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님의 묵상

2024년 교황청의 대림시기 특강(1)

MonteLuca12 2024. 12. 8. 16:03

‘하느님의 경이로운 새로움에 마음을 여십시오’

 

교황청 강론 전담 사제로 새로 임명된 로베르토 파솔리니 신부의 첫 번째 대림 특강이 ‘경이로움의 문’이라는 주제로 교황청에서 열렸다.

 

[역자 주] 프란치스코 교황은, 1980년부터 세분의 교황을 섬기며 교황청 강론 전담 사제로 헌신하다 2020년 추기경으로 임명된 라니에로 칸탈라메사 신부의 뒤를 이어, 지난 119일 카푸친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수사 겸 성서학자 로베르토 파솔리니 신부를 새 교황청 강론 전담 사제로 임명했다.

 

“하느님의 새로움, 곧 ‘육화강생’의 신비 앞에서 느끼는 경이로움은 주님의 성탄을 기다리는 여정 속에 있는, 또한 새로운 희망을 기대하며 희년의 문턱을 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우리의 마음을 일깨우는 첫 번째 자극제입니다.”

 

“우리는 천사 가브리엘이 전해준 구세주의 잉태 소식을 듣고 보여준 마리아의 놀람에서 배워야 할 점을 찾아야 합니다. 그것은 자연스럽게 하느님 계획에 순명하고, 자유롭고 의식적으로 참여하고자 하는 마음입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먼저 경직된 마음을 풀어야 합니다. 두려움, 체념, 냉소와 같이 우리의 마음을 닫아버리고 무겁게 짓누르는 모든 위험한 것들에 대해 단호하게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할 때에야 비로소 우리는 모든 것을 새로운 눈으로 보고, 현실 속에 이미 뿌려져 있는 복음의 씨앗을 인식하여 하느님의 희망을 세상에 전할 준비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새로 교황청 강론 전담 사제로 임명된, 카푸친 작은형제회 소속의 로베르토 파솔리니 수사 신부는 금요일 아침, 바티칸의 바오로 6세 홀에서 열린 대림 특강을 통해 프란치스코 교황을 포함한 교황청의 각료와 직원들에게 이러한 영감을 전했다.

 

세 번에 걸쳐 진행될 이번 대림 특강의 나머지 주제는 ‘희망의 문’‘성탄의 예언을 통한 성년의 시작을 향하여’로 정해져 있다.

 

경이로움의 문을 열다

 

로베르토 파솔리니 신부는 44년 동안, ‘복음의 기쁨과 빛을 전하는’ 교황청의 설교자로 봉사해온 전임자, 라니에로 칸탈라메사 추기경에게 진심 어린 감사의 인사를 전한 후, 첫 번째 묵상의 주제인 ‘경이로움의 문’을 열어 줄 것을 참석자 모두에게 요청했다.

 

그는 예언자들의 목소리, 엘리사벳의 반대할 용기, 마리아의 겸손과 순명 등, 세 가지 주제에 초점을 맞추어 특강을 진행했다. 파솔리니 신부는 역사적 사건의 의미를 깊이 이해하고 있던 예언자들이 대림시기의 도전과제가 무엇인지 알려주었다고 말한다. "역사를 통해 하느님께서 인간과 함께하시고 섭리하시는 과정을 깨달았던 예언자들은 하느님께서 하실 수 있는 일뿐만 아니라 우리 삶과 세상의 역사 속에서 성취하고자 하시는 계획이 얼마나 놀라운지를 우리에게 일깨워줍니다."

 

예언자들의 목소리: 희망으로 이끄는 경고

 

대림시기의 전례는 우리에게 특별히 예언서의 말씀을 많이 들려준다고 교황청 강론 전담 사제는 말한다. 예언자들의 목소리가 우리를 무관심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예레미야 예언자가 일러준 대로, 예언자들의 말씀은 우리 안에서 두 가지 효과를 만들어냅니다. 하나는 경고입니다. 그분들의 경고가 우리에게 희망을 열어줍니다. 그 경고는 하느님의 변함없는 사랑을 재확인하게 만들고 그분의 백성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신다는 사실을 알려주기 때문입니다."

