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님의 묵상

동방 가톨릭교회

MonteLuca12 2019. 9. 15. 22:35

지난 5월 초 그리스 가톨릭교회(Greek-Catholic Church)의 지도자 초청에 관한 교황님의 기사를 골라 단신으로 올린 적이 있었다. 그날 SNS 상에서 동창신부님들과 동방교회에 관한 명칭과 전례, 교황의 수위권 등에 관해 제법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찌 깊이 있고 무거운 학문적 논의를 기대하랴? 단지, 교회의 역사와 갈라진 형제들에 대해 이해하려는 노력은, ‘교회일치라는 하느님 백성이 공동으로 짊어진 숙제의 첫 칸을 메우는 노력이 될 것이라 믿고 싶다. Vatican News를 통해 교황님이 갖고 계신 또다른 관심사는 갈라진 형제들에 관한 것임을 어렴풋이 보아왔다.

 

뼛속까지 천주학쟁이 유전자를 물려받은 나는 이상한 금기를 품고 살았다. 내가 예배당 안에 처음 들어가 본 것은 미사 참례가 불가능한 후반기 교육대에서의 사건이고, 두번째 경험은 예비군 훈련장으로 교회를 빌려준 강남의 고마운(?) 목사님 덕분이었다. 성당과 우리집은 직선거리로 50미터나 될지 모르지만 길을 따라 가려면 성당과 마주보고 있는 예배당의 정문을 지나가야 했다. 매일 새벽미사 복사를 하고, 때로는 몇 번씩 오가는 길목이었지만나는 단 한번도 그곳 대문 안 땅을 밟아 본 적이 없다. 어머니께서 그걸 가르쳐 주신 기억이 없다. 그건 어린 내가 만들어 받들던 금과옥조였다.

 

건방기로 물들기 시작한 머리가 그런 규율에 대해 홀로 분석해 만들어낸 합리적 근거는, 부실한 교의적 기반 위에 설정된 성모님에 대한 불경스러운 주장이었다. 그리고 오늘도 온갖 매체의 뉴스를 도배했던 화두와 똑같은 그것, 언행불일치, 위장된 정의와 공정에 대한 의심이었다.

 

솔직히 교황님의 말씀을 쉽게 소화하기 힘든 고집이 가슴 구석에 꼬물거리며 살아있다. 다양성이 결코 일치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말씀이 간신히 목숨을 부지하던 우둔한 신념의 뿌리를 자른다. 비단 그것은 교회 간의 문제만이 아닐 것이다.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고 끊임없이 서로 비방하는 악순환은 내 안에서 일어나는 또다른 와의 싸움이고, 가장 가까이 사는 가족과, 희로애락을 나누는 친한 이웃들과도 예외없이 치르는 분쟁이다.

 

동방 가톨릭교회 주교들의 알현을 받는 교황

동방 가톨릭교회(주1)- 분열을 치유하는 것은 사랑

9 11일부터 14일까지 로마에서유럽 동방가톨릭교회의 종교일치운동 현황이라는 주제로 제22 연차회의가 열렸다. 교황은 회의를 마치면서 여기에 참석한 40명의 유럽 동방 가톨릭교회 주교들의 알현을 받았다.

우리는 평화를 위협하는 불평등과 분열의 문제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대화를 이어주고, 화해를 이끌어내며, 꾸준한 노력으로 만남의 문화를 건설해야 하는 소명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 안에 잠재해 있는 사랑을 해치는 갈등의 위험을 우리가 막아내야 하겠습니다.” 교황은 토요일 교황청에서 40명의 동방 가톨릭교회 주교들의 알현 자리에서 이같이 당부했다.”


사랑의 복음을 씨뿌리는 사람

많은 사람들이 폭력의 소용돌이에 휘말립니다. 또한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고 끊임없이 서로 비방하는 악순환에 빠져 있습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우리가 평온한 가운데 사랑의 복음을 씨뿌리는 사람이 되기를 원하십니다.”

하늘 높은 곳에서 우리에게 보여주시는 길은 기도와 겸손과 사랑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길은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편견과 분열을 극복하고, 희망을 주는 것입니다. 이 길을 따라가면 여러분들은 비 가톨릭 형제자매들의 손을 잡고 다 함께 종교일치 운동을 이어가게 될 것입니다.”


다양성은 일치를 해치지 않는다

주교님들 중에는 비잔틴 전통을 따르는 중동, 인도 및 그 이외의 지역에서 오신 분들이 계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2차 바티칸공의회는 교회 안에 존재하는 다양성이 결코 일치에 해를 끼치지 않고 오히려 화합을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리스도인의 일치는 획일적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오히려 획일성은 일치를 파괴하는 것입니다그리스도 신앙이 추구하는 진리는 조화를 이루는 것이며, 그렇지 못하면 성령과 멀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교황은 가톨릭교회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결코 자기들의 고유한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하게 말한다오히려, 긴밀한 관계가 그들의 정체성을 완전하게 깨닫도록 이끌어 준다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이런 관계가 스스로 자신을 가두어 버리고, 다른 사람들을 배제하는 국가적이나 민족적인 배타주의에 빠지는 유혹으로부터 보호해 줄 것이라고 교황은 말한다. 자기중심주의로, 모든 것을 지휘하여 통일시키려는 민중영합주의(populism)에 빠지는 것이 우리 문명사회가 안고 있는 위험이라는 점을 교황은 지적한다.

