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님의 묵상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그리며

MonteLuca12 2025. 4. 22. 04:46

 

프란치스코 교황님

당신께서 그토록 사랑하시던 하느님의 품에 안기셨습니다

 

그분의 선종 소식을 들을 때만 해도 그저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설치던 잠을 내동댕이치고 몽유병 환자처럼 어두운 방구석을 휘돌다

끝내 밤낮을 분간하지 못하고 책상머리에 붙어 앉았습니다

 

호르헤 마리오 베르고글리오!

 

그분의 함자가 먹먹해진 가슴을 후려칩니다.

작별 인사를 드려야 하는데

저장하지 못하고 날려버린 문서처럼

여태껏 맴돌던 생각이

되살릴 수 없는 기억이 되어 머릿속에서 사라져 버렸습니다.

 

2019년 12월, 존경하는 그 어른의 말씀을 한없이 부끄러운 몽당연필로 옮기기 시작한 지 3개월째 되던 날 적어두었던 노트를 찾았습니다.

 

“교황님의 금경축”

서툴게 옮긴 글에 담긴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생각을 기도 네트워크 가족들에게 나누어 드립니다.

교황님의 금경축 기사를 올리며 드렸던 축하 인사를 오늘 그분의 영전에 바칩니다.

교황님, 축하합니다.

영원한 하느님의 사제

모든 영광을 하느님께 드리는 분

그저 한줌 기도로 서품 50년을 축하합니다

 

그분의 금경축 기사는 온통 사제들에 대한 사랑과 걱정과 격려로 엮여 있다.

그 안에서 하느님 백성 공동체의 아름다운 모습을 본다.

무엇을 생각해야 하고, 어떻게 하는 것이 사제들을 사랑하고 돕는 것인지.

교황님의 짧은 호소가 긴 여운으로 가슴을 울린다.

 

사제의 맘은 예수 맘

 

우리를 애써 돌보시며 어디서나 길 잃은 양 주님께 인도해 주시네

인류의 고통과 번민을 기꺼이 받아 지시고 주님의 십자가 따르네

가난한 형제들을 찾아 복음 말씀 전하시며 우리게 축복을 주시네

 

오 착한 목자 예수여 네 사제를 축복하사

거룩하게 하시옵고 네 사제 되게 하소서

 

호르헤 마리오 베르고글리오 사제의 가족

하느님과 그분의 백성을 섬긴 사제생활 50년

12월 13일은 교황이 성품에 올려진지 50년이 되는 날이다.

1969년 12월 13일, 33번째 생일을 맞은 지 나흘 만에 호르헤 마리오 베르고글리오(Jorge Mario Bergoglio)는 사제로 서품되었다. 그의 성소는 1953년 9월 21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17세 소년은, 예수님을 따라 회심한 세리, 성 마태오 축일에 고해성사를 보면서 하느님의 자비에 대한 깊은 영감을 받는다.

사제와 자비

“하느님의 자비는 사제의 삶에서 온전하게 드러납니다.” 교황은 사제들에 관해 말한다. “사제는 조용히 모든 것을 뒤로한 채 여러분 공동체의 일상생활에 전념해야 합니다. 사제는 자기의 목숨을 다른 사람을 위해 내어줄 수 있어야 합니다. 목자 잃은 양처럼 지쳐있는 이들을 보면 예수님께서 하신 것과 같이 그들에게 다가가야 합니다.”

교황은 2014년 3월 6일 로마교구 소속 사제들에게 한 훈화에서, 착한 목자의 이미지에 나타나는 바로 그런 사람의 모습이 사제라고 말한바 있다. “사제는 자비와 동정심을 가져야 하며 자기에게 맡겨진 사람들 곁에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을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모든 방법을 동원해 상처받은 이들을 찾아내기 위해 주의를 집중해야 하고 동정심으로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아픔을 치유해 주어야 합니다. 우리 사제들은 반드시 그들과 가까이 있어야 합니다. 자비의 첫 번째 의미는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것입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 교구의 대주교

사제와 성체성사

사제는 자기의 중심을 비워두어야 한다고 교황은 말한다. 사제들의 삶은 그 중심에 본인이 있는 것이 아니고 그리스도를 모셔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예수 성심 대축일인 2016년 6월 3일, ‘사제들을 위한 특별 희년’을 기념하는 미사의 강론에서 교황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미사를 봉헌하면서 매일 목자로서의 정체성을 재발견합니다. 미사를 드릴 때마다 그리스도의 말씀이 진정 우리 자신의 것이 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이는 너희를 위하여 내어줄 내 몸이다.’ 이 말씀은 사제들의 삶을 의미합니다. 이 말씀을 통하여 우리가 서품식에서 했던 서약을 매일 새롭게 갱신할 수 있습니다.”

 

사제와 고해성사

“고해성사는 사제가 하느님과 그분의 백성에게 봉사하는 역할에 있어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고해성사 안에서 하느님의 자비가 표현될 수 있습니다.” 2014년 3월 6일 로마교구 소속 사제들에게 한 훈화에서 교황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고백하는 신자들의 스타일이 각기 다른 것은 정상적이지만, 그런 차이점이 의례적인 것이라 치부해서는 안 됩니다. 그렇게 되면 윤리에 관한 교의의 문제와 자비의 적용이 간과될 수 있습니다. 방임주의나 엄격주의 모두 다 예수 그리스도를 증거하는 것이라 할 수 없습니다. 두 경우 모두 고해성사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잘 돌보는 것이 아닙니다. 엄격주의는 고해자들을 책임지지 않고 법에 옭아매려 합니다. 차갑고 경직된 방식으로 이해하려는 자세입니다. 방임주의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 사제는 분명 자비로운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죄를 최소화시켜 양심의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참된 자비는 그 사람을 돌보아주고 주의 깊게 들어주고 존중하면서 진심을 가지고 고해자의 상황에 접근하여 화해의 여정에 동행하도록 이끌어야 합니다.”

