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멩이 하나까지 알고 있다고 말하곤 했다. 그 길을 지나다니며 만났던 작은 것들 하나하나에 새겨진 마음을 찾아낸다는 뜻이다. 그 중에는 꽃봉오리와 나뭇잎이 있다. 새끼 고양이와 늙은 비둘기도 늘 함께 했다. 비온 다음날엔 세상을 보러 땅위에 올라온 지렁이를 만났고, 철없이 연못을 뛰쳐나온 두꺼비를 본 적도 있다. 그제 그 돌멩이가 있던 자리를 오늘 아침엔 다른 놈이 차고앉아 있는지 모른다. 내 눈을 피해 깊은 숲속에 피어있던 야생화가 금년에도 다시 피었는지는 알 수 없다. 걔네들은 올해도 절기가 입혀준 옷을 입고 아침을 맞고 있었다. 그 세상은 오늘도 그렇게 평온하다. 거기서 들려오는 평화의 합창을 듣는다. 우리가 겪고 있는 고통이, 이 아픔이 고요로 이어지는 것이 희한하다. 몸에 밴 습관조차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