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님의 묵상

주님을 위한 24시간

MonteLuca12 2020. 3. 19. 10:54

오늘 아침 남동간에 낮게 걸려, 새벽 어스름을 힘겹게 비추던 조각달이 자기를 숨지게 할 여명을 기다리고 있었다. 새싹이 머무는 시간이 너무도 짧다. 흐르는 강물 속 동행은 순식간에 끝이 난다. 하늘 높이 떠있는 구름이 가는 곳이 어딘지 알지 못한다. 눈덩이처럼 뭉쳐진 삶도 마디마디 끊긴 사랑과 미움, 기쁨과 슬픔, 희망과 낙심이 엉켜 만들어진 얼개 속에 자리 잡고 있다.

 

거자일소(去者日疎).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지는 법이다. 바이러스가 할퀸 상처가 쉬이 낫지 않는다. 끊어지고 잘려버린 끈들이 거리를 나뒹군다. 깨진 마음의 파편들이 곳곳에 질펀하다. 단식과 용서, 회개와 기도, 사랑의 사순시기를 억지로 끄집어내기조차 힘들다. 가물가물하다. 그래! 안 그럴 적에는 얼마나 자주 성체를 찾아뵈었던가? 모두 다 핑계고 변명이다.

 

주님을 위한 24시간! 무심코 흘렸던 그 의미가 유난히 심하게 부는 바람을 헤치고 돌아와 머릿속을 맴돈다. 핑계대려는 입을 닫고 변명을 접는다. 참회예식에 참례할 준비를 해야겠다. 깨져가는 삶의 얼개를 스물 네 시간동안 추슬러 보자. 여기에 담긴 섭리가 무엇인지 찾으며 그분께 이틀을 맡겨 보자.

 

고해성사를 보는 교황

‘주님을 위한 24시간’
 
교황은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이 ‘주님을 위한 24 시간’에 참여할 것을 권고하였다. 코로나 바이러스 발발로 인해 공개모임이 금지된 국가에서는 영적인 일치 속에서 함께 기도할 것을 당부했다.
 
‘주님을 위한 24 시간’은 교황청 새복음화촉진평의회가 추진하는 참회예식으로 사순절 제4주일 전 금요일과 토요일에 매년 개최되고 있다.
 
전 세계 모든 교구의 성당은 신자들이 고해성사를 보고 성체조배를 할 수 있도록 24시간 지속적으로 문을 열게 된다.
 
특별한 상황
 
수요일 일반알현에서 교황은 이 행사를 ‘기도를 위한 중요한 사순절의 약속’이며 고해성사를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일곱 번째로 맞이하는 금년 예식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대유행으로 인해 제한된 상황에서 진행되게 되었다. 많은 국가들이 공개 모임을 금지하고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이동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황은 이와 관련해 “안타깝게도 이탈리아를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의 비상사태로 인해 이 예식을 예년과 같은 형식으로 진행하기 어렵게 됐습니다.”라고 말했다.
 
기도에 참여하기
 
교황은 세계의 신자들에게 호소한다. “모임에 제약이 없는 나라의 신자들이 ‘이 아름다운 전통’을 계속 이어가시기 바랍니다.”
 
“고해성사를 통하여 신자들이 마음으로 더 가까이 하느님의 자비에 다가가게 되기를 바랍니다. 특별히 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해 고통 받는 모든 이들을 위해 기도해주시기를 당부합니다.”
 
“주님을 위한 24시간 예식에 직접 참례할 수없는 이들은 ‘개인기도’를 통해 참회의 순간을 경험할 수 있게 될 것이라 믿습니다.”

출처: Vatican News, 18 March 2020, 12:23, 번역 장주영

https://www.vaticannews.va/en/pope/news/2020-03/pope-francis-24-hours-for-lord-coronaviru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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