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님의 묵상

복음화란?

MonteLuca12 2019. 9. 11. 09:08

마음을 졸이던 끝에 간신히 비행기를 탔다. 노스캐롤라이나의 작은 공항이 세계최다의 유동인구를 자랑하는 방콕의 그곳을 방불케 한다. 우리 한가위와 비슷한 명절을 고향에 내려와 쇠고, 뉴욕의 직장으로 돌아가려는 인파가 새벽잠을 깨고 모여든 것이다.

 

그들의 명절은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이다. 그 이름에 하느님께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았다. 음식을 장만해 차례를 지내는 우리 추석의 관습에는 조상께 대한 추모와 그분들을 통해 복을 구하는 정신이 깃들어 있다. 일용할 양식인 오곡백과, 마음의 찌꺼기를 씻어주는 청명한 날씨, 가족들의 화목을 이끌어 주는 은총이 우리 땅에도 수북이 쌓였다. 이 행복을 주시는 분께 드리는 감사를 끼워 넣고 싶은 한가위의 큰 달이 출연을 준비하고 있다.

 

모두가 살기 힘들고 가난했던 어린 시절, 어른들이 하시던 말씀이 떠오른다. “없는 사람들에겐 특별한 때가 반갑지 않다는 한탄이다. 말 타면 종 부리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은 법이라 했던가? 잊어버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교황님은, 교회가 명심해야 할 선교정신에 관해 말씀하신다. 남아프리카의 세 개 나라를 방문하고 돌아오신 그 어른의 머릿속에 남은 것은 가난한 이들의 모습이다. 나는 그분이 교황이기 때문에 하시는 영적 수사가 아님을 천 번이라도 믿는다. 수년간 뉴스를 따라다니며 교황님 행적을 듣고 굳어진 믿음 때문이다.

 

교회의 핵심적 본질과 사명, 가장 약하고 버려진 이들을 향한 복음의 실천이란 교과서적 가르침이, 사변의 언저리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警覺의 교훈을 전한다. 절대로 가난하지 않은 우리나라의 가톨릭교회 공동체 안에, 극심한 가난으로 인해 고통 받는 이웃들이 살고 있다. 헌금바구니에 떨어진 가난한 그들의 동전 한 닢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배부른 교회가 소중하게 여길 줄 알고, 작은 사랑의 손길을 뻗어 그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하는 한가위 명절의 모습을 그려본다.

 

아래 번역문은 어제 발행된 Vatican News의 사설이다.

 

주 마다카스카르 교황청 대사관의 지원을 받는 부인들

기쁨, 희망, 책임

- 열정적이고 특별했던 5일 간의 모잠비크, 마다가스카르, 모리셔스 사목방문에서 남은 교황의 기억과 그 안에 담긴 메시지 -

마푸토와 안타나나리보의 진흙투성와 먼지 가득한 길을 따라 저와 함께 다니던 어린이들과 많은 형제자매들의 기쁨 가득한 얼굴이 생각납니다. 저는 이 세 나라를 방문하면서 생기가 넘치는 그곳 사람들의 모습을 보았고, 문자의 진정한 의미 그대로 장엄한 전례를 거행했습니다.”

 

어려움과 불안한 생활조건을 극복하고 살아야하는 그들이 기뻐할 줄 안다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것을 가르쳐 주고 있었습니다. 삶의 만족도는 단지 경제지표에 비례하여 높아지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믿음, 우정, 인간관계, 가족 간의 사랑, 이웃 간의 연대 같은 것들이 모여 만들어 내는 활기찬 삶과, 작은 것에 만족하고 기뻐할 줄 알고, 자신을 기꺼이 내어주는 사랑, 이런 것들은 절대로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 행복의 기준들입니다.”

 

"이번 사목방문 중 가장 감격적인 순간은 두말할 것도 없이 아카마소아(주)에서​​ 8천명의 어린이들과 만난 것이었습니다. 한때 거대한 쓰레기퇴적장이었던 이곳에는, 작지만 나름대로 품위 있는 벽돌집과 학교가 건립되었고, 휴식공간이 있는 삶의 터전이 되었습니다. 이런 변화는 약30년 전에 페드로 오페카 신부가 시작한 사업의 결실입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가톨릭교회의 숨겨진 보물 중 하나라고 하겠습니다. 그것은 그리스도인 희망을 구현하는 사업이었습니다."

 

"이 선교사의 헌신 덕분에 수천명의 가족이 일자리와 존엄성을 되찾았습니다. 수천 명의 어린이들이 안식처와 음식을 얻고,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되었습니다. 교황의 방문을 열렬히 환영하는 아카마소아 아이들의 외침은 진정한 영혼의 양식이 되었습니다."

 

"아프리카, 아시아, 라틴아메리카뿐만 아니라,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서구의 변방지역에 페드로 신부 같은 분이 몇 명이나 있습니까? 로마에서 온 흰옷을 입은 할아버지를 자기 나라에 초청하게 되어 그렇게도 기뻐하던 어린이들의 얼굴을 생각하면서, 우리는 교회의 핵심적 본질과 사명을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그것은 인류 전체를 복음화하고 격려하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복음화란 가장 약하고 버려진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품는 것을 의미합니다. 제가 아카마소아에서 말한 것처럼, ‘당신의 백성 가운데 살아계시고 영원히 함께 사시겠다고 약속하신 하느님의 실존을 증거하는 것이 복음화인 것입니다."

 

교황은 최근까지도 기회 있을 때마다, 사제들과 수도자들에게 어려운 이웃에 대한 교회의 역할에 대해 역설한 바 있다. 진정한 선교정신이란 고통 받는 이들을 돌보는 일을 빼놓고는 생각할 수 없다는 점을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된다며 소외된 이웃사랑의 불을 지피라고 촉구해 왔다.

 

교황은 또한, 가난한 사람들의 입장을 피할 수없는 것으로 간주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
가난이 빚어내는 비참한 영향에 대항하여 싸우기를 멈추지 마십시오. 편한 생활에 안주하려 하거나, 이 싸움에서 스스로 물러서고 싶은 유혹에 굴복하지 마십시오."

[역자 주] 
세계 최빈국 가운데 하나인 아프리카 인도양의 섬나라 마다가스카르 수도, 안타나나리보 변두리의 작은 마을로 '좋은 벗들'이란 뜻을 가졌다. 이곳에서선교활동을 하는 라자로회 소속 페드로 오페카 신부가 주도해 만든 마을로 거리에서 헤매고 있는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 되었다.

출처: Vatican News, 10 September 2019, 08:36, 번역 장주영

https://www.vaticannews.va/en/vatican-city/news/2019-09/tornielli-editorial-pope-mozambique-madagascar-mauritius-review.html

'교황님의 묵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방 가톨릭교회  (0) 2019.09.15
사도들의 선교파견  (0) 2019.09.14
작은 사랑의 실천  (0) 2019.09.08
삶의 흔적  (0) 2019.09.05
복음의 언어는 사랑  (0) 2019.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