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안의 우스개 소리 중 하느님도 모르시는 네 가지 불가사의가 있다. 원본도 정설도 없으니 내가 틀린 소리를 해도 무어라 할 사람이 없어 안심이 된다. 세상에 수도회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 모르신다는 이야기가 그 중 하나다. 의외로 수도회 신부님들에 관해 묻는 분들이 많다. 우리나라 교회상황 때문일 텐데, 알다시피 교황님도 수도회 출신 사제다. 내가 어렸을 적 본당 신부님들도 성 골롬반 외방선교회 소속이었다. 하느님도 모조리 파악하시지 못한 수도회의 사제와 선교사들이 세상을 복음화하는데 얼마나 큰 역할을 하셨는지는 따로 공부해야 할 일이다.
수유리 산꼭대기에 있는 수녀원에 대한 기억이 50년 세월로 인해 흐려졌다. 나와 윗반 형에게는 아주머니고, 아랫반 조카에게는 할머니 수녀님을 뵈러 카르멜 수녀원을 찾아갔다. 조용하고 깨끗한 방에 들어가 기다리는 어린 마음이 긴장되어 숨이 가빠진다. 눈앞의 벽면이 위로 올라가는 문이고, 이것이 열려야 만남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명작 오페라의 개막을 보는듯 심장이 잠시 멎는다. 놀라움의 절정은 그 뒤에 있었다. 18세 소녀로 이곳에 들어온 수녀님이 바깥세상을 본 것은 전쟁 때 겪은 피난이 전부라 하신다. 엄숙하고 경견한 단어를 쥐어짜던 머리가 금새 새털처럼 가벼워진다. 나는 그 후 아주머니가 한번 더 나들이한 전과(?)를 알고 있다. 돌아가시기 몇 년 전, 새로지은 천진암 수녀원으로 이사하신 수녀님을 뵙고 왔기 때문이다.
수녀님의 평생은 18세의 순진무구한 성모님 딸이었다. 다정한 눈빛, 순진한 생각, 정감 가득한 음성, 소탈한 이야기거리, 성모님의 모습을 유추하게 한다. 교황님께서 말씀하시는 ‘희망’이 내게는 그렇게 다가왔다. 이분들의 깨끗한 마음의 길을 따라 성모님이 우리 곁에 오시고, 이분들이 열심히 바치는 기도를 타고 주님의 구원소식이 세상에 흘러온 것이라 믿는다.
오늘 새벽에 업데이트된 인터넷판 「워싱턴포스트」의 윗자리에 ‘기혼 부제’를 사제품에 올리는 것에 관한 기사가 올라왔다. 폐회를 앞둔 아마존 시노드 이야기다. 아직 교황님의 최종승인이 남아있고 특정지역에 국한하는 논제이긴 하지만 시대의 요청에 따라 사제의 독신제도가 바뀔 가능성에 관한 분석과 전망이 섞여 있다. 극심한 聖召의 부족이 몰고온 현상이 가을 아침의 상쾌한 기분을 흠집내어, 목에 걸린 가시처럼 찜찜한 불편을 남긴다.
희망을 심는 방법을 가르쳐 주시는 성모님
교황은 「마리아의 종 수도회」의 총회에 참석하여 훈화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자기들의 앞을 가로막는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그들이 그 난관을 헤쳐 나갈 용기를 가지도록 그들의 희망이 되어 주십시오.”
「마리아의 종 수도회」의 기원은 13세기로 거슬러올라간다. 피렌체에서 일곱 분의 성인에 의해 설립되었다는 기록을 가지고 있는 수도회의 핵심은 ‘복되신 동정 마리아’께 대한 특별한 영성이다. 이 수도회는성모님의 모범을 따라 복음을 증거하면서 사도직과 선교의 사명을 실천해왔다.
희망의 종
금요일은 「마리아의 종 수도회」의 제214차 총회 마지막 날이었다. 이날 교황은 참석자들에게 즉흥적인 인사를 건넸다. "저는 ’마리아의 종들’이란 단어를 들으면서 성모님이 베틀레헴의 구유에서 예수님을 모시고 우리에게 오신 것을 생각했습니다. 여러분 수도회의 창립자들이 저처럼 이걸 깨닫고 ‘종’이 되신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은 종이 되라는 창립정신의 은총에서 멀어지지 마시기 바랍니다. 성모님께서는 당신의 생애에서 일어났던 모든 일을 이겨내고 앞만 바라보셨습니다. 성모님은 희망의 여인이셨습니다.”
“곳곳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여러 형태의 노예제도와 학대가 상존하는 오늘날에도 성모님께서는 우리에게 희망을 심으라고 가르치십니다.”
교황은 참석자들에게 미리 배포된 담화문에서 “변화하는 세상에 희망을 심는 종들”이란 이번 총회의 주제에 대해 이야기한다. 교황은 「마리아의 종 수도회」를 창립하신 성인들은 회고하면서, 그분들은 희망의 원천이신 예수 그리스도와의 깊은 만남을 간직했다고 말한다.
성소
“이 시대는 「마리아의 종 수도회」 여러분들이 보다 더 많은 희망을 주는 사람들이 되어줄 것을 요구합니다. 여러분들 만이 가지고 있는 인간적이고 소명적 경험을 되살려서 이 소명을 받들어 실천하시기 바랍니다. 교회 공동체 안에서조차 우려하는 목소리가 자주 들리고, 그 우려는 사람들의 마음에 고통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그들의 희망이 되어 주셔야 합니다.”
교황은 특히 세계의 특정 지역에서 성소가 부족하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로 인해 특정 공동체나 사회적 상황은 예수님과 복음을 따르는 신앙생활을 어렵게 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도전에 맞설 용기
“희망을 전하는 사람이 된다는 것은, 오늘날의 사람들이 직면한 도전에 맞설 수 있는 용기를 찾아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 중에 하나는 미디어를 책임감 있게 사용하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미디어는 긍정적인 소식도 전해주지만 사람의 존엄성을 파괴하고 영적활동을 약화시키고 형제애에 상처를 입힐 수도 있습니다.”
교황이 강조하는 또 하나의 도전은 다문화주의에 관한 것이었다.
'실험실'로서의 가톨릭 교회공동체
“가톨릭 교회공동체가 '실험실'이 되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그 의미는 물론 아무런 문제도 없고, 하느님의 왕국의 모든 분명한 표징을 보여준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교회공동체는 구원의 복음을 통하여 전 인류를 초대하고 있습니다.”
교황은 교회 공동체가 보편적인 형제애의 상징, 영접과 통합의 학습장, 그리고 개방된 장소가 되기를 희망한다는 말로 끝을 맺었다.
출처: Vatican News, 25 October 2019, 15:05, 번역 장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