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온 뒤에 땅이 굳는 법이라 했나? 매경한고(梅經寒苦), 추운 겨울을 이겨낸 매화라야 꽃을 피운다. 아플 만큼 아파야 사랑을 아는 것은 이미 경험한 것이다.
조심하며 뒤져낸 기억이 그리 오래된 것이 아니다. 죄지은 놈이 슬금슬금 눈치보고 비스듬히 고개 돌려 게걸음치듯, 세상이 어째 어색하다. 공공의 장소에서 간이 떨어질 만큼 크게 내질러대던 재채기 소리도 듣기가 어렵게 됐다. 남의 땅 한가운데서 거리낌 없이 보여준 가상한 용기(?)가 부끄러운 짓이라는 것을 배우지 않고 깨달았다. 겪어봐야 아는 것은 하느님이 정하신 삶의 이치다.
행동하지 않는 기도가 허깨비라는 책망이 귓전을 울린다. 하느님께서 지어 선물로 주신 삼라만상 피조물을 마구 주물러 못쓰게 만든 과오를 알량한 우월감의 전리품처럼 달고 다녔다. 어리석기 그지없는 못난 인간의 일그러진 초상이 안개 걷힌 봄볕 속에 선명히 드러난다.
「찬미받으소서」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첫 회칙이나 다름없다. 먼저 발표하신 「신앙의 빛」은 선임 베네딕토 16세 교황님이 초안을 작성한 것이기 때문이다. 거기엔 프란치스코 성인의 ‘태양의 찬가’ 후렴구가 부제로 달렸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역설적으로 깨닫게 해준 생명의 존엄성, 피조물과 우리의 관계를 돌아보게 만든다.
‘찬미받으소서 특별 주년’에 바치는 기도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주일(24일) 개막된 ‘찬미받으소서 특별 주년’ 행사에 모든 신자들이 참여해줄 것을 당부하면서 이 기간에 바칠 특별 기도를 발표했다.
[역자 주] 교황은 지난 5월 17일 주일 부활 삼종기도에서 신자들에게 「찬미받으소서」 반포 5주년을 맞아, 회칙이 인준된 날로부터 이전 주간을 ‘찬미받으소서 주간’으로 지낸다며, 이 주간이 오는 5월 24일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출처: 바티칸 뉴스, 2020년 5월 18일) 한편 5월 24일부터 1년간은 ‘찬미받으소서 특별 주년’으로 지내기로 결정되었다.
교황은 주일 부활삼종기도를 바친 직후 “공동의 집을 돌보는 것에 관한” 회칙 「찬미받으소서」의 반포 5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주년에 관해 이야기했다.
교황은 이 회칙이 지구와 가난한 이들의 울부짖음에 귀 기울일 것을 촉구한다는 점을 일깨우면서, 전 세계 신자들이 ‘찬미받으소서 특별 주년’의 각종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 특별 주년은 교황청의 「온전한 인간 발전 촉진을 위한 부서」가 주관하며 2020년 5월 24일 시작하여 2021년 5월 24일까지 1년간 이어진다.
“모든 신자들이 선의를 가지고 우리의 ‘공동의 집’인 지구와, 취약한 형제자매들을 돌보는 일에 동참해 주시기를 청합니다.”
특별기도
교황은 또한 ‘찬미받으소서 특별 주년’에 바치는 기도를 발표하면서 함께 기도해 줄 것을 당부했다.
다음은 바티칸뉴스에 게재된 공식 영문 기도문이다.
사랑하올 하느님,
하늘과 땅과 그 안의 삼라만상을 지어내신 창조주시여
저희 마음을 열어 어루만져 주소서
당신께서 선물로 주신 모든 피조물과 하나가 되어 살게 하소서
고통 중에 신음하는 이들을 굽어 살피소서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을 어여삐 여기소서
전염병의 시련 중에서 아끼는 마음으로 저희가 하나 되게 하시고
서로를 감싸줄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아주소서
공동선의 증진을 위하여 일할 수 있도록 변화시켜 주시고
어느 때보다 서로 돕고 사랑을 나누는 한 형제가 되도록 이끌어 주소서
지구의 신음과 가난한 이들이 울부짖는 소리에 귀 기울이게 하시고
저희의 마음을 열어 그 외침에 응답하게 하소서
그들이 지금 겪고 있는 고통이
길이 보존될 형제애 넘치는 따뜻한 세상을 위한 산고가 되게 하소서
도움이신 성모님
저희의 간절한 기도를 어머니의 사랑스런 눈길로 전구해 주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아멘!
출처: Vatican News, 24 May 2020, 13:11, 번역 장주영
https://www.vaticannews.va/en/pope/news/2020-05/pope-francis-appeals-for-laudato-si-year-prayer.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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