, 베드로 사도는 스승의 일을 수행한 것입니다. 믿음의 눈으로 베드로를 바라볼 때, 우리는 그 안에서 그리스도를 보게 될 것입니다."

“우리의 삶은 아파서 생긴 상처와 치유되기 어려운 질병으로 인해 그 자리에 맴돌게 됩니다. 예수님은 당신의 상처를 고스란히 지니신 채 늘 우리의 삶 안에 계십니다. 예수님은 이 병든 이들을 돌보고 도와주고 치유하기 위하여 여러분 모두의 손길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시기와 위협을 넘어

“사두가이들은 사도들의 치유력을 시샘하고 미워하여 사도들을 감금하고 구타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들의 위협에 대하여 베드로 사도는 ‘우리는 사람보다 하느님께 순종해야 한다’는 말로 응대했습니다. 이것은 위대한 그리스도인의 모습이라고 하겠습니다. 눈치 보거나 주저하지 않고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따르는 사람의 모습인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교황은 일반알현에 참여한 순례자들에게 당부한다. “하느님께서는 언제나 우리 편에 서서 당신께서 바라시는 치유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 주십니다. 하느님의 이런 뜻을 깨달을 수 있는 내적 역량을 가지도록 성령께 간구합시다.”

출처: Vatican News, 28 August 2019, 12:30, By Devin Watkins, 번역 장주영

https://www.vaticannews.va/en/pope/news/2019-08/pope-francis-general-audience-church-cares-for-sick.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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