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님의 묵상

교황청의 대림시기 특강 (2022년)

MonteLuca12 2022. 12. 17. 13:15

세상이 시끄러워도 쥐죽은 듯 조용해도 성탄 기분이 나질 않는다고 불만이다. 도대체 그 기분이란 것이 주님의 탄생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아는 사람이 있을까?

 

본말이 뒤집히고 주객이 바뀌는 세상에 사는 사람들의 총기가 흐려진 탓은 아닐까? 성탄 기분을 돋우기 위해 동원된 인형과 장식품들이 하룻밤 사이에 성물의 지위를 차지해 버리는 일이 아예 어색하지도 않다.

 

성탄의 문턱에서 신앙의 근본에 관한 말씀을 듣는다. 신망애 향주삼덕! 하느님과의 관계에서 얻는 덕! 교황님과 교황청 식구들을 대상으로 교황청에서 열린 대림시기 특강 믿음의 덕에 관한 이야기였다.

 

아들 예수님의 구원사업을 가장 가까이에서 협조한 성모님께 드릴 장미꽃 한 다발을 묵주 위에 엮는다. 어머니의 성탄이 외롭고 쓸쓸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교회는 믿음을 먹고 산다

교황청 강론 전담 사제인 라니에로 칸탈라메사 추기경은 2022년 첫 대림 특강에서 그리스도인의 삶에서 향주덕(신학적인 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설명한다. 그리스도인은 하느님의 약속이자 예언에 나타나는 대로 믿음의 행위를 가지고 오시는 그리스도를 만나러 나갈 것을 촉구한다.

 

[역자 주] 라니에로 칸탈라메사 추기경은 카푸친 작은형제회 (Order of Friars Minor Capuchin, 약칭: O.F.M. Cap.) 출신으로, 2020년 11월 28일 신부에서 추기경으로 서임되었다. 지역교회의 대주교로 구성되는 ‘사제추기경’에 비해 사제에서 서임된 추기경은 ‘부제추기경’이라고 한다. 우리에게는 생소한 일로 추기경에 승격되는 자격은 적어도 사제품을 받아야 하고, 학식과 품행, 신심과 현명한 업무처리 역량이 특출한 남자라야 한다. 교황이 자유로이 선발하며, 아직 주교가 아닌 이들은 추기경으로 서임되면 주교 서품을 받아야 한다.

 

“믿음, 희망, 사랑은 오늘날의 동방박사인 우리가, ‘높은 곳에서 우리를 찾아오시는' 하느님께 선물로 바치는 황금과 유향과 몰약입니다. (중략) 인간과 그리스도를 연결하는 대문은 하나뿐입니다. 사람들이 열 수도 있고 닫을 수도 있는 그 문의 이름은 자유입니다.” 그러나, 이 문은 세 가지 방법을 통해 열 수 있다고 칸탈라메사 추기경은 말한다. 우리는 그것을 믿음, 희망, 사랑이라는 세 개의 문이 있는 것처럼 생각한다는 것이다.

 

추기경은 이 문들을 열기 위해서는 두 개의 열쇠를 가지고 내부와 외부에서 동시에 열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열쇠 하나는 사람의 손안에, 다른 하나는 하느님의 손안에 있습니다. 그러므로 하느님의 도움 없이는 사람이 그 문을 열지 못합니다. 또한, 하느님께서는 사람의 협력 없이 문이 열리는 것을 원하지 않으십니다."

 

그리스도 신앙

칸탈라메사 추기경이 예정하고 있는 세 개의 대림특강 중 첫 번째 특강은 하느님께로 나아가는 세 개의 문 가운데 ‘믿음의 문’에 초점을 맞추었다. 추기경은 하느님께서 기쁜 소식을 전하는 이들을 보내심으로써 우리에게 문을 열어 주신다는 점에 관해 이야기한다. 결국, 사람들은 하느님의 이 제안을 받아들임으로써 ‘믿음의 문’을 열게 된다고 말한다. 이 방식 안에서는 그리스도께서 친히 세상에 오심으로써 ‘믿음에 관한 질적인 도약’이 일어난다는 점을 강조한다. 여기서 말하는 도약이란 믿음의 본질에 관한 것이 아니라, 믿음의 내용을 뜻하는데, 하느님에 대한 일반적인 믿음의 문제라가 보다는, 우리를 위해 태어나셨고, 돌아가셨고, 부활하신 바로 그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이라는 것이다.

