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사전에 ‘아재 개그’라는 신조어가 등록되어 있다. 재치가 부족하고 재미없는 농담을 이르는 말이라고 그 뜻을 풀어놓았다. ‘아재’라는 호칭이 이렇게 꼰대 느낌으로 사용되는 것이 영 못마땅하다.
‘아재’는 바로 손위 항렬의 친척에 대한 친근한 호칭으로 사용했던 용어다. 나는 신앙공동체의 아저씨 아주머니도 그렇게 불렀다. 생물학적 피가 한 방울도 섞이지 않았지만 우리는 누구보다 가까운 친척이었다. 내가 아재라고 부르는 본당의 아저씨는 나의 아버지를 친형님처럼 대했다. 친구의 어머니를 부를 때 내가 사용했던 호칭도 그것이었다. ‘아재’는 천을 이어 옷을 깁는 실처럼 우리를 묶어주던 사랑의 고리였다.
하나하나가 분재를 확대한 것처럼 예쁘게 자란 소나무가 제법 넓은 공원을 촘촘히 메우고 있다. 소나무 숲 너머 이 고을을 반달모양으로 감싸고 있는 산을 내 마음이 훌쩍 타넘는다. “저 산 너머에 배론이 있는 건가? 여기서 얼마나 될까?” 한 삼십리쯤 된다는 답이 그렇게 멀 것 같지 않다는 생각에 묻혀버린다. 어제 이곳에 오느라 이동한 시간이 머릿속에 남아 거리추산의 기능을 훼방한다. “아재! 삼십리가 지척이지. 어려서 주일마다 첨례 보러 30리를 걸어왔다가 다시 산 넘어 그 길을 돌아갔잖아.” 내 생각을 읽은 조카 신부님이 멀지 않다는 뜻을 담아 그 거리를 확인하려 돌려준 답이다.
참으로 먼 거리였다. 어려서 외갓집에 갔을 때 나도 그 길을 걸어봤기 때문에 확실히 안다. 할아버지 할머니, 큰아버지 삼촌이 어울려 모시적삼을 유니폼처럼 차려 입고 삽십리 길을 걷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성체 안의 예수님을 만나기 위해 하루를 몽땅 봉헌했던 그들은 예수성심에서 흘러나오는 피로 가족이 된 사람들이었다.
나보다 조금 먼저 태어났지만 나는 그의 아재다. 중학교에 같이 들어간 동창생이지만 그는 내 조카다. 신부님과 평신도가 나누는 대화가 까까머리 어린 시절 재잘대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를 묶어주는 피는 조상들로부터 물려받은 그것보다 더 진한 것이다. 소나무 숲을 걸으며 주머니 속의 묵주알을 굴린다. 오래 잊고 있었던 친척들의 얼굴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묵주기도는 전염병의 대유행을 막아주는 방패
북아일랜드 아마(Armagh)의 에몬 마틴 대주교는 10월 1일 아일랜드에서 시작되는 코로나 바이러스 퇴치를 위한 “가족 묵주기도 바치기 운동”에 대해 설명했다.
“‘가족 묵주기도 바치기 운동’은 묵주기도 성월 첫날인 목요일에 시작되어 10월 한 달 내내 아일랜드에서 이어질 것입니다.”
아마의 대주교이자 아일랜드의 수석주교인 에몬 마틴 대주교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퇴치를 기원하며 모든 가정이 성모님의 전구를 청하는 기도에 참여해 줄 것을 당부했다.
아일랜드는 최근 몇 주 동안 코로나-19에 신규로 감염된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아일랜드 보건당국이 발표한 최근 통계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363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 지난 화요일에 보고된 한 건의 사망자를 포함하여 총 1,803명이 사망했고, 아일랜드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는 현재 35,740명이다. 북아일랜드에서는 수요일 424건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고 전체 사망자 수는 579명이다.
성모님의 보호
에몬 마틴 대주교는 바티칸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이 묵주기도 바치기 운동의 취지가 코로나-19로부터 우리를 보호해 주시는 방패가 되어주시기를 청하는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가능한 한 많은 가정이 참여해주기를 호소했다.
“저는 우리가 매우 불확실한 시기를 살고 있다는 사실을 매우 잘 알고 있습니다. 많은 가정이 자신들뿐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의 행복에 대해 걱정하고 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민생에 끼친 영향이 너무나 큽니다.”
지난 3월 열린 인류를 위한 특별 전례, 「우르비 엣 오르비」 중에 교황이 인도한 묵상의 내용을 인용하면서 대주교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모두가 같은 배를 타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폭풍우가 휘몰아치는 저 바다를 함께 헤쳐 나가야합니다. 나 홀로 떨어져 있어서는 살 수 없고 모두가 같이 노를 저어야 합니다. 이 어려운 시기에 모두가 ‘가족 묵주기도 바치기 운동’에 동참함으로써 성모님의 포근하고 안전한 품안에서 항해할 수 있게 전구해 주기를 기도하자는 것입니다. 10월뿐 아니라 다가오는 겨울의 찬바람으로부터도 보호해 주시기를 청합시다.”
대주교는 묵주가 사람들이 일상생활 중에 언제나 꺼낼 수 있는 ‘주머니 속의 기도서’라고 말한다. “묵주기도는 언제나 어디서나 바칠 수 있는 편한 기도입니다. 그러면서도 우리의 가정과 가족들을 위하여 할 수 있는 아름다운기도입니다. 묵주기도를 통해 우리는 신앙의 가장 깊은 신비를 묵상하게 됩니다.”
이어지는 제한조치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한 제한조치가 시작되면서 많은 지역에서 교회의 전례와 성사집행이 중단되었습니다. 신자들은 미사도 온라인으로 참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마틴 대주교는 많은 사람들이 모일 기회를 빼앗기고 있는 현실상황을 안타까워한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규제로 인해 모임이나 집회를 꺼리는 분위기가 심화되고 성찬례의 거행이 불가능해졌습니다.”
“전염병의 대유행이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계속해서 영향을 미치면서 묵주기도를 바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성찬례를 대신할 수는 없지만 가정에서 작은 기도모임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이번 묵주기도 성월에는 가족이 모여 함께 기도하십시오. 묵주기도의 은총이 얼마나 놀라운 것인지 깨닫게 될 것입니다. 기도의 아름다움과 영적인 깊이를 다시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마틴 대주교는 묵주기도가 선교사명을 수행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알려준다. “저는 이 묵주기도가 선교사명을 수행하는 무기라는 것을 확신합니다. 또한 이번 ‘가족 묵주기도 바치기 운동’이 새로운 복음화를 촉진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출처: Vatican News, 30 September 2020, 17:48, 번역 장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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