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이 있어도 내 편이었던 프란치스코”
프란치스코 교황의 절친한 친구이자 교황의 은세공 장인으로 잘 알려진 아드리안 팔라롤스는 먼저 하느님 곁으로 떠나버린 프란치스코 교황을 ‘무슨 일이 있어도 언제나 자기편을 들어주는 사제’였다고 말한다. 수녀들이 준비해준 커피, 우유와 함께 쿠키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던 친구에 대한 그리움이 그의 정감 어린 표현에 잔뜩 배어있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드리안 부부의 혼인성사를 주례했고, 그들의 자녀인 프란체스카와 마태오의 세례성사를 집전하기도 했다.
7대째 은세공 가업을 이어온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부에노스아이레스 교구의 대주교로 재임하던 시절 교황과 수시로 만나 신학과 예술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2002년 부에노스아이레스 대성당 복원 공사를 하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5년에는 둘이 성작을 제작하여 베네딕토 16세 교황에게 선물한 적도 있다.
둘 간의 협업은 오랜 기간에 걸쳐 이어졌다. 아드리안은 2015년 뉴욕의 매디슨스퀘어가든에서 봉헌된 미사에서 교황이 사용한 성작을 제작했고, 2022년 로마 올림픽 경기장에서 열린 ‘평화를 위한 경기’ (Match for Peace)의 트로피도 그들이 의견을 모아 만든 작품이었다.
커피를 마시며 나누었던 수다
아드리안은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교황과 함께했던 시절을 이렇게 회상한다. “저는 사제관의 문을 두드리면서 이렇게 말하곤 했어요. ‘신부님, 시간이 되시면 5분 정도만 시간을 내주십시오. 밀크커피 한잔하면서 이야기 좀 나눕시다.' 그러면 신부님은 ’좋아요. 5분, 아니 10분, 아니 20분 정도 기다리시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만나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신부님은 그때마다 저를 꼭 껴안아 주셨고 마지막엔 언제나 함께 기도했습니다.”
“우리의 만남은 늘 짧았습니다. 그러나 제가 만나기를 청했을 때 ‘안 된다.’라고 말씀하신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베르골리오 추기경은 ‘당신이 여기 있는 것은 하느님께서 당신이 여기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셨기 때문이야. 그래서 나도 당신을 만나지 않을 수 없지. 그러니 어떻게 지냈는지, 가족들은 잘 있는지 내게 말해 주어야 해.”
매일매일을 살아갈 힘을 주신 분
“교황님은 제 삶을 바꾸어주셨고 저의 아픔을 치유해 주신 분입니다. 저를 형제처럼, 친구처럼, 때론 아버지처럼 대해 주셨습니다. 제가 살아갈 수 있도록 힘이 되어주셨습니다. 제 가정사의 어려움을 잘 알고 계신 교황님께서 도와주신 덕분에 저는 지금까지 잘 살 수 있었습니다. 저는 그분과 함께하고, 그분의 보호를 받고, 그분에게서 힘을 얻은, 축복받은 사람입니다.”
“그분께서는 제게 일상을 헤쳐나갈 힘을 주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들의 아버지로 살 수 있었고, 사랑과 기쁨이 가득한 소박한 삶을 살 수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겪는 어려움을 똑같이 겪었지만, 제게는 예수님과 아버지 하느님께서 내리시는 은총에 따를 수 있도록 이끌어준 특별하고 든든한 친구가 있었습니다.”
벽돌과 먼지 속에서 함께 받은 축복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자신의 작업장을 마련했던 생생한 기억을 아드리안은 인터뷰에서 이렇게 털어놓는다.
“벽돌과 먼지투성이의 지저분한 건물 공사 현장에 베르골리오 추기경께서 찾아오셨습니다. 제가 걱정하는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분은 아무렇지도 않게 공사 현장과 일꾼들을 축복해 주셨습니다. 추기경께서는 제가 이 거룩한 일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하느님의 도움을 청하는 기도를 해주셨습니다.”
그는 그 시절을 이렇게 회상한다. “베르골리오 추기경은 늘 제 곁에 있는 사람처럼 편한 분이었습니다. 그분을 알고 지낸 것이, 제게는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이었는지 모릅니다.”
하느님 곁으로 먼저 간 교황을 애도하기 위해 로마에 온 아드리안은 말한다. “저는 제 친구지만 아버지 같은 분, 저의 목자이며 가족과 같은 분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왔습니다. 28년이란 긴 세월 동안 서로를 알고 살아온 그분이 제게는 얼마나 소중한 분이었는지 말씀드리기 위해 여기에 왔습니다.”
1998년 메달 제작으로 맺어진 두 사람의 관계는 전례에 필요한 성구가 생길 때마다 교황의 요청으로 지속되어 왔다. 아드리안은 감격스러웠던 그 날, 친구가 한 말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아드리안, 나는 로마에 남아야 할 것 같아." 그날은 그의 친구가 교황으로 선출된 날이었다.
“아들아,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잊지 말거라”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바쁘신 와중에도 가끔 제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주셨습니다. 통화를 마칠 때마다 교황님께서는 늘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들아, 내가 자주 연락하지 못하더라도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잊지 말아다오.'”
무거운 마음을 안고 여기 왔지만, 추억에서 위안을 얻은 아드리안은 선종한 친구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오랫동안 고이 간직한 사랑과 우정을 전한다. 오랜 친구였던 교황이 이제는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하던 하느님과 함께 평화롭게 쉬고 있다는 확신이 그의 표정에서 배어난다.
“이제 저는 확실히 깨달았습니다. 제가 어려움에 마주칠 때마다 저를 위해 하느님께 전구해 줄 수 있는 진정한 친구이자 성인이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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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Vatican News, 30 April 2025, 12:46, 번역 장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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