 

“사실, 예수님께서는 기적을 행하시기 전에 ‘당신은 믿습니까?’라고 물으셨고, 기적을 행하신 후에 ‘당신의 믿음이 당신을 구원했습니다’라고 단언하셨습니다. 그분께서 말씀하신 것은 당신께 대한 그들의 믿음, 당신에게 부여된 하느님의 권능에 대한 믿음이었습니다.”

 

믿음의 과정

추기경은 이 믿음을 바오로 사도가 밟아가던 ‘과정의 끝에 놓여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믿음은 듣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귀에서 시작된 진동은 마음으로 전달되고 마음에서 근본적인 결정이 내려지는 것입니다. Corde Creditur!, 즉 마음으로 믿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믿음의 진동은 다시 입으로 전해져 입을 통해 신앙을 고백하게 됩니다. Ore fit confessio!“

[역자 주] “Corde Creditur, Ore fit confessio”: “마음으로 믿고 입으로 고백하다.”라는 뜻의 라틴어 (로마서 10장 10절 참조; “곧 마음으로 믿어 의로움을 얻고, 입으로 고백하여 구원을 얻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그 진동은 귀, 마음, 입을 통해 손까지 이어집니다. ‘사랑으로 행동하는 믿음만이 중요할 따름입니다.’(갈라 5, 6)라고 하신 바오로 사도의 말씀을 상기하십시오. 그레고리오 성인께서도 ‘사람들이 덕행에서 출발하여 신앙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신앙에서 시작하여 덕행에 도달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믿음과 구원

추기경은 우리가 살아가는 다원주의적 사회 현상을 언급하면서 일부 그리스도교계의 ‘믿음 없이는 구원받지 못한다’라는 주장에 관해 이야기한다. 현실적으로 나타나 있는 종교의 다양성을 고려할 때 이러한 관점은 우리를 만족시킬 수 없는 것으로 그리스도에 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어 많은 사람과 그분의 사이를 갈라놓는다고 말한다. 예수님이 하느님이라는 사실을 믿지 못하게 만들고 우리 안에 살아계시는 그분의 현존을 하나의 좁은 영역으로 제한하고 만다는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참으로 세상을 구원하신 분입니다.(요한 4, 42)

‘하느님께서 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세상이 아들을 통하여 구원을 받게 하시려는 것’(요한 3, 17)입니다.

이 세상 사람 중의 일부가 아니라 온 세상이 구원받게 하시려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다른 종교의 신자들조차도 일반적으로 하느님이 계신다는 것과 하느님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보상이 주어진다는 사실을 믿는다고 설명하며 이렇게 덧붙인다. “우리가 다행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다른 종교 신자들이 자신들의 믿음 때문에 구원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다양한 은총'(1베드 4, 10) 때문에 구원받는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구원의 방법을 가지고 계십니다. 그분은 당신의 은총을 내려줄 '통로'를 만드셨지만, 그분 자신을 그 통로에 묶여놓지는 않으셨습니다. 그분의 특별한 구원의 수단 중 하나는 고난입니다. 그리스도께서 친히 고난을 짊어지고 구원을 완성하신 후에, 그분의 희생 제사는 보편적인 구원의 성사가 된 것입니다.”

 

과학의 도전

칸탈라메사 추기경은 2021년 12월 25일 우주로 발사된 망원경에 관한 언급으로 과학의 눈부신 발전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 망원경이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우주의 모습을 촬영하여 보낸 것과 관련한 언론의 보도 내용을 인용한다. "우주생성의 시발이 된 빅뱅이 일어난 직후까지 우리를 되돌릴 수 있는 새로운 우주의 창이 열렸다. 그것은 또한 지금까지 입수된 초기 우주에 대한 가장 상세한 화면이기도 하다. 우리가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우주를 밝혀낼 새롭고 혁신적인 천문학의 맛을 처음으로 보여준 것이다."