 

사제와 기도

“모든 것에 우선하여 사제는 언제나 기도하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수없이 많은 죄악의 유혹을 극복하는 것이 하느님과 일치하는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께서 아르스의 본당 신부 요한 마리아 비안네 성인의 선종 160주년을 맞이하여 사제들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교황은 매일 묵주기도를 바칠 것을 제안하며 이렇게 말한다. “성모 마리아를 바라보면서 다시 한 번 온유한 사랑의 혁명이 지닌 힘을 믿게 됩니다. 우리는 그분 안에서 겸손과 온유가 나약한 이들의 덕이 아니라 강한 이들의 덕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위에 표기한 교황문헌)

 

사제와 가난한 이들

“사제의 영성은 매일의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실제상황에서 구현되는 것입니다. 사제의 목소리는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을 짓밟아 학대하는 자들을 향해 외치는 예언자적인 소리입니다.” 교황은 당신이 반포한 교황권고 「복음의 기쁨」 183항에 이렇게 쓰고 있다. “교회는 정의를 위한 투쟁에서 비켜서 있을 수 없으며 그래서도 안 됩니다.”

 

“하느님의 나라는 이 세상에서 시작되며 우리는 이미 여기서 예수님을 만났습니다. 마지막 날의 심판은 정확하게 따질 것입니다. ‘너희는 내가 굶주렸을 때에 먹을 것을 주었고, 내가 목말랐을 때에 마실 것을 주었으며, 내가 나그네였을 때에 따뜻이 맞아들였는가? 또 내가 헐벗었을 때에 입을 것을 주었고, 내가 병들었을 때에 돌보아 주었으며, 내가 감옥에 있을 때에 찾아 주었는가?’ 그리고 우리가 얼마나 사랑했는지 심판받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성 요한 바오로 2세께서 말했듯이 정의가 빠진 사랑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목숨을 건 사제직

「아르스의 본당 신부 요한 마리아 비안네 성인의 선종 160주년을 맞이하여 사제들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교황은, “수많은 사제들이 종종 적대적이고 고립되거나 버려진 지역이나 상황에서, 심지어 목숨을 걸고 그들의 삶으로 자비의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면서 이 사제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사제들이 용기 있게 지속적으로 모범을 보여주는 것에 대해 감사하면서 격려한다. “용기를 잃지 마십시오! 주님께서는 당신의 新婦를 정화시키시고 우리 모두가 당신께로 돌아오게 하십니다.”

같은 서한에서 교황은 사제들의 성적학대 문제를 다룬다. 그는 '우리 형제'들 가운데 일부가 끼친 피해를 인정하면서 희생자들에 대한 위로와 사랑을 전한다. 이어서 그러나 “다른 이를 위한 봉사에 충실하고 너그럽게 자신의 삶을 바친 모든 사제에게는 감사드려야 마땅합니다”라고 강조한다.

 

사제들의 피곤함

2015년 성목요일에 베드로 대성당에서 봉헌된 ‘성유축성미사’에서 교황은 ‘사제들의 피곤함’에 관해 공개적으로 말했다. “나는 그것에 대해 생각하고 나는 자주, 특히 나 자신이 지쳐 버릴 때 그것에 대해 기도합니다. 외롭고 위험한 곳에 계신 많은 여러분의 보살핌에 맡겨진 하느님의 백성 가운데에서 여러분이 고생할 때 나는 여러분을 위해 기도합니다. 사랑하는 사제 여러분, 우리가 지치는 것은 하느님 나라로 올라가는 분향 같습니다. 우리의 지침은 곧바로 성부 하느님 아버지의 마음으로 갑니다.” 교황은 이 피곤함이 사제들의 보살핌에 맡겨진 하느님의 백성들로부터 왔기 때문에 긍정적인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것은 ‘양의 냄새가 나는’ 사제들의 피곤함인 것이다.

 

사제의 유머

교황은 기회 있을 때마다 사제들에게 말하곤 했다. “성인들은 기쁨과 유머 감각으로 살 수 있었습니다. 이 기쁨은 예수님과 함께함으로써 생기는 것입니다. 제게도 유머 감각을 키워 주시기를 매일 기도하고 있습니다.” 교황은 이탈리아 방송인 「TV2000」과의 인터뷰에서 “유머 감각이 당신을 기쁘게 합니다.”라는 주제로 이야기한 적이 있다. 유머는 매우 인간적인 것이지만 하느님의 은총에 가깝다고 말했다.

 

사제들을 위해 도움을 청하는 교황의 호소

교황은 사제들에게 항상 사람들과 가까워지라고 요청하면서, 동시에 신자들에게는 사제들을 도와주라고 요청한다. 2013년 3월 28일 성유축성미사의 강론에서는 이렇게 말했다. “친애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애정과 기도로 사제들이 하느님의 마음에 드는 목자들이 될 수 있도록, 여러분의 사제들 가까이 계십시오.”

출처: Vatican News, 12 December 2019, 08:40, 번역 장주영

https://www.vaticannews.va/en/pope/news/2019-12/pope-francis-50-years-of-priesthood-serving-god-and-his-people.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