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위대함은 ‘작음’ 안에 있다”
교황청 강론 전담 사제로 임명된, 카푸친 작은형제회 소속의 로베르토 파솔리니 수사 신부는 ‘작음’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세 번째이자 마지막 대림시기 특강을 진행했다. 여기서 말하는 ‘작음’이란 한계나 부족함을 뜻하는 말이 아니라, 만남을 위한 공간을 만드는 겸손의 의미라고 파솔리니 신부는 말한다.
“사람이 되신 말씀은 처음부터 계셨던 위대한 하느님이시지만 아직 말을 하지 못하는 연약한 아기처럼 작아지는 방법을 선택하셨습니다. ‘작음’ 속에 권능과 위대함을 온전하게 담으셨던 것입니다.”
금요일 아침, 프란치스코 교황을 포함한 교황청의 각료와 직원들을 대상으로 교황청 바오로 6세 홀에서 개최된 세 번째 대림시기 특강의 주제는 ‘희망의 문, 성탄의 예언을 통한 성년의 시작을 향하여’였다.
드러나지 않은 하느님의 위대함의 기준
앞서 열린 두 번의 특강에서 ‘경이로움’과 ‘믿음’이라는 주제를 선택했던 파솔리니 신부는 ‘작음의 한계 뛰어넘어’라는 내용으로 세 번째 특강을 이어갔다.
교황청 강론 전담 사제는 그것을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열쇠라고 풀이한다. “‘작음’은 한계나 부족함을 뜻하는 말이 아니라 땅의 어둠 속에서 싹을 틔우고 자라는 씨앗과 같은 ‘겸손하고 조용한’ 힘을 의미합니다.”
파솔리니 신부는 이 ‘작음’이야말로 하느님의 진정한 위대함을 알려주는 숨겨진 기준이라고 정의한다. 하느님께서는 사람들의 수준으로 당신 자신을 낮추심으로써 그들과 동행하시며 성장하도록 도와주신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작음’은 하느님께서 행동하시는 표준이며 ‘그분의 선택과 약속이 실현되는 공간’입니다. 그것은 상대방의 숨 쉬고 살아가고 자유롭게 표현할 권리를 인정하며, 그들과 진정한 관계를 맺고자 하는 열망에서 비롯된 의식적인 선택입니다.”
“따라서 작아진다는 것은 ‘만남을 위한 공간’을 여는 것을 의미하며, 상대방이 지닌 고유한 특징을 가리거나 덮어버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대로 받아줄 수 있게 만듭니다.”
“선을 행하기 전에 작은 사람이 되라!”
하느님의 이 섬세하면서도 결정적인 속성을 더욱 깊이 파헤치기 위해 파솔리니 신부는 마태오 복음 25장 31~46절에 기록된 최후의 심판에 대한 비유를 새롭게 해석한다.
“이 구절은 전통적으로, 주님께서 세상 마지막 날에 이웃 사랑의 척도에 따라 인류를 심판하실 것이라는 의미로 이해됐습니다. 그러나 이 비유의 더 깊은 의미는 모든 민족, 더 나아가 복음을 듣지 못한 사람까지도 ‘주님의 가장 작은 형제들’에 대한 사랑을 통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그리스도인의 책임이 크고도 무겁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그 책임은 단순히 이웃을 위해 선을 행하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선을 행하도록 허용하는 것도 포함합니다. 그들이 인간으로서 최고의 면모를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작아짐은 하느님께 대한 순명과 충실함의 기준이 됩니다. 그러므로 선을 행하기 전에 자신을 작게 만드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아름답고도 필요한 일입니다.”
작음과 복음화
파솔리니 신부는 말한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자녀들이 단지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들로부터 사랑받을 수 있는지 깨닫게 되기를 바라십니다.”
“이는 다른 사람들에게 선하고 관대한 사람이 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뜻합니다. 이처럼 더 깊이 사랑을 나누는 방식은 다른 사람이 자신의 인간성을 온전하게 드러낼 수 있는 공간을 허용하는 데서 비롯됩니다.”
