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님의 묵상

영혼을 위한 백신

MonteLuca12 2021. 1. 3. 15:15

그렇게 한 해가 갔다.

잦아든 것이 아니었다.

천지를 덮었던 탄식이 애원으로 변했다.

 

그래도 새해는 왔다.

언제나처럼 날은 어두웠다 밝기를 거듭한다.

그 위를 시간이 흘러간다.

강물처럼 갈 곳을 알려주면 좋으련만…….

누구에게는 속절없고 어떤 이에게는 금쪽같이 소중한 것이다.

 

새것은 언제나 반갑다.

누구에게든지 설렘의 대상이다.

헛방치고 멋쩍어도 악착같이 매달린다.

눈 똑바로 뜨고 머리악쓰는 것은, 새 세상이 올 것이란 희망 때문이다.

 

북돋우고 격려하던 함성이 사라졌다.

무엇을 기다리나?

강구연월(康衢煙月)에 즐기는 것은 유희밖에 없고

태평성대(太平聖代)에 벌이는 것은 잔치뿐이란 것을 까맣게 잊고 있다.

 

혼란과 부패, 불의와 탄압에 항거하여 분연히 일어섰던 기개와

복음의 씨앗을 살려내려 목숨을 걸었던 용기는

벗겨진 싸구려 포장지에 묻어 날아가 버렸나?

 

난무하던 빈 말은 코로나의 위세에 꽁무니를 빼버렸다.

숭고한 정신을 계승했다던 자랑은 모두 허풍이고 거짓이었나?

형식이라는 굴레를 벗겨놓고 보니

실체라곤 없는 속 빈 강정뿐인데, 이것이 정말인가?

 

세상은 울부짖고 있다.

사명을 저버리지 말라는 원망이 들끓는다.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껍데기를 벗어던져야 한다.

 

목청을 다해 구호를 외칠 때다.

끌어주고 밀어주며 전진할 때다.

“울뜨레야!”

 

백신 접종을 준비하는 의료인 (사진 출처: Vatican News)

예수님을 만나도록 길을 열어주신 성모님

 

교황청 국무원 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이 대독한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미사의 강론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모 마리아를 통하여 성취된 일을 세 가지의 단어로 요약한다.

 

새해 첫날 아침에 거행된 축일 미사는, 좌골신경통으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는 교황을 대리하여 파롤린 국무원 총리가 집전했다.

 

이날 봉독된 독서와 복음에서 교황이 고른 세 가지 단어는 ‘축복’과 ‘성탄’, 그리고 ‘찾다’이다. 이 단어들이 가지고 있는 의미가 성모님에게서 어떻게 실현되고 있는지 설명한다.

 

축복

 

교황은 이날 제1독서에 나오는 축복이라는 단어에 대해 이야기한다. 민수기는 하느님께서 모세에게 이스라엘 자손들을 축복하라고 이르시는 내용을 전한다. “이 말씀은 단순히 신앙적 권고가 아닙니다. 단호하고도 구체적인 지시입니다. 우리는 축복이 필요한 사람들입니다. 성탄을 지내면서 우리는 축복의 말씀을 들을 뿐만 아니라 축복 그 자체를 받습니다. 세상에 오신 예수님이 곧 하느님 아버지의 축복인 것입니다.”

 

“예수님이 바로 축복인데 비하여, 성모님은 은총을 통해 축복을 받으셨습니다. 바로 이런 방식으로 하느님의 축복이 우리에게 내리는 것입니다. 성모님이 어디에 계시든 상관없이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오십니다. 주님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도 축복을 전하라고 부름을 받았습니다. 이웃과 사회는 물론, 우리 자신에게 조차도 주님께서 복을 내리신다는 것을 끊임없이 일깨워주어야 합니다. 특히 말과 생각이 너무 많이 오염된 세상에서 그 임무는 더욱 중요합니다.”

 

성탄

 

“오늘 제2독서에서 바오로사도는 예수님의 탄생에 관해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하느님께서 당신의 아드님을 보내시어 여인에게서 태어나게 하셨다.’ 이 짧은 말속에는 놀라운 사실이 담겨있습니다. 주님께서 우리와 똑같이 태어나셨다는 것입니다. 예수님도 어머니 마리아의 몸에 잉태되어 인간의 모습을 갖추셨습니다. 성모 마리아는 우리를 하느님께 연결하는 다리입니다. 다리의 역할에 그치지 않고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오실 수 있도록 모시는 길을 내셨습니다. 그 길은 또한 우리가 하느님을 향해 가기 위해서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통로인 것입니다.”

 

“우리는 죽기 위해서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생명을 주기 위해서 여기에 있습니다. 성모님은 우리가 이 모든 것을 마음에 간직하도록 모범을 보여주셨습니다. 마음을 깨끗하게 유지하고 영적인 삶과 기도생활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성모님으로부터 배울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할 때 우리는 이웃들을 소중히 여기고, 자연과 피조물을 진정으로 돌볼 수 있을 것입니다.”

 

새로운 각오로 새해를 시작하자고 교황은 당부한다. “새해를 맞이하면서 새로운 방법으로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을 종식시키는데 대한 기대가 커졌지만, 우리가 지금까지 해온 보살핌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됩니다. 바이러스로부터 우리의 몸을 지켜줄 백신과 함께 우리에게는 영혼을 위한 백신이 필요합니다. 그 백신은 관심과 배려, 그리고 보살핌입니다. 성모님께서 모범을 보여주신 것처럼, 우리가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돌보아준다면 새해는 틀림없이 행복한 한 해가 될 것입니다.”

 

찾다

 

교황이 묵상소재로 선택한 세 번째 단어는 ‘찾다’라는 동사이다. “목동들이 예수님께서 태어나신 곳에 이끌려간 것은 큰 은총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본 것은 엄청난 기적의 징표가 아니었습니다. 그저 평범한 가정의 모습 안에 계신 하느님을 찾았습니다. 우리도 예수님을 찾기 위해서는 은총이 필요합니다. 예수님을 찾게 되면 절대로 그분을 놓치지 말아야합니다.”

 

“새해에는 우리도 목동들처럼 은총을 받기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라는 권유를 받고 있습니다. 누군가를 위해 시간을 내도록 하십시오. 시간은 우리 모두가 소유한 보물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종종 질투심에 사로잡혀 그 보물을 감싸쥐고 있습니다. 그러지 말고 흔쾌히 시간을 낼 수 있는 은총을 구하십시오. 누군가가 당신의 관심을 바라고 있습니다. 시간을 내어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십시오. 당신이 희사한 짧은 시간이 목동들이 얻은 큰 놀라움과 기쁨으로 가득 채워져 돌아올 것입니다.”

 

교황의 강론은, 하느님을 시간의 세계로 모셔온 성모님께 전구를 청하는 기도로 끝을 맺는다. 우리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시간을 쓸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청하는 기도이다.

 

당신께서는 마음에 두고 있는 모든 것을 소중히 여기는 분이시오니

저희를 보살펴주시고, 저희의 시간을 축복해주소서

하느님께 바칠 시간과 이웃들에게 내어줄 시간을 찾도록 저희를 도와주소서.

 

기쁨과 희망에 벅찬 마음으로 당신을 찬송하나이다.

 

천주의 성모님,

사랑이 넘치는 어머니!

보호자 성모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출처: Vatican News, 01 January 2021, 10:27, 번역 장주영

www.vaticannews.va/en/pope/news/2021-01/pope-mary-is-the-road-we-must-travel-to-reach-jesu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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