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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교황청의 사순시기 특강(8)

MonteLuca12 2025. 3. 18. 06:25

 

“죽더라도 영원히 살 것이다”

 

사순시기 피정을 지도하는 교황청 강론 전담 사제인 로베르토 파솔리니 신부는 ‘죽더라도 영원히 살 것이다’라는 제목의 일곱 번째 묵상을 인도했다. 교황청의 관료들과 직원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이번 영신 수련의 주제는 ‘영원한 생명에 대한 희망’이다.

 

[일곱 번째 묵상]

 

우리는 문명의 발전과 풍요로움이 만들어낸 불멸의 환상이 지배하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그런 풍조의 영향으로 우리는 인간 조건의 한계를 느끼는데 무디어져 버렸습니다. 심지어 교회조차도 하느님 나라를 믿을 만한 증거를 제시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죽음에 관해 애써 신경 쓰지 않으려는 태도는 기다림의 시간을 평온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도록 방해하고, 끊임없이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유발합니다. 정신 사납게 만드는 주변 상황에 이끌려 가서 거기에 빠져들고 맙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확실한 선택을 어렵게 만들고, 궤도에서 벗어나도록 조장하고, 이미 내린 결정을 언제든 철회할 수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현대 사회는, 한때 사람들이 의미와 용기를 가지고 죽음을 맞이하도록 도왔던 예식과 말씀을 지워버렸습니다. 오늘날 죽음은 종종 미디어의 관심거리나 의학이 다루어야 할 기술적 문제 정도로 치부됩니다. 이런 식의 죽음과 거리를 두고 싶은 마음은 삶의 더 깊은 의미와 그리스도교 신앙이 담고 있는 희망을 이해하지 못하게 만듭니다. ‘육체의 죽음’을 ‘누나’라고 표현하신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의 획기적인 발상이 참으로 놀랍습니다. 성인께서는 죽음을 두려움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영원한 생명으로 이어지는 여정의 일부로 받아들이셨던 것입니다.

 

죄란 잘못 사용한 자유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죄는 종종 삶의 불안정함에서 벗어나려는 시도에서 비롯됩니다. 그러나 이를 진정시킬 수 있는 유일하고도 진정한 해독제는 사랑입니다. 사랑이란 구체적이고 심오한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사도 요한의 말씀이 이를 분명하게 설명합니다. “우리는 형제들을 사랑하기 때문에 우리가 이미 죽음에서 생명으로 건너갔다는 것을 압니다.” (1요한 3, 14) 끝까지 사랑한다는 것은 자신의 한계를 받아들이고, 그 한계를 아무런 조건 없이 자신을 내어주는 기회로 변화시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죽음을 피해가지 않으셨습니다. 당신 친히 죽음의 문을 통과함으로써 우리도 죽음을 받아들이고 변화될 수 있다는 모범을 보여주셨습니다. 하느님 친히 육신을 취하여 사람이 되신 것은, 세상의 죄를 사해주시기 위해서일 뿐만 아니라, 하느님께서 우리의 존재 안으로 들어오신, 믿기 힘든 사랑을 보여주시기 위함이었습니다. 마르코 복음은 십자가를 통해 구원하시는 하느님의 모순적 논리를 강조합니다. 우리는 죽더라도 영원히 살 것이라는 진리를 계시합니다.

 

바오로 사도는 갈라티아 신자들에게 하느님의 은사에 대한 신뢰보다는 두려움과 율법에 기반한 믿음으로 돌아갈 위험에 대해 경고합니다. 요한 사도는 우리에게 하느님의 영을 식별하는 힘을 기를 것을 촉구합니다. 육화강생의 신비를 단순히 관념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현실을 살아가는 구체적인 방식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이 신비는 온갖 어려움을 무릅쓰고 하느님 나라 안에 살아야 한다는 믿음을 우리의 가슴에 새겨줍니다.

 

하느님의 자녀로서, 그리고 서로 형제자매로 사는 것은, 매일 거듭나는 일을 선택하는 삶의 방식입니다. 끝까지 사랑하는 삶이 가능하다는 사실은 이미 수많은 세대를 거쳐 신앙 선조들에 의해 증명되었습니다. 우리도 자신의 삶을 통해 이 아름다운 사랑의 노래를 부를 수 있습니다.

 

출처: Vatican News, 12 March 2025, 17:54, 번역 장주영
https://www.vaticannews.va/en/vatican-city/news/2025-03/spiritual-exercises-of-the-curia-eternal-not-immortal-pasolini.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