“이웃을 사랑한다는 것은 ‘무장이 해제된 온유함’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들에게 다가가서 그들이 우리의 연약함을 마주 대하고 받아들이도록 허용하고, 가장 어려운 일인,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받도록 하는 것’을 실천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작아짐’이야말로 진정한 ‘복음화의 실천’인 것입니다. ‘작음’은 인간이 삶아가는 모습이자 인류애의 표현으로 깊은 생명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것은 다른 사람이 형제적 사랑을 실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성인의 모범
파솔리니 신부는 ‘작음’을 실천하신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의 삶을 모범적 사례로 인용한다. 프란치스코 성인이야말로 ‘작음’을 주님을 따르는 기준이자, 우리의 가장 깊이 있는 정체성 일부로 삼았던 분이라고 말한다. 이어서 프란치스코 성인이 술탄 알 말리크 알 카밀(Sultan al-Malik al-Kamil)과 만났던 이야기를 들려준다.
술탄은 이 만남 이후에도 개종하지는 않았지만, 프란치스코 성인을 환대하고 이 만남이 진행되는 동안 최선을 다해 성인을 모셨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파솔리니 신부는 선행이 그리스도교인들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며 다른 사람들이 선행을 실천하도록 허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다른 사람을 판단하지 않고 진정성을 갖는 것
최후의 심판에 대한 비유의 또 다른 중요한 측면은, 주님께서 내리시는 최후의 심판이 있기 전에 인간의 성급한 판단을 중지해야 한다는 가르침이라고 파솔리니 신부는 말한다.
그는 이 비유의 제목을 ‘모든 판단의 마감’으로 바꾸자고 제안하면서, 우리가, 우리의 역할도 아닌 다른 사람을 판단하는 짓을 멈춘다면 진정으로 중요한 것에 집중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일러준다. 우리의 행동에서 불필요한 것이 사라지고 진정성이 더해질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인다.
“감사는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아무런 조건 없이 주고받는 것입니다.”
완전한 무상
“기회주의적 동기와 기대를 피함으로써 인간에게 있어서의 유일한 진정성인 ‘완전한 무상’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이는 상호 보상이나 비교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행동에서 벗어나는 것을 포함합니다.”
“그때 가서야 비로소, 우리는 심오하고 구체적인 행복에 마음을 열게 될 것입니다. 아무런 가치도 없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우리 자신을 온전히 내어놓으면서 다른 사람들도 우리에게 똑같이 하도록 허용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무의식적인 선의 가치
“‘무의식적인 선’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진정한 열쇠입니다. ‘무의식적인 선’이란 우리가 깨닫지 못한 채 행했지만 다른 사람들이 알아볼 수 있는 선을 말합니다.”
파솔리니 신부는 세 번째 특강 주제를 이런 말로 마무리한다. “마지막 날에 우리는 놀라운 사실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기대하신 것이 전혀 없고, 오직 우리가 사랑으로 그분과 같이 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소망만을 품고 계셨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실천한 선행이나 악행의 양이 얼마나 되는지가 아니라, 그 행위를 통해 우리가 우리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자기 자신이 그렇게 되었는가 하는 것입니다.”
작은 것을 추구하며 희망을 나누십시오
파솔리니 신부는 성탄과 희년을 앞두고 모든 사람에게 복음의 희망을 나누기 위해 작은 존재가 되는 길을 선택하라고 당부한다.
그는 특히 적대적이거나 무관심한 것처럼 보이는 세상에서 아버지의 자비로운 얼굴을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연약한 아기 예수님의 사랑스러운 모습 안에서 지극히 자비하신 하느님 아버지의 용안을 뵙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오랜 세월에 걸쳐 성장해온 교회가 지금의 모습에 대단한 것을 덧씌우려 하지 말고 온 마음을 다해 희년의 문턱을 넘어선다면 진정으로 큰 희망이 맛보게 될 것입니다.”
금년 대림시기의 마지막 특강은 ‘2025년 희년을 위한 기도’를 바치며, 주님의 은총이 인류를 복음의 씨를 뿌리는 성실한 일꾼으로 변화시켜 주시기를 청하고, 아울러 믿음과 희망 속에서 ‘새 하늘과 새 땅’을 기다리게 해 주시기를 간구했다.
출처: Vatican News, 20 December 2024, 12:20, 번역 장주영
https://www.vaticannews.va/en/vatican-city/news/2024-12/father-pasolini-the-greatness-of-god-lies-in-smallness.html
'교황님의 묵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5년 2월의 기도지향 (0) | 2025.02.07 |
---|---|
2024년 성탄 메시지와 「우르비 엣 오르비」강복 (0) | 2024.12.26 |
2024년 교황청의 대림시기 특강(2) (1) | 2024.12.15 |
2024년 교황청의 대림시기 특강(1) (0) | 2024.12.08 |
2024년 12월의 기도지향 (1) | 2024.12.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