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님의 묵상

나자렛의 성가정

MonteLuca12 2019. 12. 30. 07:42

성탄 전야에 모친을 여의신 신부님의 주일 강론이 꽤나 깊게 가슴을 파고든다. 서양화 같던 삶이 동양화처럼 바뀌었다는 비유에, 매우 큰 당신의 슬픔을 담아내신다. 그 말씀이 뜻하는 것은 순간에 다가온 허전함의 여백이, 그저 빈자리가 아니라 더 깊은 의미로 가득 채워지는 신비스런 깨달음이다. 고아가 된 삶은 외롭고 허전한 상태로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하늘을 잇는 다리 위에 올려지는 것이다.

 

판단해서 결정해야 하는 지위를 두고 외롭게 책임의 짐을 졌다고 말한다. 매일 습관적으로 하시던 말씀이 담고 있던 경륜이 얼마나 소중하고 큰 것인지를 오래전에 깨달았다. 일가친척의 촌수를 밝히는 것에서부터 예법을 지키고 체면치레가 필요한 인간관계의 모든 분야에 걸쳐 나는 어머니께 깊이 의존하고 살았다. 가르쳐줄 사람이 세상에 다시없다는 허망을 남겨두고, 인터넷을 다 뒤져도 얻을 수 없는 정보를 안고 떠나셨다. 환지통처럼 곁을 떠나신 분의 존재가 느껴질 때면 꿈꾸듯 팔을 뻗어 허공을 휘젓는다.

 

성탄에 듣는 선종 소식이 하느님의 뜻을 받들어 세상에 오신 예수님의 마음을 읽게 만든다. 만남이 예사롭지 않았던 세분의 가정은 그분들이었기에 쉽게 성가정이 된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새롭게 엿본다. 세상 속에 자리잡은 우리 가정이 어머니가 매어 두신 끈으로 하늘과 이어진다. 날이 갈수록 끈의 길이가 짧아진다.

 

교황의 주일 삼종기도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교황은 나자렛의 성가정 축일의 삼종기도에서 가족의 각 구성원들이 서로에게 의지하는 모습을 설명한다.
 
교황은 주일 삼종기도를 바치기 위해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신자들에게 성가정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나자렛 가정은 하느님의 선물을 통해, 또한 하느님의 계획을 자유롭고 책임감 있게 준수함으로써 거룩하게 되었습니다. 다시 말해 이 가정은 하느님의 뜻을 향해 열려있었습니다.”
 
교황은 먼저 성가정 안에서 마리아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한다. “성령의 이끄심에 순종하시는 마리아의 모습이 참으로 놀랍습니다.”
 
마리아
 
“마리아는 다른 많은 젊은 여성들처럼 배우자와의 깊은 친교를 통한 자신의 안정된 삶을 설계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하느님께서 자기에게 맡기는 사명을 알고 나서 자신을 '종'이라고 인정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요셉
 
“복음에서는 요셉이 말하는 모습을 볼 수 없습니다. 요셉은 말로 하는 대신 순종함으로써 실행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마리아를 조용히 보내려고 했던 민감한 순간에 요셉은 선택합니다. 하느님의 계획에 방해가 되지 않고 마리아가 하느님의 뜻에 자유롭게 응답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줍니다.”
 
예수
 
“나자렛 성가정의 세 번째 가족인 예수님을 봅시다. 그분은 ‘아버지의 뜻’이었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예수님에게는 ‘예’와 ‘아니요’ 두 가지가 아니라 ‘예’만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모습은 예수님 생애 초반의 많은 순간에 나타납니다. 애타게 찾아다니다가 사흘 만에 자신을 발견한 부모에게 예수님은 이렇게 말합니다. ‘왜 저를 찾으셨습니까? 저는 제 아버지의 집에 있어야 하는 줄을 모르셨습니까?’(루카 2, 49) 이어서 예수님은 ‘내 양식은 나를 보내신 분의 뜻을 실천하고, 그분의 일을 완수하는 것이다.’(요한 4, 34)라고 말씀하십니다. 올리브 산기슭의 겟세마니 동산에서 하신 기도는 마지막 순간까지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모습을 보여주십니다. ‘아버지, 이 잔이 비켜 갈 수 없는 것이라서 제가 마셔야 한다면,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게 하십시오.’(마태 26, 42)”
 
“이런 모든 사건들 속에서 그리스도께서 하신 이 말씀은 완벽하게 실현되었습니다. ‘당신께서는 제물과 예물을 원하지 않으셨습니다. 보십시오, 저는 당신의 뜻을 이루러 왔습니다.’”
 
성가정
 
“성가정은 하느님 아버지의 뜻에 응답하는 합창단과 같습니다. 이 세 가지 구성요소는 하느님의 계획을 발견하고 실행에 옮기면서 서로가 끝없는 도움이 되었습니다.”
 
“주님, 모든 가정이 성가정의 모범을 본받도록 축복하소서. 부모와 자녀가 충실히 복음에 따라 살도록 서로 지켜주는 가정을 이루게 해 주소서. 그리하여 모든 가정이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처럼 성화되게 하소서.”

출처: Vatican News, 29 December 2019, 12:25, 번역 장주영

https://www.vaticannews.va/en/pope/news/2019-12/pope-francis-angelus-holy-family-nazareth.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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