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님의 묵상

가장 영적인 사목

MonteLuca12 2020. 3. 7. 11:52

다람쥐를 좋아했다. 자주 볼 수 있는 놈이 아니니 좋아했다는 말이 정확하지는 않다. 작고 귀여운 모습이 예뻐 보였다. 소신학교 교정에 걔네가 살았다. 작은 몸짓에도 놀라 재빠르게 달아나는 녀석이 늘 안쓰러웠다. 귀여운 얼굴을 자세히 보고 싶고, 윤기 흐르는 등을 쓰다듬어 주고 싶은데 매정하기 짝이 없었다. 저만큼이나 어린 내 마음에 고여 있던 작은 사랑을 주고 싶은데 쌀쌀한 녀석은 내 곁에 오기를 거부한다.

 

산책길에 가끔 만나는 고양이가 있다. 퍽 얌전한 어린 애다. 눈인사를 보내고 손짓도 하지만 답은 없다. 그래도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내 마음을 받아준다. 늘 같은 대문 앞에 앉아있기에 그 집에 살고 있는 줄 알았다. 날씨가 차질 무렵 누군가 길옆 화단에 작은 집을 지어주었다. 봄이 오면 부쩍 자라 어디론가 떠날 것이 분명하다.

 

루크가 하늘로 가던 날 아내는 집에 없었다. 모처럼 계획했던 여행을 이틀 전에 떠났다. 많이 아픈 애를 두고 갈 때는, 돌아오는 날까지 버텨 주리라 모두가 믿었다. 그러나 자기 엄마라고 믿고 평생을 살던 아내를 보지 못한 채 그렇게 쉬이 가버렸다. 사무치는 슬픔이, 서로가 주고받은 사랑이 얼마나 큰 것이었는지를 가늠하게 한다. 내가 저에게 준 것보다 걔가 우리에게 준 사랑이 더 순수하고 컸었는지 모른다.

 

좁은 모퉁이, 후미진 곳에서 하느님의 현존을 본다. 현란하고 사치스런 불빛 때문에 사라졌던 그분의 자애가 이곳에 고여 있다. 아쉽고 짠한 마음에 스며있는 가슴시린 사랑이 그분을 느끼게 한다.

 

그리스도와의 화해

하느님은 여기에 계신다
 
사순절이 시작될 때마다 매년 열리는 교황청의 피정은 ‘중재’와 ‘하느님의 현존’에 대한 묵상을 마지막으로 전 일정이 마무리되었다.
 
금년 피정의 마지막 묵상은, 사제들이 죄인들의 중재자가 되어야 하고, 그들의 성소 안에 하느님께서 현존하심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었다.
 
[피정 5일 오후] 가장 영적인 사목
 
목요일 오후, 피에트로 보바티 피정지도 신부는 묵상 주제인 ‘중재’에 관해 설명했다. “중재는 하느님의 용서와 하느님과의 화해가 필요한 사람들을 도와 화해시켜주는 것입니다. 특히 고해성사 안에 담겨져 있는 이 자비의 봉사는 가장 영적인 사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인간의 마음 속 가장 깊은 곳에 다가가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지은 죄를 알아내기 위해서는 기도하면서 하느님께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탈출기는 가르쳐줍니다. 중재자는 사람들의 마음이 변화되도록 이끌어 줍니다. 하느님을 화내시는 분이 아니라 자비롭고 다정한 분으로 볼 수 있게 도와줍니다.”
 
“하느님의 이 다정스러운 자비는 잃어버린 양의 비유와, 베드로가 몇 번이나 용서해야 하는지를 묻는 장면에서 볼 수 있습니다. 예수님을 모른다고 한 베드로는 자기의 죄를 뉘우치며 슬피 울었습니다. 베드로 사도는 결국 교회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용서받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전형이 되었고 죄를 용서하는 권한을 받았습니다.”
 
[피정 6일 아침] 하느님 현존에 대한 믿음
 
교황의 금년 사순 피정은, 금요일 아침 하느님 현존에 대한 묵상으로 마무리되었다. 보바티 신부는 예수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세상에 은총의 빛을 밝히라는 명령을 우리가 따를 때 주님은 거기에 함께 계십니다.”
 
탈출기에 대한 묵상을 마무리하면서 보바티 신부는, 모세가 주님께 하느님의 백성을 인도하도록 도와달라고 간청하는 모습에 대해 이야기한다. “하느님의 현존을 굳게 믿는 모세의 모습은 백성들에게 모범이 되었습니다. 그 일을 가능하게 만드는 분은 바로 하느님이십니다.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것을 그들이 할 수 있도록 그분이 이끌어 주십니다.”
 
“모세는 자신의 영광이나 보상을 바라지 않고 오직 하느님의 뜻을 이루는 도구가 되고자했습니다. 자신이 하느님께서 필요로 하시는 협력자라고 믿는 겸손을 잃지 않았습니다. 하느님만이 구원의 원천이심을 보여주셨습니다.”
 
마지막으로,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사도들을 만나신 복음의 기록에 대해 이야기한다. “주님께서는 그들을 부르신 곳, 갈릴래아에서 하신 말씀을 회상하라고 일깨우십니다. 그곳은 성소를 받은 장소이며 사도들의 삶을 바꾸어 놓은 곳입니다. 주님께서 부여하신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으라’는 사명을 잊지 말라는 당부의 말씀입니다.”
 
“그들을 목자로 만드시고 계속해서 사랑과 은총을 전하는 사명을 수행하도록 힘을 주신 분은 바로 예수님입니다.”

출처: Vatican News, 06 March 2020, 15:11, 번역 장주영

https://www.vaticannews.va/en/pope/news/2020-03/papal-retreat-concludes-with-reflection-on-presence-of-god.html

'교황님의 묵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버지의 마음  (0) 2020.03.15
성모님께 보호를 청하는 기도  (0) 2020.03.12
모세의 기도  (0) 2020.03.06
‘격려하는 목자’  (0) 2020.03.05
놀라운 聖召  (0) 2020.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