 

"예언자들의 경고는 우리가 듣기에 거북할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하느님의 음성이 희망의 길을 다시 열고자 할 때 더욱 그렇습니다. 오랫동안 고통, 실망, 불확실성으로 점철된 현실 속에서 좋은 소식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습니다. 새로운 일이 일어나기가 그리 쉽지 않다고 믿게 만드는 유혹이 늘 우리 마음에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보라, 내가 새 일을 하려 한다. 이미 드러나고 있는데 너희는 그것을 알지 못하느냐?’(이사 43,19) 이사야 예언자의 이 말씀은 우리가 현실에서 더 이상 새로운 빛의 희망을 기대할 수 없다는 유혹을 받는 바로 그 순간에 우리를 찾아옵니다."

 

"우리가 도전해야 할 과제는 하느님께서 여전히 우리의 삶과 세상의 역사 속에서 이루고자 하시는 계획 앞에서 경이로움을 다시 일깨우는 것입니다."

 

엘리사벳과 마리아

 

파솔리니 신부는 이러한 예언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준비를 하기 위해, 엘리사벳과 성모 마리아, 두 여성을 언급한다. 그분들은 구원의 역동성을 만들어내는 데 필요한 두 가지 근본적인 태도를 구체적으로 보여주었다고 설명한다.

 

"엘리사벳은, 늘 해오던 대로 평범해 보이는 상황과 관계 속에서 용감하게 '아니오'라고 말했습니다. 나자렛의 마리아는 하느님께서 섭리하시는 예상 밖의 상황에 '예'라고 답해야 할 필요성을 깨닫고 하느님의 뜻을 자유롭고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였습니다."

 

파솔리니 신부는 복음 사가 루카가 전하는 엘리사벳과 그녀의 남편 즈카르야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고령의 사제인 즈카르야가 오랫동안 바라고 있었지만 불가능해 보이는 사건, 즉 아들의 탄생 소식을 들었을 때, 믿지도 받아들이지도 못한 사실을 상기시킨다.

 

"아들의 잉태를 믿지 못한 즈카르야는 말을 할 수 없게 되었고 뒤늦게 얻은 아들의 할례식에서 천사가 일러준 이름을 판에 적을 때까지 그의 혀는 풀리지 않았습니다. 친척들이 아버지의 이름을 따서 아이의 이름을 짓자고 제안했을 때, 엘리사벳이 나서서 말합니다. ‘안 됩니다. 요한이라고 불러야 합니다.’"

 

"즈카르야는 ‘하느님께서 기억하신다’는 뜻이고, 요한은 ‘하느님께서 자비로우시다’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아기의 새로운 이름을 현재 상황에 맞추어 해석하면, 역사는 물려받은 것으로부터 영향을 받지만, 하느님께서 작용하실 때에는 언제나 자기 자신을 초월하고 새로운 가능성으로 열릴 수 있는 능력을 지닌다는 것을 암시합니다."

 

"즈카르야는 글 쓰는 판을 달라고 하여 ‘그의 이름은 요한’이라고 썼다. 그러자 모두 놀라워하였다. 그때에 즈카르야는 즉시 입이 열리고 혀가 풀려 말을 하기 시작하면서 하느님을 찬미하였다." (루카 1, 63-64)

 

최고의 순간이 아직 오지 않았다

 

교황청 강론 전담 사제는 엘리사벳의 반응이 시사하는 것을 이렇게 풀어낸다. "때로는, 사건의 흐름을 끊고 하느님의 새로움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날은 그 어느 때보다, 인류 역사상 특별한 시기입니다. 이런 시대를 사는 우리는 현실에 대한 영적인 관점을 회복해야 합니다. 심각한 불의와 전쟁, 폭력이 전 세계 곳곳을 괴롭히는 가운데, 해방을 위한 새로운 발견과 유망한 해법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우리는 늘 현재에 집중하다 보니 미래에 투자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내일을 단순히 오늘의 복사본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엘리자벳이 아들 요한의 운명을 하느님께 맡기며 외친 '아니요'는 어떤 것도, 그리고 어떤 사람도 단지 자신의 역사와 뿌리에 의해서만 결정되지 않고, 하느님의 은총에 의해 끊임없이 새롭게 조건이 바뀔 수 있다는 점을 일깨워줍니다."

 

마리아의 겸손과 순명

 

파솔리니 신부는 마지막으로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한 마리아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는 ‘주님 탄생 예고’ 장면을 담고 있는 복음을 읽으면서, 놀라운 육화강생의 신비를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되는 구체적인 부분들을 짚어낸다.

