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님은 면도기를 들이대는 내게 턱을 내맡기셨다. 두번째 입원이다. 한번 꺾인 건강이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 취임하시던 날 성체조배를 마치고, 환영인사를 위해 성당에 와있던 신자들에게 던지신 제일성이, 120년을 사시겠다는 호언장담이었다. 열심히 생식을 하고 부지런히 걸으신 분이 병원에 누워 계신다. 비서신부님과 점심을 같이했다. 내일 있을 사제인사의 내용을 알아보겠다는 심사다. 못할 짓이라는 걸 모르지 않지만, 새로 오실 신부님께 인사드릴 사람이 없어 대비가 필요했다. 본당이 일주일 넘게 비기 때문이다. 소설 하나를 쓸 만큼 파란만장한 과정을 거쳐 성전건축을 마무리하신 신부님의 새임지가 내일 정해진다. 그 내일은 내가 기획한 성지순례의 첫 날이다. 이 순례는 떠나실 신부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회장단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