교황은 동방교회가 기원에서부터 풍성한 영성과 전례와 신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학문적으로 더욱 발전시켜 나가라고 격려하는 말을 이어간다. “무엇보다도 모두를 사랑하면서 살 수 있도록 서로가 협조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사랑은 교회법이나 사회법이 규정하는 사법적 관할구역을 뛰어넘습니다. 가톨릭 신자들 사이에 발생하는 관할권 분쟁을 볼 때면 몹시도 마음이 아픕니다.”


사랑으로 함께 걸으며 분열을 치유합시다

 고통을 겪고 있는 형제자매들에게 손을 내밀 때, 외로움과 가난을 견디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웃이 되어줄 때, 소외되고 보잘것없는 사람들을 품어줄 때, 우리는 이미 분열을 치유하는 사랑 안에서 함께 걷는 것입니다. 소외되고 보잘것없는 이웃이란 어떤 이들입니까? 출생조차 하지 못하는 태중의 아기들, 작은 희망마저 빼앗긴 어린이들, 파산의 위기에 처한 가정들과 병들고 늙어 쫓겨난 이들 모두가 우리의 사랑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마지막 날에 주님께서는 영토, 관할권 또는 국가 정체성의 발전에 대한 우리의 기여도를 가지고 우리를 평가하시지 않을 것입니다. 그 대신 우리가 가까운 이웃과 모든 사람들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그리고 인생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구원의 복음을 얼마나 잘 선포했는지 물으실 것입니다.”

특히 돈에 대한 애착의 독을 주의해야 한다는 경고와 함께 참가한 동방 가톨릭교회의 주교들에게 교황은 하느님과 이웃의 사랑을 통해 기쁨을 찾고 희망을 나누어 주자고 제안했다.

초기교회에는 그리스도를 따르는 모든 이들이 하나였지만, 5세기에서 11세기 사이에, 콘스탄티노플을 기반으로 하는 비잔틴 교회와, 로마에 기반을 둔 가톨릭교회 간에 갈등이 발생하여 심화되었다. 결국 1054교회의 대분열’(Great Schism)로 결말이 나면서 동방정교회(Eastern Orthodoxy)와 서방 가톨릭교회(Western Catholicism)로 갈라졌다.

오늘날, 전세계적으로 교황과 완전하게 친교를 유지하며 가톨릭교회에 속하는 23 개의 동방 가톨릭교회가 자치구(주2) 형태로 존재한다. 이 교회는 ‘Eastern Catholic Churches’ 또는 ‘Oriental Catholic Churches’라고 불리운다.

 

(주 1) 동방 가톨릭 교회

[라틴어] Ecclesiae Orientales Catholicae
[영어] Eastern Catholic Churches

동로마 제국의 영향권에 있던 교회를 “동방 교회”라고 하는데, 1054년 동로마 제국에 속해 있던 지역 교회 수장들이 로마 주교의 수위권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그리스도교 대분열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동로마 제국 안에 자리하고 있으면서도 로마 교황의 수위권을 인정하는 개별 지역 교회들과 수도원들, 그리고 이들이 세계 여러 지역에 전파한 개별 동방 교회들은 지금도 가톨릭 교회와 친교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들을 “동방 가톨릭 교회”라고 한다. 1950년에 시로 말라바르 교회 전체가 가톨릭 교회와 친교를 회복한 것처럼, 역사적으로 많은 동방 교회가 로마 교회와 친교를 회복하고 가톨릭 교회 안으로 돌아오고 있다. 이들은 초기 그리스도교 시대부터 전승된 것으로 여겨지는 고유의 전통과 전례를 가지고 있으며 로마 가톨릭 교회는 이들의 전통과 관습을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로마 교황청 내에 이 교회들을 관할하는 부서인 동방교회성(Congregatio pro Ecclesiis Orientalibus)을 설립하였고(1917년), 이들을 위한 고유의 동방 교회법(Codex Canonum Ecclesiarum Orientalium)을 제정하였으며(1990년), 현재까지도 이들의 신학과 전례, 영성 연구를 위하여 교황청립 동방대학(Pontificium Institutum Orientalium)을 설립 운영하고 있다.

[출처]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천주교용어집
http://www.cbck.or.kr/Glossary/Search?swd=%EB%8F%99%EB%B0%A9%EA%B5%90%ED%9A%8C


(주 2) 자치 선교구 自治宣敎區 (Missio sui iuris)

가톨릭 교회 안에서 지역 교회의 가장 초기 곧 태동기로, 선교 지방에 있으면서 아직 그리스도교가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한 지역을 의미한다.

자치 선교구는 1896년 9월 12일 교령 “Excelsum”으로 교회 관할권에 도입되었다. 선교 지역이 자치구(自治區, sui iuris)가 되면, 교회는 일정 정도의 자립권을 갖고 조직의 첫 번째 형태를 구성하며 운영은 선교 사제들 가운데 하나에게 맡겨진다. 자치구는 시간이 지나 공동체들이 성장함에 따라 차후 “지목구”(知牧區, praefectura apostolica)와 “대목구”(代牧區, vicariatus apostolicus)를 거쳐 “교구”(敎區, dioecesis)로 발전하게 된다.
[출처]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천주교용어집
http://www.cbck.or.kr/Glossary/Search?swd=%EC%9E%90%EC%B9%98%EA%B5%AC

출처: Vatican News, 14 September 2019, 13:34, 번역 장주영

https://www.vaticannews.va/en/pope/news/2019-09/pope-francis-oriental-catholic-bishops-europe-audience-love.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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