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가 어색하고, 침묵이 낯설다. 길들여진 세상은 늘 분주했다. 찌들어 눌어붙은 삶의 찌꺼기가 억지로 씻어낸다고 풀릴 것 같지 않다. 길고 긴 굴속을 이제는 빠져 나가려나 보다. 여기서 나가면 귀를 열자. 입은 그동안 들인 습관에 따라 닫아두자. 교황님의 당부 말씀이다.
교황청의 새로운 소식을 전한다. ‘교황청 홍보를 위한 부서’는 교황청이 제공하는 기도와 축원, 교황님의 강론 등을 무료로 내려 받을 수 있게 허용했다. 시련의 시기를 이겨내도록 도움을 주자는 취지에서 신자들에게 베푸는 배려이다. Strong in the Face of Tribulation 을 클릭하면 PDF 형식의 자료를 내려 받을 수 있다. 이 링크의 이름인 “이 시련을 이겨냅시다”가 가진 의미처럼 어려운 시기를 이겨낼 힘을 주는 기도가 담겨있다. 아쉬운 것은 영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프랑스어로 된 자료만 공급된다는 점이다.
The Way of the Cross led by Pope Francis on Good Friday can be downloaded here
이 링크를 따라가면 지난 ‘주님 수난 성금요일’에 교황님이 집전하신 십자가의 길 기도문을 볼 수 있다.
침묵해야 할 때에 듣는 법을 배우자
교황은 산타 마르타의 집에서 올리는 매일 미사에서 듣는 법을 배우자고 말했다. 세상이 모두 침묵하고 있는 요즈음 귀를 열어 두자는 것이다. 또한 우리 공동체에 내재되어 있는 분열을 종식시켜 주시기를 성령께 아뢰자고 당부한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전 세계가 어색한 침묵에 빠져있고, 특히 로마의 날씨가 비로 인해 음습한 분위기에 젖은 요즈음 우리에게 들을 수 있는 능력을 구하는 기도를 바쳤다.
“비오는 날씨에 세상이 너무 조용합니다. 침묵마저도 들을 수 있을 만큼 적막합니다.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약간은 새로운 느낌을 주는 이 침묵이 우리에게 듣는 능력을 길러주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 기도합시다.”
교황은 이날 봉독된 독서, 사도행전의 내용을 인용한다. (사도 4, 32~37 참조) “오늘 독서는 초대교회 공동체의 생활 모습을 전해줍니다. 그들은 한 마음 한 뜻이 되어 아무도 자기 소유를 자기 것이라 하지 않고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하였습니다. 모든 것이 공동의 소유였으나 그들 가운데에는 궁핍한 사람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위로부터 태어나다
“오늘 복음 중 ‘위로부터 태어나다’라는 말씀은 성령의 힘으로 태어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스스로 성령을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그분께서 우리에게 오시어 우리를 변화시키실 수 있습니다. 성령께서는 우리 안에서 변화를 일으키시어 위로부터 거듭나게 해주십니다. 우리는 그 예를 초대교회 공동체에서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받아들일 마음이 있다면 이 공동체의 모습은 성령께서 하실 수 있는 일의 모범이자 이상이며 확실한 표징이 될 것입니다. 이 공동체가 보여주는 것은 화합의 모습입니다. 그 화합은 성령께서 이루어 주시는 것입니다. 성령은 모든 곳에 화합의 정신을 불어넣어 주십니다.”
“그러나 교회 공동체 안에도 분열이 나타납니다. 초대교회 공동체가 보여주는 이상적인 화합을 이루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모든 공동체에는 공동체를 분열시키는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중에서 세 가지가 분열의 주요한 요인입니다.”
돈에 의한 분열
“첫 번째 요인은 돈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그것을 먹을 때, 저마다 먼저 자기 것으로 저녁 식사를 하기 때문에 어떤 이는 배가 고프고 어떤 이는 술에 취합니다.’(1코린 11,21) ‘당신이 알아서 하시오’라는 식으로 그들을 버려두고 우리는 상관하지 않습니다. 교회 역사를 더듬어 보면 돈 때문에 교리에서 벗어난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돈은 공동체를 분열시킵니다. 이런 맥락에서 가난은 공동체의 어머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난은 공동체를 보호하는 벽입니다. 돈과 돈을 좋아하는 마음이 공동체를 갈라놓고 교회를 분열시킵니다. 심지어 가족들도 돈으로 불화를 겪습니다.”
허영심에 의한 분열
“공동체를 분열시키는 두 번째 요인은 허영심입니다. 그것은 자기가 다른 사람들보다 우월하다고 느끼는 욕망입니다. 미사에 참례하는 것도 때에 따라서는 허영심을 나타내는 사례가 됩니다. 값비싼 옷을 자랑하고 싶은 마음으로 미사에 간다면 그것은 허영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허영심도 공동체를 분열시킵니다. 허영심은 겉치레를 하게 만들고 겉으로만 꾸며진 곳에는 반드시 갈등이 있게 마련입니다.”
험담에 의한 분열
“공동체의 화합이 깨지는 세 번째 요인은 험담입니다. 다른 사람들에 관해 이야기하도록 우리의 등을 떠미는 것은 마귀입니다. 그러나 성령께서는 언제나 돈의 세속성과 허영심과 험담에서 우리를 지켜주실 힘을 가지고 계십니다.”
성령께 순종하는 기도
“주님께서 우리에게 성령께 순종할 은총을 내려주시어, 우리 자신과 우리의 공동체를 변화시켜 주시기를 청하십시오. 예수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우리 교회가 화합과 일치 안에서 사랑을 나누는 공동체가 될 수 있도록 기도하십시오.”
출처: Vatican News, 21 April 2020, 12:00, 번역 장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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