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시오리 정도되는 길이 참 멀기도 했다. 작은 냇물을 건너던 생각이 나지만, 길에 배겨 있는 돌의 크기가 매우 다양했다는 기억이 더 또렷하다. 한번 가보고 싶다며 되뇌이는 말은, 거기를 가기 위해 버스에서 내려야 했던 바닷가 마을을 돌아서는 순간, 안개 같이 흩어져버린다. 해발 삼백 미터가 채 안되는 운봉산 서쪽자락의 작은 마을은 구교우들이 모여 사는 옹기골이었다. 안방과 부엌을 가르는 토벽의 정 중앙에 편지지 한 장 크기의 구멍이 파여 있다. 그 턱에 올려진 작은 호롱이 비리비리 맥없는 불꽃 하나를 밀어 올려, 이쪽 저쪽의 어둠을 간신히 내몬다. 옹기가마의 열기가 식은 지 오래된 이곳 사람들의 삶은, 척박한 밭농사가 대부분이다. 복령 캐러 갔다가 지뢰를 밟아 다리를 잃은 아저씨 이야기를 들으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