 

루카 복음서가 전하는 천사 가브리엘의 임무는 어떤 식으로든 마리아의 의지를 강요하지 않고 그녀의 마음에 들어가는 것이었다고 설명한다. “대화는 완전한 자유 속에서, 그리고 신뢰하는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무언인가가 이미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은 마리아에게 ‘기뻐하라!’는 명령이 떨어집니다. 마리아는 주님께서 자신과 함께 계신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것이 바로 ‘대림시기의 은총’입니다. 이는 우리의 삶이 쉽기 때문이 아니라, 주님께서 우리와 함께하시기 때문에 슬퍼할 이유보다 기뻐할 이유가 더 많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줍니다. 아직 우리에게는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습니다."

 

“마리아는 천사의 말에 큰 놀라움으로 반응합니다. 거기에는 적어도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로 누군가가 자신에 대한 사랑을 드러내면 그것은 언제나 놀라운 일입니다. 사랑은 결코 당연히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으로 인정받고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마리아의 마음이 하느님의 말씀으로 완전히 새롭게 정의될 때라고 느낀 것입니다. 마치 시간이 지나며 이미 많은 다른 진술들이 쌓이고 정리된 종이에 글을 쓰는 것처럼, 하느님의 말씀도 더 이상의 선언을 위한 공간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상태가 되었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파솔리니 신부는 특강을 이어간다. “대림시기에 우리가 기다리고 경청하는 것은 하느님의 음성이 우리에게 다시 들어와 우리가 누구이고, 그분 앞에서 어떤 사람이 될 수 있는지 새롭게 이야기하도록 만들기 때문입니다.”

 

“마리아는 인간의 기준으로는 불가능한 임신을 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모세의 율법에 따라 견디기 힘든 오해와 심판의 위기에 처했습니다.”

 

파솔리니 신부는 마리아가 처했던 곤경을 이렇게 해석한다. "하느님의 모든 부르심은 필연적으로 우리를 죽음에 노출시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하느님과 세상을 위해 온전히 바쳐진 삶을 통해 맺은 약속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종류의 책임에 대한 그와 같은 두려움은 우리를 기다리는 것의 아름다움과 위대함을 생각하는 것으로만 극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온전히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아무것도 대가도 치르지 않고 아무것도 빼앗기지 않으려는 마음을 거둬들여야 합니다. 단지 '예'라고 대답하는 것만으로는 불가능합니다."

 

"모든 진정한 복음적 결단은 우리의 삶 전체를 요구하며, 우리의 특권과 확신을 잃어버릴 위험을 감수하게 만듭니다. 하느님께 ‘예’라고 말씀드리는 뜻 안에는 우리가 이루어낸 균형과 그 안에서 머무르려는 시도를 포기해야 할 위험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 자신을 새롭게 발견하도록 돕는 길입니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마리아는 천사에게 ‘거룩한 경이로움’으로 응답하면서 ‘저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라고 묻습니다.”

 

“마리아는 하느님의 계획을 자세히 이해하려 들지 않고 그저 자유롭고 의식적으로 참여하기를 원했습니다. 천사는 그녀가 어떻게 육신을 취한 하느님의 아들을 잉태하게 될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았지만, 성령께서 그녀의 충실한 보호자가 될 것이라고 알려줍니다.“

 

“마리아는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라는 말로 방금 받은 부르심에 대한 자신의 온전한 열정을 표명합니다.”

 

파솔리니 신부는 마리아가 천사에게 마치 이렇게 말한 것 같다고 풀이한다. "당신께서 제게 받아들이라고 요청하신 것을, 지금은 제가 스스로 원해서 선택합니다."

 

새로 임명된 교황청 강론 전담 사제는 이런 말로 대림시기 첫 특강을 마무리한다. "인생의 여정에서 우리가 받는 모든 ‘예수님의 탄생 예고’는 이런 식으로 끝나야 합니다. 하느님의 빛이, 앞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일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도 영원한 약속에 대한 믿음을 갖게 할 때, 우리 안에 경이로움이 생겨나고, 우리는 마침내 '여기 있습니다'라고 응답할 수 있는 용기를 갖게 될 것입니다."

 

출처: Vatican News, 06 December 2024, 13:02 , 번역 장주영
https://www.vaticannews.va/en/vatican-city/news/2024-12/first-advent-sermon-roberto-pasolini-pope-roman-curia.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