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님의 묵상

먹을 것을 나누어주는 교회

MonteLuca12 2020. 6. 13. 16:19

“상전이 배부르면 종놈 배고픈 줄 모른다.”는 격언에 대한 공감이 깊어진다. 라면 먹으면 된다는 말은 철없는 아이의 생각에서 나온 것일 게다. 정말 가난하지 않은 사람은 그로 인해 받는 고통을 알 수가 없다.

 

굶어죽었다는 이야기는 내가 살았던 동네에서 실제로 일어난 사건을 두고 떠돌던 소문이었다. 너 나 할 것 없이 다 어렵게 살던 시절은, 그렇게 까맣게 잊힐 정도로 오래된 과거가 아니다. ‘구호물자’란 단어가 조금도 어색하지 않은 생각의 영역에 남아 지금도 꿈틀댄다.

 

우리말이 몹시도 서툴렀던 신부님의 강론을 통해 영적인 감화를 받은 신자는 별로 없었지 싶다. 교리문답 찰고 때의 엄격한 모습에 감복하여 신심이 돈독해진 교우가 있기는 할까? 그래도 ‘신문교우’의 수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었다. 언필칭 ‘밀가루 교우’는 우리나라 교회사에서 빠질 수 없는 시대적 징표라는 생각을 걷어내고 싶지 않다.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교회는 그렇게 남아있다. 당장 굶어죽는 전쟁고아에겐 어머니 대신 보살펴줄 손길이 필요했다. 입에 칠할 풀죽 밖에 쑬 수 없는 칠남매의 아버지 눈엔 밀가루보다 더 기쁜 소식이 있을 리 만무했다. 그들에게 교회는 생명을 지켜주는 구원의 방주였다.

 

허기진 배를 부여잡고 울부짖는 이들을 위해 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분께서 하신 말씀이 생생하다. “저 사람들이 먹을 빵을 우리가 어디에서 살 수 있겠느냐?” (요한 6, 5) 오병이어의 기적, 그 현장에 있었던 군중이 오늘은 몹쓸 전염병 때문에 배를 곯고 있다.

 

구호식량을 나누어 주는 여성 봉사자의 손 (보고타)

가장 취약한 이들에게 식량을 원조하는 콜롬비아 교회
 
콜롬비아 가톨릭교회는 자국의 ‘푸드뱅크’를 통해 1,500만 킬로그램이 넘는 음식을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굶주리는 이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이 나라 가톨릭의 전 교구와 본당들은 ‘콜롬비아 푸드뱅크 협회’와 협력하여 기아에 허덕이는 빈곤층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각 지역 카리타스 네트워크가 약 150만 명의 사람들에게 1,500만 킬로그램 이상의 식품을 배분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불안정한 식량공급
 
콜롬비아 카리타스는 지난 3월말 코로나 바이러스 전염병이 전국에서 발생했을 때 이 일을 시작했다.
 
이반 두께 콜럼비아 대통령은 3월 20일 전국적으로 폐쇄명령을 내림으로써 수백만 명이 집에 갇히게 되었다.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식량부족에 허덕이는 사람들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금요일 현재 콜롬비아에는 약 44,000명의 코비드-19 확진자가 발생했고 1,500명 이상의 사망자를 기록하고 있다.
 
콜롬비아 카리타스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대유행 중에서 고통 받고 있는 취약한 가정을 돕기 위해 교회가 하는 일에, 푸드뱅크가 지대한 공헌을 했다고 밝힌다. 이 일의 목적은 각 교회 공동체 안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 그들의 굶주림을 줄여주는 것이다.
 
지역의 기증자들
 
전염병이 대유행으로 번지는 동안 푸드뱅크에 대한 기부가 증가했다. 그 덕분에 식료품과 위생키트가 까리따스 사무소를 포함한 현지 조직에 전달될 수 있었고,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이를 배포할 수 있었다.
 
플로렌시아 대교구의 교구장인 오마르 데 헤수스 메지야 지랄도 대주교는, 지역 상인들과 일반 시민들이 잉여식품을 기부할 수 있도록 수거센터를 만들었다.
 
교구청 사회사목부의 책임자는 기부금이 1파운드에서 많은 양의 음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고 전한다.
 
난민 지원
 
또 다른 대표적인 사례는 베네수엘라와의 국경에 위치한 쿠쿠타 교구의 이야기다. 이 교구에서만도 가난한 사람들에게 350만식 이상의 식량을 배급했다.
 
먹을 것을 찾아 국경을 넘나드는 수많은 베네수엘라인과 어려운 가운데 살아가는 콜롬비아인들을 돕는 '천주 섭리의 집' 활동에 지역주민들이 동참하고 있다.
 
지난 3년간 이 자선단체는 수천 명의 사람들에 대한 영적지도와 의학적 치료를 제공해 줌과 동시에 균형 잡힌 식단을 제공받도록 도와주었다. 전문직 자원봉사자들은 무료로 심리 상담과 법률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랑과 팀워크
 
콜롬비아 카리타스는, 굶주림을 줄이기 위한 자신들의 노력이 사회 각계각층에서 지원한 방대한 자원봉사자 네트워크를 통해 가능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식량 원조를 하는 것은 이웃사랑의 전형적인 모습일 뿐 아니라 연대와 팀워크의 모범적 사례이기도 합니다.”

출처: Vatican News, 12 June 2020, 11:02, 번역 장주영

https://www.vaticannews.va/en/church/news/2020-06/colombia-church-feeding-coronavirus-most-vulnerable.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