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산대교의 북단 램프를 돌아 올라가면서 말문을 떼신다.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습니다. 시작해야 하겠습니다.” 저녁이면 부평까지 회장님을 뵈러 가는 것이 계절을 건너왔다. 건설 중에 교각이 무너져 통행이 막혀버린 행주대교가 원망스럽다. 돌아서 가는 길이 족히 30분은 더 잡아먹는다. 회장님의 기분이 조금 나아 보인다. 워낙 낙천적인 성격 때문이라고 하고 싶지만, 부담 드리지 않겠다고 애쓰시는 마음이 빤히 읽힌다. 엉망이 된 장을 대신하기 위해 매달려 있는 부속들이 침대둘레를 덮고 있다. 아직 안심할 상황이 못된다. 돌아 가자고 일어서는 신부님이 차에서 했던 말씀을 되풀이하신다. 재생되는 음질이 좋지 않다. 힘이 빠진 것이 아니라 만감에 짓눌려 음량이 크게 떨어진 걸 나는 알고 있다. 입주를 앞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