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바다가 전혀 조용하지 않다. 어디서 쏘는 것인지 굉장히 밝은 빛줄기가 세 개는 되나보다. 발전시설이 넉넉하지 않은 시절임에도 엄청난 양의 전기를 태워 소방차 물 쏘듯 하늘과 바다 속으로 쏟아 붓는다. 차분히 정해진 경로를 따라 가거나, 시간을 정해 놓고 꼭 봐야 할 곳을 찾아다니는 것도 아니다. 정신 나간 놈 널뛰듯, 조자룡 헌 창 쓰듯 제멋대로 天宮과 海表 사이에서 휘둘러 댄다. 마루와 앞마당을 갈라주는 유리문을 통과한 빛이, 방과 마루의 경계를 정해 놓은 창호지를 뚫고 들어와, 온 식구가 필통 속 연필처럼 나란히 누워있는 우리집 방을 허락도 없이 훑고 나가버린다. 벽에 걸린 십자가는 천장 가운데로 순간 이동했다가 제자리로 돌아가고, 그 밑에 걸린 예수성심 상본이 벽을 타고 주르르 흘러내렸다가 눈 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