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님의 묵상

사랑의 '좁은 문'

MonteLuca12 2019. 8. 26. 09:40

이율배반이 세상을 덮는다. 정의로운 척 한 말이 자신을 옭아매고, 공정한 척 한 짓이 자기의 삶을 휘감아 버린다. 일이 그르쳐지면 당장 머리를 돌려 탓할 사람을 찾는다. 내 잘못, 내 탓, 내 허물은 휙 돌아간 머리의 회전에 쥐여짜져 목 밑에 내려와 잠시 숨는다. ‘내 눈의 들보와 네 눈의 티끌’(마태 7, 3-4)을 말씀하신 예수님의 시선이 오늘 우리 사회를 향하고 있다. 지구의 자전속도가 회전목마 같다는 것을 못 느끼고 있었다. 돌고도는 세상을 덮고 있는 이물질이 하도 더러워, 진실과 정의, 공정과 평화가 붙어있을 자리를 잃고 원심력에 의해 우주 공간으로 날아간 것인가? 돌이켜 보고 나서야 시간의 흐름이 무척 빠르다고 생각하는 나는, 이 세상 속 극히 편협한 땅덩이 위를 이리저리 걸어 다니는 미물임을 깨닫는다.

 

미물의 마음이 편치 않다. 내 앞가림도 못해 걱정할 것이 태산 같으면서도 오늘 아침 미사의 거양성체 때 들었던 분심이 주제넘었다. 정의와 평화를 입에 담고, 사랑과 일치를 글로 썼던 것이 부끄럽다. 예수님의 질책이 분심을 이어간다. “사랑이 없는 요란한 징, 소란한 꽹과리”(1코린 13, 1)

 

교황님은 어제 주일 복음의 좁은 문은 사랑의 의무라고 말씀하신다. “Love is always demanding.” 언제나 힘들고 부담스럽다는 표현이 쓰였다. 읽는 분들이 힘들고 부담스러워하실 것을 염려해 다른 말로 옮겼다. 꼭 해야 하니까

 

 

사랑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교황은 어제 주일 낮 삼종기도에서 구원받기 위해서는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구원에 관한 질문을 받으셨습니다. ‘주님, 구원받을 사람은 적습니까?’(루카 13, 23) 이 주제는 예수님 시대에 많은 논쟁거리였습니다. 예수님은 이 질문의 초점을 뒤집으셨습니다. 몇 명이나 구원받을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잘 사용하도록 부르시는 하느님의 초대에 대한 응답의 책임수준에 관한 것이라고 답하신 것입니다.”

‘좁은 문’을 통해 들어가도록 힘쓰십시오

“예수께서는 모든 사람이 좁은 문을 통해 들어 가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가르침은 구원되는 사람의 숫자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자신 앞에 열려 있는 올바른 통로를 통과해야 한다는 것을 일러주시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넓은 문으로 연결되는 멋있는 고속도로를 약속하며 우리를 현혹하시지 않았습니다. 그 길은 결코 쉽지 않은 좁은 길입니다. 구원받기 위해서는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해야 합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편안한 것이 아니고 힘든 일입니다. 구원에 이르는 길은 결단을 내리고, 인내를 가지고 복음에 따라 살려고 애쓰지 않으면 갈 수 없는 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비유를 통해 구원에 관한 가르침을 주십니다. 집주인이 문을 닫고 걸어 잠글 때 밖에 남은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주님은 우리의 직책 때문에 우리를 알아보시는 것이 아닙니다. 주님께서 우리를 받아들이시는 기준은 겸손하고 바르게 산 삶과, 좋은 결과를 만들어낸 믿음의 삶이라는 점을 가르쳐 주시는 것입니다."

이웃을 위한 삶을 사십시오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예수님과의 진정한 통교를 회복하고, 기도하는 것이며, 성당에 가서 미사에 참례하고, 주님의 말씀을 들어 영적양식을 얻으라는 부름을 받는 것입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믿음으로 유지하고 희망을 키우며 사랑의 마음이 되살아나게 됩니다.”

“이런 삶을 살아감으로써 하느님의 은총을 입어 모든 형태의 악과 불의에 대항하여 투쟁할 수 있게 될 것이고, 우리는 반드시 이웃들의 유익을 주는 선한 삶을 살게 될 것입니다.”

"우리보다 앞서 ‘좁은 문’을 통과해 가신 복되신 성모 마리아를 생각해 보십시오. 성모님이 지나가신 ‘좁은 문’은 바로 예수님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성모님을 ‘하늘의 문’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그 문은 우리가 똑같이 따라서 지나가야 할 문으로 예수님께서 모범을 보여주셨습니다. 그 문은 편하게 넘어갈 수 없는 '하느님 마음의 문'으로 우리 모두에게 언제나 열려 있습니다.”

출처: Vatican News, 25 August 2019, 12:57, 번역 장주영

https://www.vaticannews.va/en/pope/news/2019-08/pope-at-angelus-love-is-always-demanding.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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