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짧은 기간 동안 그렇게 많은 변화를 경험하는 것이 처음인 것 같다. 어물어물하는 동안, 눈 깜짝할 사이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 준비할 틈도 없이, 대비할 겨를도 주지 않고 마구잡이로 달려드는 침략자에게 송두리째 삶을 내주고 말았다.
모진 생명은 거기서 뿜어져 나오는 거친 기운을 이겨내려 바동댄다. 약이 오른 머리는 여기에 담긴 의미를 찾아내려 바짝 긴장한다. 서서히 적응하고 조금씩 무언가를 찾아낸다.
그것은 틀어진 궤도를 돌려놓으려는 큰 뜻의 개입이고, 헝클어진 생명의 원리를 바로잡으려는 섭리의 작용임을 깨닫기 시작한다. 오만과 방종을 털어내고 퇴폐와 환락을 척결하는 것임을 알아듣는다. 허상과 거짓 믿음을 쫒던 위선과 가식을 타파하는 심판의 손길을 느끼고 있다.
이겨내고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과거 악습을 몽땅 청산하는 것이다. 가난과 겸손의 가치가 살아난다. 신앙의 본질을 발견하고 사랑의 의미를 각성한다. 우리 삶의 중심에 하느님이 계심을 비로소 깨닫는다. 혹독한 광야 생활에 지친 머리 위로 은총의 소나기가 쏟아진다.
역경에서 부각된 숭고한 가치, 가정의 평화와 교회의 일치를 교황님께서 강론하신다. 우리는 착한 목자 예수님께서 돌보시는 목장 안에서, 한 가족으로 사는 하느님의 양떼라는 점을 일깨우신다.
가정의 평화와 교회의 일치를 위한 기도
월요일 산타 마르타의 집에서 봉헌한 미사에서 교황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팬데믹으로 집에 갇혀있는 가정을 위한 기도를 바치면서, 예수님께서 교회의 일치를 바라신다는 점을 아울러 강조했다.
많은 가정들이 지금까지 해본 적 없는 여러 가지 경험을 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가정폭력이 일어나고 있는 현실상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가족들은 집에 격리된 생활을 잘 견디어내면서 창의성을 발휘하여 가정의 평화를 지킬 수 있도록 기도해달라고 당부한다.
또한 교회가 개인적 차이를 이겨내고 일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교황은 이에 관한 강론에서 두 갈래로 나누어 이야기한다. 하나는 죄인들과 함께 식사를 한 베드로 사도를 비난하는 초대교회의 모습이다. 이날 독서인 사도행전의 내용이다. 다른 하나는 모든 이들의 목자임을 밝히는 예수님에 관한 복음말씀이다.
분열의 원천
“첫 번째 독서, 사도행전은 예루살렘의 그리스도교 공동체가 베드로사도께서 이교도들과 함께 식사한 것을 두고 비난하는 모습을 전해줍니다. 이것이 초대교회에서 발생한 많은 분열을 보여주는 하나의 예에 불과합니다.”
“이 분열의 사조는 공동체를 의로운 사람들과 죄인들로 구분 짓고, ‘우리’와 ‘그들’로 나누어 버립니다. 우리는 자신이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것처럼 올바르게 살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다른 사람들이 잘못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합니다. 실제로 그 당시 교회 분위기는 베드로 사도뿐만 아니라 예수님까지도 죄인들과 함께 식사하는 것에 대해 비난을 퍼부었습니다.”
“이런 모습은 교회가 태생적으로 안고 있는 이념의 병입니다. 우리를 이끌어 주시는 성령의 인도를 따르지 않고 이념을 더 중시하는 잘못을 저지르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분열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모두를 위해 목숨을 바치신 예수님
교황은 교황청에 함께 살고 있는 은퇴 추기경의 이야기를 전한다. “추기경께서는 교회가 강물과 같다고 말씀하십니다. 흐르는 강물은 양측 강둑을 따라 나뉘어져 흐르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모두 하나의 강 속을 흘러갑니다. 주님께서는 우리도 그런 식으로 일치하기를 원하십니다.”
교황은 복음으로 돌아가서 예수님의 말씀을 강조한다. “그러나 나에게는 이 우리 안에 들지 않은 양들도 있다. 나는 그들도 데려와야 한다. 그들도 내 목소리를 알아듣고 마침내 한 목자 아래 한 양 떼가 될 것이다.”(요한 10, 16) “예수님께는 세상의 모든 사람이 하나같이 중요합니다. 그분께서는 모든 사람을 위하여 목숨을 바치셨습니다. 선하고 의로운 이들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삶을 어렵게 하는 사람들까지 모두를 위해 돌아가셨습니다. 도둑들을 위해서도, 심지어 당신을 믿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서도 당신을 내어 놓으셨습니다. 세상 모든 사람을 구원하기 위해 돌아가신 것입니다.”
우리는 한 목자 밑의 양떼
교황은 모든 형제자매들이 유일한 보호자, 한 분의 목자가 돌보시는 목장의 양떼가 되자고 호소한다. "우리가 분열하려는 심리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주님께 간구합시다. 예수님께서 만들어주신 이 엄청난 축복을 현실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청합시다. 예수님 안에서 우리는 모두 형제자매이며, 그분은 우리 모두의 목자이십니다. 오늘 우리가 생각해야 하는 말은 '예수님 안에서 우리는 한 가족‘입니다."
출처: Vatican News, 04 May 2020, 08:03, 번역 장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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