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님의 묵상

바티칸시국 91년

MonteLuca12 2020. 2. 12. 19:45

17년 전쯤에 산 구두를 아직도 버리지 않았다. 꽤 많이 신기도 했고 아주 고급도 아닌 것을 고이 모셔두고 있다. 별 생각 없이 붉은 색을 골라 샀지만 교황님의 구두 같이 그렇게 빨간색은 아니다. 빨간 구두가 권위의 상징이라는 것을 알고 일부러 거기에 눈길을 둔 적은 없다. 모든 것에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안다. 교황님의 수단이 흰색인 것은 그것이 하느님을 상징하는 고귀한 색이라서, 대제사장들만 입었던 역사에서 연유한 것이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빨간 구두를 신지 않는다. 우리나라를 방문하실 때에도 카메라가 그걸 놓치지 않고 잡아냈었다. 2013년 선출 직후 전용 리무진을 마다하고 셔틀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가신 것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빨간 구두 대신 검정색 낡은 구두를 신고 장식 없는 단순한 예복을 입는 교황님은, 그해 미국의 한 패션잡지사로부터 베스트 드레서로 선정되기도 했다. 보여주기라는 비아냥과 튀는 행보라 폄하하는 구설수가 어찌 없었을까? 의례 따라다니는 양념과 안주가 여기라 해서 빠졌겠나?

 

나는 바티칸에 들어간 적이 있다. 베드로 대성당이나 박물관 문을 통해 들어간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예쁜 정원이 있고 사무실과 그곳 사람들의 생활시설이 있는 곳, 그 바티칸시국에 국경을 넘어 들어갔다. 내가 가본 나라의 목록에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은행도 들르고 자동차 연료도 넣었다. 그리고 구내 면세매점에서 구두를 샀다. 자랑삼아 간직해온 붉은색 그 신발이다. 교황님 때문에 김이 빠졌다. 자랑도 비빌 언덕이 필요한 법이다.

 

교황청과 바티칸, 늘 구분이 모호해 대충 쓴 적이 많았다. 그걸 정리할 생각이 아니라, 어제가 바티칸시국의 ‘건국기념일’이었다는 소식을 전하고 싶은 마음이 괜히 들었다. 중간부분 역사에 관한 내용은 빼고 옮겼다.

 

바티칸시국

건국 91주년을 맞은 바티칸시국
 
세계에서 가장 작은 주권국가인 바티칸시국은 1929년 2월 11일에 건국되었다. 교황청과 이탈리아 왕국(무솔리니 정권) 간의 '라테란 조약'이 체결됨으로써 독립국으로 탄생한지 91년이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바티칸시국’과 ‘교황청’을 동의어로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바티칸시국(Vatican City State)은 1929년에 독립한 주권국가의 이름이고, 교황청(The Holy See)의 실체는 법인체이며, 그 역사는 초기 그리스도교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교황청은 전 세계 가톨릭교회 행정의 중앙기관이다.
 
‘바티칸시국’은 이탈리아 수도 로마 안에 있는 독립 주권국가의 이름이고 이 국가에 속하는 영토를 말한다. 3.2km의 경계선 안에 0.44 평방킬로미터의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표준규격의 축구장 약 61개에 해당하는 크기다.
 
바티칸 시국
 
바티칸시국의 출입문은 다섯 개가 있다. 이 문은 교황청 스위스 근위대와 바티칸시국 국가헌병대가 지키고 있다. 바티칸시국이 매우 작기 때문에 대부분의 행정부서와 사무실 및 재산이 교황청에 소속되어 있다. 관심의 대상인 카스텔 간돌포에 소재한 교황의 여름별장과 로마 안팎의 주요 대성당들도 교황청 소유로 되어있다. 라테란 조약에 따라 이 건물들에 대하여 바티칸 시국은 ‘치외법권’적 지위를 누리고 있으며, 국제법상 대사관이나 해외공관의 권리를 인정받고 있다.
 
교황청, 교황, 바티칸
 
바티칸은 기술적으로 좀처럼 보기 힘든 비세습적 선거군주제 국가다. 바티칸의 시스티나 성당에서 열리는 비밀투표 ‘콘클라베’를 통해 80세 이하의 추기경들이 모여 교황을 선출한다.
 
교황은 바티칸 시국과 교황청의 수장이다. 가톨릭교회는 인류구원을 위하여 복음의 진리를 선포하는 사명을 수행한다. 전 세계에 퍼져있는 다양한 지역교회와 주교들을 통하여 모든 사람들의 평화와 정의를 지켜주기 위해 봉사하고 있다. 교황과 교황청의 최고 행정조직인 쿠리아(Roman Curia)가 교회의 중앙행정기구이다.
 
이와 같이, 교황청은 국제법과 관습에 따른 기구로서, 국가와 동등한 자격을 가지고 조약을 체결하고 외교 사절을 파견하고 받을 수 있는 법인체이다. 바티칸 시국은 1929년에 시작된 주권국가이지만 교황청의 실체는 초기 그리스도교로 거슬러 올라가며 전 세계 약 13억 명 신자들이 소속된 가톨릭교회를 관할하는 중앙기구다.
 
1870년과 1929년 2월 11일 사이에 교황청은 많은 국가들과 외교 관계를 맺었다. 이 기간은 새로운 이탈리아 왕국이 로마에서 교황의 영토를 추가로 축소했을 때부터 바티칸 시국이 건국되기 전까지이다. 이 기간 동안 공식적으로 대사를 승인한 것도 바티칸 시국이 아니라 교황청이었다. ‘교황대사’라고 불리는 국가나 국제기구에 대한 사절이나 공사도 바티칸 시국이 아니라 교황청을 대표하는 외교관으로 인정되었다.
 
도시 국가
 
바티칸 시민의 약 절반은 바티칸 시국에 거주하지 않는다. 외교관과 같은 직업 때문에 전 세계 여러 나라에 흩어져 살고 있다.
 
바티칸 시국에는 깃발과 국가(國歌)도 있다. 주권국가인 바티칸 시국은 자체의 동전과 우표를 발행한다. 바티칸의 동전은 이탈리아와의 화폐 협약으로 인해 이탈리아 전역과 유럽연합 전역에서 법정통화로 인정된다. 이 협약은 1999년 1월 1일부터 바티칸 시국에게 유로를 공식통화로 사용할 권리를 부여했다. 그 이전에 사용하던 통화는 이탈리아 리라였다.
 
바티칸 시국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박물관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굉장히 훌륭한 도서관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세계에서 가장 짧은 철도와 작은 기차역이 있고 헬기 착륙장도 있다. 라디오 방송국, 인쇄소와 출판사, 신문과 TV 센터, 우체국, 약국과 병원, 그리고 천문대까지 가지고 있다.
 
바티칸의 경찰인 ‘바티칸 시국 국가헌병대’는 공공질서 유지, 법집행, 군중 및 교통 통제, 바티칸 시국의 범죄 수사를 담당한다. 바티칸 시국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됐고 가장 작은 군대인 스위스 근위대 외에는 별도의 군대가 없다. 바티칸 시국은 이탈리아 공화국 내에 있는 영토이기에 이탈리아 군대가 군사적 방어를 제공한다.

출처: Vatican News, 11 February 2020, 16:22, 번역 장주영

https://www.vaticannews.va/en/vatican-city/news/2020-02/vatican-city-lateran-treaty-holy-see-pope.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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