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님의 묵상

‘세계 조부모와 노인의 날’에 전대사 수여

MonteLuca12 2021. 6. 25. 17:11

주고받는 이야기를 들으면 요즈음 젊은이들이 기념일을 훨씬 더 세밀하게 나누는 것 같다. 옛날처럼 성대하게 치르지는 않지만 별별 이유를 다 달아 특별한 숫자에 의미를 부여하고 특정 날짜에 이름표를 달아 기억에 새겨 넣는다. 얼마 전 자기는 돌잔치 상에서 무엇을 집었는지 묻는 딸의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얼버무려 대답은 했지만 저도 그만한 딸이 있어야할 나이에 엉뚱한 질문을 하고 있다는 핀잔을 애매한 아내에게 대신 날리고 말았다.

 

벽에 걸린 백일과 돌잔치 사진이 집을 꾸미는 장식품 노릇을 한 것이 잊힐 만큼 오래된 옛 모습이 아니다. 386, 586 등 숫자의 조합이 특정하는 세대가 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경제적 격동의 시기를 살아온 사람들에게 붙여준 '베이비부머'라는 세대명도 완전히 잊힌 것은 아니다. 그 이름엔 연민의 감정이 약간 섞여있다. 의료보험 혜택과 함께 어느 선진국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교통편의를 누리는 이들에게는 ‘지공세대’라는 쉬이 알아듣기 힘든 특별한 이름이 붙어있다. 교통비가 안 들게 됐지만 무엇에 쓰랴? 마땅히 갈 곳이 없고 부르는 자리가 눈에 띄게 줄었다.

 

‘코로나 바이러스’, 품성은 못됐으나 이름 하나만은 멋지다. 이름값도 못하는 이 녀석들이 꼬리를 내리면 미뤄둔 여행부터 하겠다고 벼르는 이들이 많다. 어깨처진 아버지로 대변되는 희생양의 세대가 고희를 바라본다. 강요당한 은퇴 때문에 여행이라도 가고 싶은 의욕을 잃었었다. 자기들 부모님께는 어김없이 마련해드렸던 환갑잔치를 바뀐 세상의 눈치 보느라 건너뛰었다. 기력이 남아있는 칠순에는 기필코 여행을 떠나겠다던 소박한 소망마저 예상치 못한 그놈들의 습격으로 인해 가물거리고 있다.

 

가약(佳約) 사십년, 인생 칠십 세대의 발걸음에 차이는 돌부리가 유난히 많다. 그들에게 쉬운 이름 하나 지어 붙인다. ‘4070세대’! 개척정신에 투철하고 희생을 마다하지 않았던 자랑스러운 사람들에게 달아주는 영광의 이름표다. 끝까지 치사한 마음먹지 말고 지금까지 살아온 대로 살자. 교황님께서 금년에 새로 정하신 ‘노인의 날’에 우리의 이름도 당당히 걸어놓자.

 

‘세계 조부모와 노인의 날’에 전대사 수여
 
교황은 오는 7월 25일 지내게 될 제1차 ‘세계 조부모와 노인의 날’을 맞아 모든 조부모와 노인들 뿐 아니라 진정한 성찰과 사랑의 정신으로 이 날을 지내는 전 신자들에게 전대사를 수여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교황청 내사원은 지난 화요일 전대사 수여에 관한 교령을 발표했다. 많은 신자들이 이날을 기념하기 위해 전례와 기도로 참여할 것을 독려하고, 그들의 영혼을 구원하기 위하여 취해진 조치다.
 
이 교령은, 교황청 「평신도와 가정과 생명에 관한 부서」의 장관인 케빈 조셉 패럴(Kevin Joseph Farrell) 추기경의 제안을 받아들여 교황이 전대사 수여를 수락했다는 사실을 알리고 있다. 교황은 지난 1월 31일 주일 삼종기도를 바치고 나서 예수님의 조부모인 성 요아킴과 성녀 안나의 기념일과 가까운 7월 네 번째 주일을 ‘세계 조부모와 노인의 날‘로 제정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전대사를 받기 위한 조건
 
이 교령에서 내사원은 이번에 수여될 전대사를 받을 수 있는 조건과 대상을 명시한다. 고해성사, 영성체, 교황이 정해준 지향에 따라 바치는 기도 등 일상적 조건을 충족하고, 오는 7월 25일 바티칸에서 교황이 집전하는 미사에 참례하거나 전 세계의 각 지역에서 거행되는 기념일 미사에 참례한 조부모, 노인을 비롯한 모든 신자들에는 경우에 수여된다고 밝히고 있다.
 
도움이 필요한 노인 방문
 
내사원은 이상의 조건 외에도,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방문하는 이들도 전대사를 받을 수 있다고 알려준다. 제1차 ‘세계 조부모와 노인의 날‘인 7월 25일, 병자나 소외된 이들, 장애인이나 그에 준하는 어려움을 갖고 있거나 도움이 필요한 노인을 적당한 시간에 방문하는 이들에게도 똑같이 전대사가 수여된다는 것이다. 직접 찾아가 만나는 것은 물론이고 화상을 통한 만남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미디어를 통한 기념일 행사
 
교황청 내사원장 마우로 피아첸차(Mauro Piacenza) 추기경과 부원장 크시슈토프 니키엘(Krzysztof Nykiel) 몬시뇰이 공동 서명하여 반포한 이 교령은, 심각한 이유로 집을 떠날 수없는 사람들에게도 전대사가 수여된다고 밝힌다. “집 밖으로 나갈 수 없는 병자나 노인들의 경우 방송을 통해 기념일 미사에 참례한다면 전대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TV나 라디오는 물론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미사에 참례하면서 자신들의 고통과 어려움을 주님께 의탁하시기 바랍니다. 하느님께서는 자비를 베푸실 것입니다.”

 

출처: Vatican News, 22 June 2021, 12:34, 번역 장주영

https://www.vaticannews.va/en/pope/news/2021-06/plenary-indulgences-apostolic-penitentiary-world-day-grandparent.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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