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금요일의 ‘십자가의 길’ - 교정시설의 묵상
제8처 예수님께서 예루살렘 부인들을 위로하심
여덟째 묵상은 아버지가 종신형을 선고받은 딸의 이야기다. 그녀는 삶이 산산조각 나는 것 같았던 체험을 전해준다. 이 감옥 저 감옥으로 이감되는 아버지를 따라 27년에 걸쳐 이탈리아 전역을 옮겨 다니며 살아야했다. 아버지의 사랑을 송두리째 잃은 것도 모자라 자신의 결혼식에 나타난 아버지 때문에 어머니의 우울증까지 감당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었던 이야기를 전한다.
“사실입니다. 사랑도 주지 않으면서 자녀가 그냥 자라기를 기다리기만 하는 부모도 있습니다. 제 경우는 그래도 사랑을 버리지 않고 아빠가 돌아오시기를 기다립니다. 저희와 같은 사람들에게는 희망이 의무입니다.”
제9처 예수님께서 세 번째 넘어지심
제9처의 묵상을 준비한 사람은 자기가 수도 없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그때마다 그는 다시 일어났다고 말한다. 그는 베드로처럼 자신의 잘못을 정당화할 수 있는 수천 가지 변명을 찾아낸 사람이다.
“제 인생이 갈기갈기 찢어진 천 조각처럼 조각나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 조각들은 여전히 다시 하나로 합쳐질 수 있다고 믿습니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여기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사실은 그것뿐입니다.”
제10처 예수님께서 옷 벗김 당하심
열 번째 묵상의 주인공은 교사다. 예수님께서 옷 벗김을 당하셨듯이, 그는 자기가 가르치는 많은 학생들이 감옥에 갇혀있으면서 모든 존엄성을 박탈당하고, 자기 자신과 남들에 대해 존중하는 마음이 사라진 것을 본다고 말한다. 그들은 속수무책인 상태에서 자기들의 취약함으로 인해 쉽게 좌절하고, 때로는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이해하지도 못한다는 점을 교사는 지적한다. 그러나 가끔 그들은 여전히 가르칠 수 있는 신생아가 된다고 말한다.
“제가 하고 있는 일을 좋아하지만 때때로 힘에 부치는 것을 느낍니다. 매우 민감한 서비스 분야에 종사하면서 소외되고 있다는 느낌을 떨치려고 애씁니다. 그래야만 저희에게 맡겨진 많은 생명들을, 매일같이 파멸의 위기에 처해있는 그들의 삶을 도와줄 수 있을 것입니다.”
제11처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박히심
제11처의 묵상 주제는 억울하게 고발되었다가 혐의에서 풀려난 사제의 이야기이다. 이 사제가 걸어온 ‘십자가의 길’은 10년 동안 지속되었는데, 그 동안 그는 의심과 비난, 모욕을 감내해야 했다. 다행히도 그는 자신이 지고 있는 십자가의 무게를 덜어준 키레네 사람 시몬을 만났다. 자신의 버전 시몬인 셈이다. “많은 사람들이 저와 함께 저를 고발한 젊은이들을 위하여 기도해 주었습니다.”
“제가 완전히 혐의를 벗던 날, 저는 10년 전보다 더 행복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저는 하느님께서 제 삶에 직접 개입하시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십자가에 매달리면서 사제직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제12처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심
열두 번째 묵상을 쓴 사람은 판사다. 그는 어떤 치안 판사도 자기가 판결해야 하는 피의자를 비난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진정한 정의는 자비를 통해서만 지킬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인다. “자비는 피의자가 저지른 온갖 잘못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없어지지 않고 남아있는 선을 찾도록 도와줍니다. 이를 위해서는 범죄 속에 가려져있는 진정한 사람의 모습을 볼 줄 아는 방법을 배워야합니다.”
“이 과정에서, 때때로 피의자들에게 희망을 심어 줄 수 있는 여지를 찾게 되기도 합니다. 형이 확정되어 형기를 마치면, 배척당했던 사회로 돌아가 환영받기를 희망합니다. 범죄로 인해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들조차도 모두가 같은 인류가족의 자녀들인 것입니다.”
제13처 제자들이 예수님 시신을 십자가에서 내림
“수감자들은 항상 나의 선생이었습니다.” 제13처의 묵상을 준비한 수사는 이렇게 고백한다. 그는 무려 60년 동안 교도소에서 자원봉사를 한 사람이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종종 자기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낫다고 착각합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의 전 생애를 통해 가장 미약한 이들 편에 서기를 기꺼이 선택하셨습니다. 감방을 차례로 지나가다보면 그 안에 살고 있는 죽음을 보게 됩니다.”라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는다. 그러나 그리스도께서는 멈추지 말고 계속해서 그들을 다시 당신의 품으로 데려 오라고 지시하신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멈춰 서서 그분의 말씀을 듣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제가 그들을 받아들이고, 그들이 저지른 잘못에서 제 시선을 돌리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을 압니다. 이 방법을 통해서만 그들은 하느님의 선하심을 믿고 따르는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자신의 다른 모습을 보게 되는 것입니다.”
제14처 예수님께서 무덤에 묻히심
교도관이 금년도 십자가 길의 마지막 묵상을 준비했다. 그는 매일 감옥에 사는 사람들의 고통을 직접 목격하는 사람이다. 그는 “좋은 사람은 잔인해질 수 있고, 악한 사람은 나아질 수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이런 변화는 본인에게 달려 있다면서, 감옥은 사람을 변화시키는 곳이라고 덧붙인다. 그는 잘못된 것을 선택한 사람들에게 또 다른 기회를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자신의 개인적인 직무에 관해 설명한다.
“저는 외롭게 남겨진 사람들에게 희망을 살려주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언젠가 사회를 떠날 수도 있고 그곳에서 거부당할 수 있다는 생각에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저는 늘 그들에게 상기시켜줍니다. 하느님과 함께한다면 어떤 죄라도 이 교도소에서 생을 마감하게 만들지는 않는다고 말입니다.”
출처: Vatican News, 10 April 2020, 07:00, 번역 장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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