 

추기경은 말한다. "앞에서 제가 믿음이 듣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에서 믿음이 놀라움으로 인해 얻어지는 것이라고 한다면 이러한 과학적 발견은 믿음의 가능성을 감소시키지 않고 증가시켜야 합니다. 우주는 스스로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존재를 결정하는 것은 양이 아니라 질입니다. 피조물의 질은 창조된 것입니다. 수십억 광년 떨어진 수십억 개의 은하는 그 질이 변하지 않았습니다."

 

"우리 눈 앞에 펼쳐지는 우주의 무한한 차원을 상상하고 있노라면,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가장 큰 믿음의 행위는 이 모든 것이 하느님에 의해 창조되었다는 것을 믿는 것이 아니라

‘만물이 그리스도를 통하여 또 그분을 향하여 창조되었다.’(콜로 1, 16)고 믿는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

‘그분 없이 생겨난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요한 1, 3)

그리스도인은 우주에서 얻은 것보다 훨씬 더 설득력 있는 하느님에 대한 있는 증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인격과 삶입니다."

 

믿음으로 살기

칸탈라메사 추기경은 단언한다. "믿음이야말로 우리를 과학뿐만 아니라 역사와도 올바르게 연결할 수 있는 유일한 기준입니다. 실제로 바오로 사도께서도 하바쿡의 유명한 예언을 인용하여 "의인은 믿음으로 산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하바쿡의 메시지는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 발생하는 불의와 폭력의 사례들과 관련이 있다는 점을 추기경은 지적한다. “제가 언제까지 살려 달라고 부르짖어야 합니까?(하바 1, 2)라는 예언자의 탄원에 응답하셨던 하느님의 말씀은 지금도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나와 올바른 관계를 맺지 못한 사람은 비관주의에 굴복하고 추문을 당하겠지만, 의인은 믿음으로 살며 믿음에서 답을 찾을 것이다."

 

교회의 역할

이어서 칸탈라메사 추기경은 교회의 역할에 관해 이야기한다. “교회가 역사의 전개를 수동적으로 관망하지 않기 위해서는 억압과 오만에 맞서야 하며, 언제나 가난한 이들, 약자들, 희생자들, 모든 불행과 모든 전쟁으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사람들의 편에 서야 합니다.”

 

그는 또한 교회가 종교 간의 경쟁의식과 악명 높은 종교 전쟁의 뿌리를 제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종교 간의 이해와 충실한 협력을 통해 도덕적 추진력을 끌어냄으로써 헛된 정치 권력에 의존하지 않는 새로운 과정을 역사에 기록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믿음은 교회의 무기입니다. 하바쿡의 의인들처럼 교회도 믿음으로 사는 것입니다.“

 

"교회가 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믿음의 실천은

갈등을 피하거나 멈추기 위해 기도하고 가능한 모든 일을 한 후에,

사도들처럼 '나는 내가 누구를 믿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2티모 1, 12)라는 고백을 되뇌면서 완전한 신뢰와 순명하는 겸손한 자세로 하느님께 모든 것을 의탁하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분의 팔에 자신을 온전히 맡기는 사람들이 공허 속에 떨어지도록 버려두고 뒤로 물러서는 법이 없는 분입니다."

 

칸탈라메사 추기경은 모든 사람에게 믿음의 행위로 오시는 그리스도를 만나러 가라고 촉구하면서 특강을 마무리한다. “이는 하느님의 약속이자 예언이기도 합니다. 세상은 하느님의 손에 달려 있으며, 인간이 자유를 잘못 사용하여 바닥에 떨어졌을 때 하느님께서는 그들을 구원하기 위하여 개입하실 것입니다. 그것이 2022년 전에 그분이 세상에 오신 이유입니다.”

 

출처: Vatican News, 02 December 2022, 11:44, 번역 장주영

Cardinal Cantalamessa: The Church lives by her faith - Vatican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