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님의 묵상

‘팬데믹’의 종식을 바라는 기도

MonteLuca12 2020. 3. 17. 13:50

‘표정!’ 그것은 마음속에 품은 감정이나 정서가 겉으로 드러나는 모양이다. 내색이요 낯빛이며 얼굴 모습이다. 좋아하고 기뻐하는 표정은 그냥 보면 안다. 화내고 싫어하는 표정은 쉽게 읽힌다. 거짓말하고 감추는 표정은 속내를 알아차리기가 조금 어렵다. 관심을 보이는 사랑의 표정은 잘못 해석하기 일쑤다.

 

기도에도 표정이 있다. 기도하는 사람의 마음이 여기에 드러난다. 하느님께 보여드리는 인간의 모습이다. 가식과 거드름이 어울릴 리 없다. 과욕과 억지가 맞을 수 없다. 슬그머니 주머니에서 꺼낸 것으로 필요한 은총을 바꾸려한다면 큰 오산이다. 자비를 애원하는 겸손한 표정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기도는 억지로 짜내는 표정에서 나올 수 없다. 내가 그분께 보여드릴 수 있는 것은 생긴 대로 자연스럽게 짓는 표정이다.

 

얼마 전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일반알현에서 깜짝 놀라 손을 뿌리치는 교황님의 표정이 방송을 탔다. 흠칫 놀라긴 했지만 슬며시 벌어진 입술 사이로 웃음이 샌다. 그저 멀리 계신 분이 아니라 친근하게 잡아 주시는 손의 온기를 느낀다. 주님의 눈길도 그런 것이리라.

 

기도하시는 교황님의 표정에 많은 것이 담겼다. 당신이 좋아하시는 성모님께 매달리신다. 기적의 십자가 앞에서 간절한 마음을 열어놓으셨다. 신앙 선조들이 대역병의 공포를 겪을 때 주님께 의탁했던 그 애절함이 교황님의 표정에 담겨있다.

 

 

기적의 십자가 앞에서 기도하는 교황

‘팬데믹’의 종식을 기원하는 교황
 
교황은 주일 오후 바티칸을 떠나 로마에 있는 두 개의 중요한 순례지를 방문했다. Covid-19의 발발로 인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 세계의 모든 도시를 위한 간절한 기도를 바치기 위해서였다.
 
먼저 성모 마리아 대성당에 간 교황은 ‘로마백성의 구원이신 성모님’(Maria Salus Populi Romani)의 성화 앞에서 기도했다. 두 번째로 간 곳은 로마를 큰 전염병으로부터 보호했던 나무 십자가가 모셔진 성당이다.

교황은 사순 제3주일 오후 시간을 할애하여 성모님의 특별한 보호를 간청함으로써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격려의 마음을 전했다.
 
성모님께 먼저
 
마태오 브루니 바티칸 공보실장은 성명을 통해 교황의 기도방문을 발표했다.
 
“주일 오후 4시가 조금 지나, 교황님은 바티칸을 떠나 성모 마리아 대성당을 방문하여 ‘로마백성의 구원이신 동정 성모님’께 기도하셨습니다. 이곳에 모셔진 성모님의 성화는 복된 것으로 받들어지고 있습니다. 그런 다음, 순례하는 방식으로 비아 델 코르소(Via del Corso)를 따라 걸어서, 기적의 십자가가 있는 산 마르첼리노(San Marcello) 성당을 방문하셨습니다. 이 십자가는 1522년에 도시 전역을 행렬로 순회하면서 ‘대역병’을 종식시킨 기적의 십자가입니다. 교황님은 이곳에서 이탈리아와 세계를 강타한 ‘세계적 유행병’이 종식되기를 간절히 기도하셨습니다. 이 병에 걸린 많은 환자들의 치유를 간청함과 아울러, 돌아가신 분들의 영혼을 위한 기도를 바치셨습니다. 또한 그들의 가족과 친구들을 위로해 주실 것도 주님께 청하셨습니다. 더 나아가 교황님은 보건종사자들과 의사 간호사 등 의료인, 또한 사회적 기능이 원활하게 작동되도록 노력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지향을 가지고 기도하셨습니다. 순례를 마치고 오후 5시 30분경 교황님은 바티칸으로 돌아오셨습니다.”
 
성모님의 성화 앞에서 바친 기도
 
프란치스코 교황이 ‘로마백성의 구원이신 성모님’께 특별한 기도를 바치는 것은 잘 알려진 이야기다. 그는 성모님의 주요 축일과 해외 사목방문 전후에 이곳에 들러 성모님의 성화 앞에서 기도하곤 했다.
 
593년 성 그레고리오 대교황은 전염병을 막기 위해 이 성화를 모시고 행렬을 했고, 교황 그레고리오 16세는 1837년 이곳의 성모님께 콜레라의 지역감염을 종식시켜 주시기를 전구하는 기도를 바쳤다.
 
기적의 십자가
 
이날 교황이 두 번째 들른 곳은 세계가 겪고 있는 위중한 상황을 고려할 때 매우 의미 있는 장소라 할 수 있다.
 
코르소의 산 마르첼리노 성당은 15세기부터 성스러운 나무십자가를 모신 곳이다. 학자들은 이 십자가가 로마에서 일어난 사건의 가장 확실한 고증이라고 말한다. 화재 속에서도 살아남아 전염병으로부터 이 도시를 구해낸 것이다. 교황 성 요한 바오로 2세는 2000년 희년 중에 개최된 ‘용서의 날’ 행사의 절정을 상징하기 위하여 같은 모양의 십자가를 품에 안은 적이 있다.
 
잿더미 속에서
 
‘가장 거룩한 십자가’로 인해 일어난 수많은 기적이야기의 전통은 1519년 5월 23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날 밤 큰 화재로 교황 마르첼리노의 이름을 딴 이 성당이 완전히 소실되었다. 다음 날 아침 건물 전체가 폐허가 된 채로 발견되었지만, 잿더미 속에서 중앙제대에 모셔져 있던 이 십자가는 온전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십자가 아래에는 작은 기름 램프가 여전히 꺼지지 않고 타고 있었다.

그 장면은 로마의 신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고, 금요일 저녁마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기도를 바치기 시작했다. 교황 레오 10세는 1519년에 성당의 재건축을 명령한다.
 
로마의 '대역병'을 막은 십자가
 
화재가 있은 후 3년 뒤에 로마에는 ‘대역병’이 닥쳤다.
 
신자들은 이 기적의 십자가를 모시고 행렬을 시작했다. 시당국은 전염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금지령을 내렸지만 신자들은 이 행렬을 멈추지 않고 로마 곳곳의 길을 두루 돌아 십자가를 성 베드로 대성당에 모셨다. 이 행렬은 1522년 8월 4일부터 20일까지 16일 동안 지속되었다. 행렬이 있는 동안 전염병은 사라질 조짐을 보였으며 모든 지역의 주민들은 되도록 오랫동안 자기 지역에 십자가를 모시려고 했다.
 
십자가가 원래 모셔져있던 성당으로 돌아가자 마침내 전염병은 완전히 사라졌다.
 
1600년 이후, 산 마르첼리노 성당에서 성 베드로 대성당까지 이어지는 십자가행렬 예식은 聖年(Holy Years) 마다 개최되는 전통으로 내려온다. 희년을 선포한 역대 교황의 이름이 희년의 연도와 함께 그 십자가 뒷면에 새겨져 있다.

출처: Vatican News, 15 March 2020, 10:54, 번역 장주영

https://www.vaticannews.va/en/pope/news/2020-03/pope-francis-mary-prayer-crucifix-coronaviru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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