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의 정체를 정확히 모른다. 아마도 쌀에 기생하는 바구미의 유충일거라 짐작한다. 퀴퀴한 냄새를 날려보자는 멀쩡한 의견으로 한 덩이로 뭉쳐진 떡밥을 물에 말곤 했다. 그 뒤에는 그놈의 벌레를 골라내겠다는 야무진 의도가 숨어있었다. 멀건 된장국 수면을 유유히 떠다니던 녀석들도 걔네들과 비슷하긴 한데 족보를 찾을 길이 없다. 이제 와서 그들의 정체를 밝히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으랴. 뒤엎어져 살던 소신학교의 삶을 추억하게 만드는 그 벌레들의 모습이 이렇게 고마운 존재로 다시 살아날 줄을 꿈엔들 알았겠는가?
굿 잘 하는 무당을 찾아 질펀한 굿판을 벌이고 돌아가는 마음에 담긴 믿음은 무엇일까? 거금을 쾌척하고 쌀 몇 톨을 얻기 위해 그딴 짓을 할리는 만무할 텐데, 그들이 얻고자 하는 것은 도대체 얼마나 큰 것일까? 그들에게 먹고사는 문제는 까마득한 먼 옛날, 아마득한 먼 곳의 이야기일 뿐이리라. “내 배가 부르니 종의 배고픔을 모른다.”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듣는 자비와 사랑, 연대와 일치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 이달 초에 다시 살아나신 예수님께서 전해주신 부활의 기쁨과 희망은 어느 곳까지 가서 닿았을까?
아주 드물게 우리나라와 한국교회에 관련된 기사가 눈에 띄기도 한다. 그러나 Vatican News에 북한의 이야기가 실린 것은 대단히 특이한 경우다. 교황청의 입장이 첨부된 논평기사가 아니라, 단순히 북한 관영통신의 보도를 전달하면서 약간의 관련정보를 붙인 것이 전부다. 관심도 낮은 소식으로 다뤄진 국내 언론의 기사를 슬쩍 지나쳐 들은 기억이 난다. 교황청이 전 세계 신자들을 향해 우리 동족의 배고픔을 알리는 뜻이 무엇인지 헤아린다.
떡밥과 멀건 된장국에 떠있던 벌레들이 오늘은 이 기사의 행간을 헤집고 있다.
코로나-19 위기에 겹쳐 심각한 기근에 직면한 북한 주민들
북한의 지도자가 현재의 경제위기를 1990년대의 치명적인 기근에 비유함에 따라 많은 북한 주민들이 다가오는 기근에 직면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고지도자 김정은은 코로나-19 위기로 인한 경제적 고통을 극복하기 위해 인민들에게 '고난의 행군' 정신으로 살며 싸워나갈 것을 촉구했다.
그가 현재 상황을 1990년대에 수십만 명의 북한 인민들이 굶어 죽었던 기근에 비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근의 다른 표현
북한의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공산당 세포비서대회에서 하급 간부들에게 많은 장애물과 어려움이 있다는 말을 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그가 모든 북한 주민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 인민들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 나는 당중앙위원회로부터 시작해 각급 당조직들, 전당의 세포비서들이 더욱 간고한 ‘고난의 행군’을 할 것을 결심했다.”
‘고난의 행군’이라는 용어는 소비에트 연방의 붕괴에 따라 소련의 원조가 끊김으로 발생한 1990년대의 식량난을 가리키기 위해 북한에서 사용된 완곡한 표현이다.
그 사건으로 인한 사망자는, 정확하지는 않지만 최대 3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폐쇄의 고통
외부 관측통들은 북한 인민들의 집단적 기아나 인도주의적 재난의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발언은 본인이 현재의 상황을 얼마나 심각하게 보고 있는지를 알려주고 있다.
북한은 코로나19 전염에 대한 우려 때문에 주요 교역국인 이웃나라 중국과의 국경도 봉쇄했다.
분석가들은 국경 폐쇄로 인해 중국과의 2020년도 교역량이 약 80% 감소했다고 말한다. 북한이 이러한 조치를 취한 것은 자국의 의료시스템이 코로나 바이러스의 감염사태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란 판단 때문이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무기 비용
북한의 심각한 경제상황은 핵 프로그램과 탄도미사일 실험과 관련된 국제적인 대북제재의 결과다.
지난 1년 동안 옥수수 가격이 크게 인상됐다는 보고가 나왔다. 북한 주민 대부분의 주식인 옥수수 가격이 한 달치 임금 이상으로 치솟았다는 것이다.
유엔은 최근 북한의 상황을 ‘심각한 식량위기’ 단계라고 경고했다. 이 식량위기로 인하여 북한에는 심각한 영양실조가 초래된 상태다.
출처: Vatican News, 09 April 2021, 15:21, 번역 장주영
www.vaticannews.va/en/world/news/2021-04/north-korea-kim-jong-un-economic-crash-famine-loom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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