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님의 묵상

친교와 연대

MonteLuca12 2019. 8. 22. 17:19

달이 기운 밤이면 칠흑의 어둠이 천막을 친다. 따갑게 내리쬐던 태양이 하늘과 삼각경계를 그은 봉우리 뒤로 얼굴을 숨기면 하늘 밑 첫 동네 촌락의 공기는 서둘러 식어버린다. 제법 폭이 넓은 내가 작은 마을과 산자락 사이를 가르며 흐르고 있다. 막대에 꽂은 솜방망이가 잔뜩 머금은 기름을 태워 야트막한 내바닥에서 잠자는 물고기를 비춘다. 꿈에서 깬, 놀란 작은 민물고기들이 손가락 사이에 끼여 올라오기도 하고 움켜쥔 손바닥 사이에 잡혀서 물 밖 세상으로 나오기도 한다. 동상 걸린 듯 감각을 잃게 한 발의 냉기가 허벅지를 지나 가슴까지 올라온다. 입술이 새파래진 시골 아이들의 눈에 눈곱처럼 졸음이 끼면 불덩이가 하나씩 사라지고 열대야란 단어조차 모르는 산속 동네의 한 여름 밤 하늘에 빼곡히 박힌 별들이 하나씩 눈을 뜬다.

 

내가 한달을 지냈던 이곳의 옛 지도가 그려지지 않는다. 생각해보니 46년이나 지난 것이 놀랍다. 떠오르는 기억과 겹치는 하늘의 별만 빼고는 어디가 어딘지 도통 알 길이 없다. 그것뿐인가? 외로운 시골생활의 무료함을 달래려 아이들을 따라 천렵하던 젊은이는 살짝 늙기 시작한 껍데기를 바꿔 쓰고 있다. 새 옷의 허리춤에 매달린 건 물고기가 아니다. 주렁주렁 붙어있는 것들은 세월의 지게미다.

 

동계올림픽을 위해 쏟아부은 돈이 여기서 잠을 잔다. 나와는 상관도 없는 일에 쓸데없는 참견을 붙인다. 이런 곳에 피서 오지 못해 슬픈 마음과, 비어 있는 시설, 썰렁한 가게 때문에 상해 있는 가슴이 내 머리 속에서 맞닿아 있다. 그 해에 공사 중이던 고속도로 옆을 쾌속열차가 지나간다. 문득 여기 와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걸 실행에 옮기지 못하게 막는 질곡은 무엇인가?

 

말뿐인 삶과 위선, 교황님의 말씀이 폐부를 찌른다. 실천과 친교, 그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본다.

 

위선을 조심하십시오. 실천이 말보다 훨씬 효과적입니다.

교황은 어제 일반알현에서 그리스도인의 공동체가 성령의 강림으로 태어났고, 주님의 제자들이 서로 나누는 삶을 통해 성장했다는 점에 관해 말했다.

교황청 바오로6세홀에서 가진 사도행전에 관한 교리교육에서 교황은, 그리스도인들 간의 연대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하느님의 가족을 만드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리고 이 사랑의 공동체는 성체성사를 통하여 영적으로 성장해 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친교와 연대
하느님의 가족을 교회로 만드는 것은 연대의 역동성이며 그 중심에는 코이노니아체험이 있습니다. 교회의 기원인 코이노니아’, 그 공동체는 무엇보다도 먼저 그리스도의 몸과 피의 제사인 성체성사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그 이유를 교황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성체성사에 참여하는 것은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며 예수님과 친교를 나누는 것입니다. 이 예수님과의 친교를 통해 형제 자매들과도 친교하게 되는 것입니다."

행동과 말
교황은 말한다. “훌륭한 그리스도인이 되려면 기도해야 합니다. 그리고 끊임없이 친교하고 화해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베풀고 가장 약한 이웃을 돕지 않는다면 진정으로 회심한 그리스도인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진정한 회심이란 말보다 행동을 통해 일어나는 것입니다. 교회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늘 물질적인 욕심을 버린 그리스도인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자기가 가진 것을 아낌없이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주었습니다. 이 나라에도 자원봉사를 하는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있습니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하고 가진 것을 나누는 그들의 마음이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성경에서도 물질적 나눔과 친교의 구체적인 예를 찾을 수 있습니다. 성 바르나바의 이야기인데 그는 자기가 소유한 밭을 팔아 그 돈을 사도들에게 전달했습니다그러나 이런 긍정적인 예와는 반대로 슬프게도 부정적인 예가 하나 있습니다. 아나니아와 그의 아내 사피라는 땅의 일부만 팔아 사도들에게 주고 나머지는 자기들 몫으로 남겨 놓았습니다.”

위선의 적
우리 교회 공동체에게 가장 해로운 적은 위선입니다. 실제로 진실하지 못한 나눔이나 사랑은 위선을 키우고, 진실에서 멀어지게 합니다. 더 나아가 이기적인 사람으로 변화시키고, 친교의 따뜻함에서 멀어지게 하여 정신적 죽음을 맛보며 두려움에 떠는 운명에 빠지게 만듭니다. 이런 식으로 행동하는 사람들은 관광객처럼 교회를 배회하는 것입니다.”
교황은 이 부분을 강조하며 다음 말로 마무리했다.
오로지 자기의 이익을 취하고 유리한 상황을 만들려고 하는 행위는 다른 사람들을 정신적으로 죽게 만드는 결과를 낳을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교회와 가깝다고 말하고, 사제나 주교와 친하다고 자랑하면서 자기의 이익만을 챙깁니다. 이것이 교회를 파괴하는 위선행위입니다.”

출처: Vatican News, 21 August 2019, 11:54, 번역 장주영

https://www.vaticannews.va/en/pope/news/2019-08/pope-at-audience-beware-of-hypocrisy-actions-speak-louder-than.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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