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왕내조’, 나는 아직도 이 표현이 더 익숙하다. “타르시스와 섬나라 임금들이 예물을 가져오고, 세바와 스바의 임금들이 조공을 바치게 하소서. 모든 임금들이 그에게 경배하고, 모든 민족들이 그를 섬기게 하소서.” (시편72, 10~11) 「주님 공현 대축일」의 화답송을 들을 때마다 생목처럼 올라오는 기억이 있다. 나는 1974년 새해를 서석이라는 오지에서 맞았다. 적어도 그때는 ‘극오지’라 표현해도 조금도 지나치지 않는 소읍이었다. 머리맡에 떠놓았던 물이 사발과 완전히 한덩어리가 될 만큼 추웠고 석유를 때는 등잔이 어둠을 밝히는 도구의 전부였다. 삼왕내조축일 미사 후에 황급히 점심식사를 하고 나가신 신부님은 오후 내내 돌아오시지 않았다. 한 마디 말씀도 없는 신부님과 같이 하던 그날의 저녁식사는 한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