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님의 묵상

인류의 아픔

MonteLuca12 2019. 12. 21. 14:38

잠자리에 드는 것이 행복하다고 느낄 때가 있다. 당연한 이야기를 바보처럼 하는 것 같아도, 그것은 불면의 모진 경험이 만들어 준 인생의 계급장 같은 것이다. 촌각의 잠도 아쉬웠던 시절은 멀리 가버렸다. 꿈도 상큼하지 못하고 지지해진다. 그래도 여전히 악몽의 뒤끝을 걱정하고, 어쩌다 지난밤 나타났던 놈이 돼지인지 그와 비슷한 다른 놈인지 열심히 필름을 돌려본다.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말자는 깨달음도 작은 파장에 흔들리며 쏟아져버리는 종지 속의 물과 같다. 삶은 늘었다 줄었다를 반복하며 끈질기게 이어지는 고무줄을 닮았다. 점점 가늘어져 미세한 충격에도 쉬이 흔들리다가 제자리를 찾아오는 시간이 차츰 더뎌진다. 끊어질 듯, 다시는 제 모습을 되찾지 못할 것처럼 흐느적대며 무료한 시간여행을 이어간다.

 

성탄이나 부활을 맞을 때면 새록새록 피어나는 막연한 희망의 기운이 나이 먹어도 사그라들지 않는다. 이맘때쯤에 바라던 바가 실제로 이루어졌던 거짓말 같은 기억을, 머리에 남아 있는 기운을 다해 붙들고 있다. 멀찌감치 돌아가서 오늘을 본다. 엄동설한 가시덤불, 모진 바람 폭풍우와 찌는 듯 무더운 땡볕 속을 달려 황량한 벌판에 쓰러지지 않고 살아남았다. 사이사이 끼인 매일이 부활이요 성탄이었다.

 

구유에 누운 아기예수님과 함께, 마구간을 내어드린 가축들을 유심히 들여다본다. 아무리 봐도 돼지는 없다. 크고 살찐 놈이 하나 오늘밤 꿈속에 와주기를 기다린다. 성탄을 맞으며 품는 소망이 점점 막연해진다.

 

유엔 사무총장을 만나는 교황

함께 나누어야 할 인류의 아픔
 
안토니오 구테레스 유엔사무총장의 알현을 받은 교황은 전 세계가 당면하고 있는 긴급 상황에 대처하는 과제가 시급하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비디오 메시지를 전달했다.
 
“인류를 괴롭히는 많은 재난, 고통과 상처를 보면서 눈을 감거나 남의 일처럼 보지 말고, 평화로운 세상을 건설하기 위해 손을 잡고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 사랑하는 것입니다.”
 
“성탄을 앞두고 우리가 만난 것은 의미가 큽니다. 지금은 우리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과 우리의 처지를 하느님께 맡기기 위해 하늘을 바라보는 시기입니다. 같은 곳을 향하고 있는 우리의 시선은, 모두가 같은 아버지의 자녀들로서 형제자매라는 것을 깨닫게 해줍니다.”
 
인류를 괴롭히는 문제들
 
“우리는 세상에 만연한 불공정과 불평등을 못 본 체해서는 안 됩니다. 기아와 빈곤을 일으키는 富의 불균형이나, 물과 식량이 없고, 건강관리를 제대로 받지 못해 죽는 아이들에게서 눈을 돌리면 절대로 안 됩니다.”
 
“갈등과 폭력, 빈곤과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로 인해, 조국을 떠날 수밖에 없는 슬픈 운명에 처한 이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온 세상 사람들이 힘을 모아 모든 유형의 어린이 학대를 막아야 하고, 낙태되는 태중의 아기들을 포함해 인간생명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짓을 나몰라라 내버려두어서는 안 됩니다.”
 
잘못된 종교의 모습
 
“여러 종파의 신자들이 세계 곳곳에서 박해받는 상황을 모르노라 해서는 안 됩니다. 미워하다 못해 폭력을 행사하여 억압하고, 극단주의나 맹목적인 광신주의에 의한 박해가 지금도 계속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잘못된 종교의 형태는 사람들을 추방하고 소외시키는 것도 모자라 하느님 앞에서 복수를 부르짖습니다.”
 
핵무기
 
“군비경쟁과 핵무장에 혈안이 된 자들도 마찬가지로 하느님 면전에서 복수를 외치고 있습니다. 핵무기는 그것을 사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소유하는 것 자체가 부도덕한 소행입니다. 경미한 사고의 위험조차도 인류에게는 심각한 위협이 되는 것입니다.”
 
교황은 서로가 싸우는 전쟁이 이어지고, 그로 인해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되는 상황에 대하여, 세상의 모든 이들이 무관심하지 않기를 촉구한다.
 
국제적 협력
 
“평화로운 세계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사람들 간의, 또한 국가 간의 대화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다자간 공동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국제기구의 역할이 중요하고 상호이해와 합의를 강화하는 도구로서 외교적 노력을 강하해야 합니다.”
 
‘공동의 집’ 관리
 
교황은 자신의 비디오 메시지에서,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지구를 돌보는 일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창조 때부터 하느님께서 맡기신 지구의 관리권을 우리는 세대를 이어오며 물려받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지구를 잘 돌보고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합니다. 오염물질 배출을 줄이고 온전한 생태계를 지켜나가는 노력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더 늦기 전에 서둘러서 해야 할 일입니다.”
 
비디오 메시지를 통해 교황은 국제사회를 향해 이렇게 촉구한다. “젊은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십시오. 오늘날 세상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들에게 물어 보십시오. 그들은 분쟁을 조정하고, 보다 인간적이며 공정한 문명사회를 만드는 일은,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고 모두 함께 노력해 이루어내는 결과라는 것을 우리에게 가르쳐줄 것입니다.”
 
교황은 성탄 인사로 비디오 메시지를 마무리한다. “성탄은 때묻지 않은 순박함을 통해 우리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 사랑하는 것이라는 점을 일깨워줍니다.”

출처: Vatican News, 20 December 2019, 13:29, 번역 장주영

https://www.vaticannews.va/en/pope/news/2019-12/pope-francis-video-message-christmas-guterre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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