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끈을 묶는다. 매는 방향이나 만드는 매듭이 언제나 같다. 틀에 박힌 나만의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넥타이를 매는 일이야말로 양치질만큼이나 오래도록 몸에 밴 동작이다. 그런 습관이 언제 시작된 것인지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지만, 처음 배운 방식이 본능처럼 들러붙어 평생을 따라다닌다.
사람의 마음만큼 쉽게 변하는 것은 없다고 믿는 이들이 많다. 다짐과 결심을 쉽게 뒤집고, 언약과 사랑을 쉬이 내팽개친다. 애당초 버리기로 마음먹고 차지하려 집착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내 멋대로 평가하고 내 맘대로 처리한다. 신념과 소신은 헌신짝이 되어 버려지기 일쑤고, 신앙마저도 겉모습을 치장하는 장식으로 전락한다.
무엇이 진짜고, 어떤 것이 껍데기인지 혼동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앞뒤가 바뀌고 본말이 전도되는 것도 흔하디흔한 세상의 모습이다. 지켜내야 할 것과 버려야할 것을 제대로 가려내지 못하고 산다.
젠체하는 신앙인의 입에 달린 말이 회개다. 회심의 과정을 접어두고 사도직과 복음화를 논한다. 이 시기가 되면 의례적으로 그 의미를 되새기라고 들려주는 단어가 아닌 것이다. 회개와 회심을 직접 체험해야 하는 때다.
교황청의 사순시기 특강
교황청 강론 전담 사제 라니에로 칸탈라메사(Raniero Cantalamessa) 추기경은, 2021년 사순시기 첫 특별강론에서 이 전례주기에 관해 개괄적으로 설명한 후, 회개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에 관해 이야기했다.
[역자 주] 교황청 강론 전담 사제인 라니에로 칸탈라메사 추기경은 카푸친 작은형제회 (Order of Friars Minor Capuchin, 약칭: O.F.M. Cap.) 출신으로, 작년 11월 28일 신부에서 추기경으로 서임되었다. 지역교회의 대주교로 구성되는 ‘사제추기경’에 비해 사제에서 서임된 추기경은 ‘부제추기경’이라고 한다. 우리에게는 생소한 일로 추기경에 승격되는 자격은 적어도 사제품을 받아야 하고, 학식과 품행, 신심과 현명한 업무처리 역량이 특출한 남자라야 한다. 교황이 자유로이 선발하며, 아직 주교가 아닌 이들은 추기경으로 서임되면 주교 서품을 받아야 한다.
교황청 ‘바오로 6세 홀’에서 열린 금년도 첫 사순 특강의 주제는 마태오 복음 16장 13절의 “사람의 아들을 누구라고들 하느냐?”였다.
칸탈라메사 추기경은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라는 복음 말씀을 인용하여 강론을 시작했다. 먼저 이 구절을 통해 사순시기의 의미를 설명하려는 것이었다.
세 가지 회심의 순간
신약의 세 군데에서 회개 또는 회심에 관한 내용을 찾을 수 있다고 칸탈라메사 추기경은 말한다. 각기 다른 구절에 나타나는 서로 다른 상황은, 우리가 인생에서 맞닥뜨리는 다양한 순간과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첫 번째는 예수님께서 공생활을 시작할 때 하느님의 복음을 선포하시며 하신,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라는 말씀이다. 추기경은 이 말씀이 기본적으로 도덕적 감각을 지닌 것은 아니지만, 무엇보다도 믿음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강조한다. 믿음과 변화된 안목을 통해 하느님과의 관계를 보아야한다고 말한다.
“회심하라는 신약의 두 번째 초대는 제자들에게 하신 예수님의 말씀 속에 들어있습니다. ‘너희가 회개하여 어린이처럼 되지 않으면, 결코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한다.’ 예수님께서는 여기서 진정한 회심이 무엇인지 밝히셨습니다. 제자들에게 하신 이 초대는 바로 우리를 향한 부르심입니다. 즉, 자기 자신에게 맞추어져 있던 삶의 중심을 그리스도 중심으로 바꾸라는 말씀입니다. 아이처럼 된다는 것은 예수님을 처음 만났을 때로 돌아가라는 것입니다.”
“마지막 하나는 요한 묵시록의 구절입니다. 예수님은 여기서 ‘미지근하여 뜨겁지도 않고 차지도 않은’ 사람들에게 말씀하십니다. ‘열성을 다하고 회개’할 것을 그들에게 촉구하십니다. 이 말씀의 초점은 평범하고 미온적인 자세에서 열정을 가진 모습으로 전환하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 자신이 하는 일이 아니라 성령께서 하시는 일입니다.”
미온적 자세에서 열정적 모습으로
칸탈라메사 추기경은 첫 번째 성령강림 사건에 나타나는, 성령으로 충만했던 제자들의 모습을 돌아본다. “교부들은 이를 ‘진정으로 취한’ 모습이라고 묘사했습니다. 제자들은 사람들이 상상한 것처럼 술에 취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분들은 성령을 받아 영적으로 취했던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우리가 성령에 취한 이런 이상적인 상태를 삶의 현장과 교회 안에서 구현하고 이어갈 수 있겠습니까?” 추기경은 성 암브로시오의 말씀을 인용하여 세 번째의 회심에 관한 성경구절을 해석한다. “그것은 성찬례와 성경을 통한 일반적인 방법을 넘어서는 특별한 것입니다. 제도적인 것이 아니라, 성령께서 강림하시던 날 사도들이 체험한 것을 되살리는 것입니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한 가지 방법은 소위 ‘성령세례’입니다. 성령세례는 세례와 견진성사뿐만 아니라 모든 그리스도인의 생활에 대한 신선한 깨달음을 불러일으켜줍니다. 가장 중요한 결실은 부활하고 살아계신 예수님과의 '개인적 관계'를 맺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발견하는 것입니다.”
칸탈라메사 추기경은 미온적인 자세에서 열정적인 모습으로의 진정한 회심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한다. 그리고 그렇게 되기 위한 전구를 성모 마리아께 청하라고 초대한다.
출처: Vatican News, 26 February 2021, 15:18, 번역 장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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