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님의 묵상

사랑은 ‘사는’ 것

MonteLuca12 2021. 6. 11. 11:36

그토록 나를 사랑하셨던 어머니에게서 “사랑한다”는 말을 들어본 기억이 없다. 우리네 언어 습관에 ‘사랑’은 매우 어색한 어휘로 여태껏 자리하고 있다. 젊은이들의 세태를 이해하지 못하는 우둔함은 비단 우리 세대만 당하는 지적일까?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데 까지 가보지만 별로 다른 점을 찾아내기 어렵다.

 

‘사랑’은 문학에 전유된 소재요 표현이었다. 적어도 그런 느낌을 드러내놓는 세계가 극히 제한적이었고, 감정을 공유하는 곳도 늘 간접적인 제3의 가상공간이었다. 세상이 바뀌고 표현법이 달라졌다 해서 사랑의 소중함이 변했을 리가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사랑’이라는 단어를 쉬이 외우고 자주 쓴다. 허례(虛禮)가 많고 남발이 심하다. 예수님을 끌어다 요란한 장식으로 붙이고, 속빈 강정 같은 맹탕 ‘사랑 장사’ 껍데기에 색을 입힌다. 습관적으로 뇌는 그들의 입들이 숭고한 의미를 깨고 참 뜻을 구긴다.

 

사랑은 관념이나 철학이 아니라는 교황님의 말씀이 폐부를 아프게 찌른다. “사랑은 배우는 것이 아니라 사는 것이다.” 이 말씀에 겹쳐 어머니의 모습이 생생히 떠오른다.

 

사랑은 예수님과의 인격적 만남

“사랑으로 함께하면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요한 17 운동」의 회원들에게 비디오 메시지를 보냈다. 이 운동은 그리스도를 믿는 종교들 간의 우정과 사랑의 친교를 구축하기 위하여 활동하는 교회일치운동이다.
 
“모든 것은 형제적 만남에서 시작됩니다. 사랑은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사랑이 변화시키는 것은 우리 자신입니다.” 교황은 이런 말로 시작되는 비디오 메시지를 수련회에 참석 중인 「요한 17 운동」 회원들에게 보내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요한 17 운동」 회원들은 수요일(9일)부터 이틀간 미국 뉴욕의 용커스에 있는 성 요셉 대신학교에서 수련모임을 갖고 있다.
 
「요한 17 운동」은 2013년, 오순절교회 목사인 조 토시니(Joe Tosini)에 의해 시작되었다. 토시니 목사가 이 운동을 시작하던 해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새로 선출되었는데, 그는 가톨릭신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교황을 위해 기도해야 하겠다는 강한 충동을 느꼈다고 한다. 그 이후 토시니는 교황을 여러 번 만났다.
 
이 운동의 이름은 요한복음 17장 23절, “그들이 완전히 하나가 되게 하려는 것입니다”에서 따온 것이다. 그들은 지금 “관계의 화해, 그리스도교 화해의 새로운 길”이라는 주제로 수련회를 가지고 있다.

한 아버지의 자녀
 
스페인어로 전달된 메시지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요한 17 운동」이 같은 테이블에서 카푸치노를 마시고 저녁식사를 하고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자신이 형제라는 것을 발견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라고 설명한다. 우리는 자신의 피부색, 국적, 출신지 또는 신앙생활의 다양한 형태에 상관없이 ‘같은 아버지의 자녀’로서 한 형제라는 것이다. 교황은 이렇게 말한다. “가난이나 전쟁 때문에 테이블, 카푸치노, 아이스크림, 커피가 없더라도 우리는 여전히 형제입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해주어야 할 말을 찾아내야 합니다. 출신지, 국적, 피부색과 상관없이 우리는 한 아버지의 자녀입니다.”
 
그리스도와의 만남
 
교황은 사랑하기 위해서는 심오한 신학적 지식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다. “무엇보다 사랑은 예수님과의 인격적 만남입니다. 그리고 이 사랑의 만남에서 우정이나 형제애, 한 아버지의 자녀라는 확신이 생겨납니다. 모든 것은 형제적 만남에서 시작됩니다. 삶을 공유하고 더 높은 차원의 목표를 위해 헌신한다면 사랑은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사랑이 변화시키는 것은 우리 자신입니다. 사랑으로 함께한다면,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세상을 바꿀 수 있고, 우리 자신을 바꿀 수 있습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시기 때문입니다."
 
사랑은 ‘배우는’ 것이 아니라 ‘사는’ 것
 
“「요한 17 운동」에 참여하는 여러분들과의 만남과 여러분들의 증언이 저에게 희망과 기쁨을 주었습니다. 여러분과 계속 함께하면서 삶과 형제의 사랑을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우리는 흔히 사랑을 관념적이고 이상주의적인 철학과 혼동합니다. 그러나 사랑은 예수님처럼 다른 사람에게 생명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대단히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것입니다. 우리가 그분을 사랑하든 그렇지 않든 관계없이, 사람이 되어 오신 하느님의 사랑, 우리를 위해 생명을 내어주신 사랑이 진정한 사랑의 방식입니다. 사랑은 ‘배우는’ 것이 아니라 ‘사는’ 것입니다. 「요한 17 운동」에 참여하는 여러분들은 사랑의 삶을 살면서 사랑을 가르치는 분들입니다.”

 

출처: Vatican News, 09 June 2021, 19:45, 번역 장주영

https://www.vaticannews.va/en/pope/news/2021-06/pope-francis-john17-movement-video-message.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